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합주 11곳 중 10곳 석권… 오하이오서 승부 갈랐다

워싱턴 | 유신모 특파원

‘롬니 발 묶기 전략’ 플로리다서도 0.5%P 앞서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자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51)과 공화당 미트 롬니 후보의 전국 득표율 격차는 2%포인트 내외에 불과하다. 전국 득표율로만 보면 박빙의 승부지만 대세를 결정짓는 선거인단 확보 수에서는 오바마가 332명(승리 유력 플로리다주 포함) 대 206명으로 크게 앞서 여유있는 승리를 거뒀다.

롬니가 오바마와 거의 대등한 경기를 벌이고도 큰 차이로 패배한 이유는 경합주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다. 경합주에서 오바마가 유리하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한 여론조사기관과 선거전문가들의 예측이 그대로 들어맞은 셈이다.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평균치로 환산해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선거 전날까지 경합주로 분류한 주는 모두 11개였다.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감안해 두 후보 간 격차가 5%포인트 미만인 주를 모두 경합주로 분류한 것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이 11개 경합주 가운데 롬니가 우세한 지역은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 두 군데뿐인 것으로 분석했다.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다른 주에서는 오바마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개표 결과도 예상과 마찬가지였다. 롬니는 경합주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에서 50.6% 대 48.4%로 오바마를 이겼을 뿐 나머지 경합주에서는 모두 근소한 차이로 졌다. 롬니가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던 플로리다에서는 개표 종료 직전 오바마가 0.5%포인트를 앞선 가운데 개표가 중단됐다.

경합주 11곳 중 10곳 석권… 오하이오서 승부 갈랐다

롬니는 이날 개표 시작과 함께 오바마를 앞서 나갔지만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중부 지역 경합주의 개표 결과가 속속 드러나면서 롬니는 일방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오후 11시쯤 최대 격전지로 꼽히던 오하이오가 오바마에게 떨어지는 순간 오바마는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의 과반인 270명을 넘어섰고 승패는 결정났다. 오하이오를 이기지 못하고 대통령이 된 공화당 후보는 역사적으로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이번에도 지켜졌다.

오바마가 경합주에서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치밀하고 과감한 선거 전략 덕분이다. 경합주 가운데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플로리다(29명)를 공화당이 최우선적으로 노린다는 것을 알고 오바마의 선거 전략팀은 플로리다를 내주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오바마 팀은 오하이오를 비롯해 아이오와·위스콘신 등 중부의 인접 경합주에 ‘방화벽’을 쳤다. 플로리다를 잃더라도 이 지역을 모두 지키면 플로리다에서 잃은 것보다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오바마 측은 동시에 플로리다에 적절한 광고와 인력을 투입해 롬니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공화당이 플로리다에 지속적으로 자원을 투입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곳에 쏟을 힘을 소진시키고 플로리다에 발을 묶어두는 전략이었다.

민주당의 전략에 말린 공화당은 플로리다에서 우세를 지켰지만 민주당이 쳐놓은 중부의 견고한 방화벽을 뚫지 못했다. 선거 막판 플로리다를 이겨도 승산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자 초조해진 공화당은 뒤늦게 대안을 찾아나섰다. 공화당은 거의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인 펜실베이니아(20명)를 공략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언론들은 롬니 측의 이 같은 시도를 풋볼의 ‘헤일 메리’(지고 있는 팀이 마지막으로 성공 확률이 거의 없는 무모한 패스를 시도하는 것)에 비유했다. 롬니는 선거 당일까지 펜실베이니아를 찾을 정도로 절박하게 몸부림쳤지만 대세는 이미 기울어 있었다.

2008년 대선에서 모든 경합주에서 승리하고 백악관에 입성한 오바마는 이번에도 치밀한 전략으로 경합주를 대부분 손에 넣고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경합주 승리는 2008년 때와 달리 차이가 매우 근소했다는 점은 오바마가 유의할 대목이다. 오바마는 2008년 당시 경합주에서 평균 7.6%포인트 차이로 이겼지만 이번에는 격차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4년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반영된 수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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