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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카드수수료 인하인가…영세상인은 아니다

오찬종 기자
입력 : 
2018-07-29 17:05:01
수정 : 
2018-07-29 2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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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2년전부터 사실상 0원, 내년되면 오히려 환급액만 깎여요"
동네슈퍼 운영 김모씨의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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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 모씨(45)는 한 달 평균 25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3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카드 수수료를 낮추라고 압박하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자영업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금 납부 장부를 실제로 확인한 결과 이미 2년 전부터 카드 수수료 부담은 제로(0)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영세상공인들을 위한다면서 정작 내지도 않는 카드 수수료만 계속 줄이겠다고 생색을 내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지금 인하 정책은 결국 많은 매출을 올리는 자영업자들에게나 혜택이 돌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수수료가 수술대에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영세상공인들의 부담이 과중해 짐을 덜어줘야 한다는 요구가 발단이 되었다. 그렇게 총 5회에 걸쳐 카드 수수료는 소상공인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칼질을 당했다. 올해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경기가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또다시 단골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율이 5회에 걸쳐 낮아지는 동안 동네 김밥집을 비롯한 실제 영세상공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2016년 1월 이후 카드 수수료 인하 수술 부위가 점점 더 매출이 높은 대상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돕겠다는 영세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카드 수수료 환급액은 오히려 내년부터 줄어든다. 영세상공인 상점의 명목 카드 수수료율은 0.8%다. 수수료가 낮아질 때 가장 큰 혜택을 본 대상은 연매출 3억~5억원을 올리는 중소 상인들과 매출 5억원 이상인 일반 상인들이었다. 실제 카드 수수료율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소상공인들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동네 슈퍼 수준인 연매출 1억원의 경우 2016년 1월 명목상 카드 수수료가 이전 대비 70만원 할인됐다. 이후 현재까지 같은 금액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카드 수수료 부담을 실제보다 과장하며 영세상공인들의 불만을 자극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5일 서울페이 추진 발표를 하며 카드 수수료가 과중하다는 논리로 '현행 4억원 매출 점포 카드 수수료는 1000만원 수준'이라고 예시를 들었다. 하지만 실제 여신금융협회가 계산을 해본 결과 월 4억원 매출 점포의 수수료는 520만원 수준이다. 실제치와 정부 발표치가 두 배나 차이 나는 셈이다. 서울시 설명대로 연 매출 4억원 상인이 1000만원의 세금을 내려면 2년도 더 된 2016년 1월, 두 차례 수수료율 변경 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3년 전부터 영세상공인들 명목 카드 수수료가 0.8%에서 더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이미 사실상 실질적인 카드 수수료 부담이 0원이기 때문이다. 현행 기준으로 연 매출 3억원의 카드 수수료는 모든 결제를 다 카드로만 한다고 설정했을 때 240만원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돈은 모두 보너스를 더해 돌려받는다. 부가가치세법 제46조에 따른 조치다. 카드 매출이나 현금영수증 발행 매출에 대해 세액공제가 들어간다. 음식·숙박업을 영위하는 간이과세자는 카드 매출 등의 2.6%, 나머지는 1.3%다. 슈퍼를 하는 김씨는 1.3%의 환급을 받아 최대 39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오히려 낸 카드 수수료보다 그로 인해 150만원을 더 돌려받는 셈이다.

이를 감안해 실질 카드 수수료율을 계산해보면 카드 수수료는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 중소 상공인의 범위인 3억~5억원 연 매출 상인들은 카드 수수료율이 0~0.3% 수준이다. 실제 연 부담 금액으로 계산하면 지출하는 합산 금액은 김씨처럼 돌려받거나 최대 150만원 이하다. 만약 숙박이나 음식점이라면 돌려받는 금액은 더 커진다. 5억~10억원 연 매출의 일반 상인들 수수료 범위는 1.0~1.5% 수준이다. 이들이 부담하는 실질 카드 수수료는 500만원에서 최대 1500만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연방 카드 수수료를 수술대에 올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그곳에 모두 시선이 쏠린 사이 영세상공인 김씨에게 비보는 다른 곳에서 날아들었다. 쏠쏠한 보탬이 되던 카드 수수료 환급액이 내년도부터는 대폭 준다는 소식이다. 2019년부터 음식·숙박업종으로서 간이과세자는 신용카드 등 매출액의 2.0%, 기타업종은 1.0% 공제율이 적용된다.

현행보다 0.3%포인트 내려간다. 김씨의 경우 390만원을 돌려받았던 환급액이 내년도부터는 300만원으로 90만원이 줄어든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부담을 줄일 것으로 기대했던 영세자영업자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김씨와 같은 영세상공인 가맹점은 올해 1월 기준 전국 203만9392곳 전체 비중으로 따지면 76.5%를 차지한다. 김씨에게 닥친 부담 증가와는 달리 정작 23.5%를 차지하는 5억원대 이상 매출의 일반 상점에는 환급액에 변함이 없다. 공제 총 한도 500만원을 넘기는 환급액이기 때문에 환급 비율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종전과 같은 500만원을 그대로 되받을 수 있다. 연 매출 10억원 이상인 대형 가맹점은 애초에 환급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됐다고 판단해 이미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도 꾸준히 축소해오고 있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도 종전에 한도는 당초 700만원까지였지만 2013년부터는 500만원으로 줄였다. 전문가들은 이미 누더기가 된 수수료 기준표만 연거푸 덧대는 것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며 소득공제 한도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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