죽음 앞둔 DJ 구한 ‘교황의 자비’

광주 | 배명재기자

요한 바오로 2세, 전두환 전대통령에 2차례 구명친서 보내

교황이 ‘5·18’ 당시 ‘내란 음모사건’ 주동자로 몰려 사형이 확정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목숨을 구하는데 큰 역할을 한 사실이 공식문서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죽음 앞둔 DJ 구한 ‘교황의 자비’

광주일보는 19일 “당시 교황이던 고(故) 요한 바오로 2세가 전두환 대통령에게 2차례 구명 편지를 보내 김 전 대통령의 선처를 요청했다”면서 “교황의 편지가 김 전 대통령의 사형 집행을 막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청구해 받은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1980년 12월11일 서울 주재 교황청 대사관을 통해 전 전 대통령에게 1차 편지를 발송해 김 전 대통령의 선처를 당부했다. 김 전 대통령의 형량이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된 직후인 이듬해 2월14일 2차 편지를 보내 전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

교황의 편지에 대해 당시 전 대통령은 1월5일자 답신을 통해 “(김대중은) 어떠한 정치적 이유가 아닌, 오직 불법적인 방법과 폭력에 의한 합법 정부의 전복 기도를 포함한 반국가적 범죄로 인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며,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교황) 성하의 호소가 순전히 인도적 고려와 자비심에 의거한 것임을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이 답신을 보낸 후 전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의 형량을 1월23일자로 무기징역으로 낮췄다.

이에 교황은 2월14일자 편지를 통해 “본인은 김대중에 대해 순수하게 인도적 이유로 자비를 베풀어주실 것을 요청했다. (전두환) 각하께서 신속히 배려(감형)해 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교황은 “각하께 최대의 경의를 표하며 훌륭한 한국 국민들에게 신의 가호와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는 덕담도 덧붙였다.

김 전 대통령은 이후 다시 징역 20년으로 감형된 후, 1982년 형 집행정지를 받고 미국 망명길에 올랐으며, 1987년 사면·복권되고 대통령 임기를 마친 2003년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이듬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은 1980년 신군부가 정권 탈취 과정에서 민주세력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이 ‘김대중 일당’의 내란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조작한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고(故) 문익환 목사 등 당시 민주화 인사 24명이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Today`s HOT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가자지구 억류 인질 석방하라 지진에 기울어진 대만 호텔
사해 근처 사막에 있는 탄도미사일 잔해 개전 200일, 침묵시위
지구의 날 맞아 쓰레기 줍는 봉사자들 경찰과 충돌하는 볼리비아 교사 시위대
한국에 1-0으로 패한 일본 폭우 내린 중국 광둥성 교내에 시위 텐트 친 컬럼비아대학 학생들 황폐해진 칸 유니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