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 정치범수용소 위치-인원-실태 첫 공식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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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09.10.19. 오후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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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북한이 평남 개천을 비롯한 6곳에 정치범 수용소를 운영하면서 정치범 15만4000여 명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정부가 16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에게 제출한 ‘북한 정치범수용소 현황’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북한의 대표적인 인권 유린 지역으로 알려진 정치범 수용소의 세부 현황이 정부 차원에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실태에 대해 2005년 이전부터 파악하고 있었지만 남북관계 악화 등을 우려해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밝힌 수용소 위치와 현재 수용인원은 △평남 개천(14호·1만5000명 수용) △함남 요덕(15호·5만 명) △함북 화성(16호·1만5000명) △평남 북창(18호·1만9000명) △함북 회령(22호·5만 명) △함북 청진(25호·5000명) 등이다. 수용소는 번호와 함께 관리소로 불린다. 평남 개천 수용소를 ‘14 관리소’로 부르는 식이다.

이 가운데 요덕 수용소는 일정 기간을 거쳐 심사 후 출소할 수 있는 ‘혁명화 구역’과 사망할 때까지 종신 수용되는 ‘완전통제구역’으로 분리 운영되고 있다. 나머지 5곳은 모두 종신 수감 시설이다. 북한은 2000년 이전까지 총 10개의 정치범 수용소를 운용했지만 △평북 천마(11호) △함남 단천(21호) △함남 덕성(23호) △자강 동신(24호) 등 4곳을 폐쇄했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치범들은 주로 권력 투쟁 과정에서 밀려난 고위층이나 반체제 인사, 탈북자 등이지만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모욕하거나 단순한 말실수를 한 일반 주민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수감 절차는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주관하며 재판 없이 동행 명령에 의해 끌려간다. 일반 주민의 경우 정보원의 신고로 반동분자를 색출한다고 한다. 숙청 대상에 오른 당 간부에 대해선 허위 사실을 유포해 여론을 조작한 뒤 보위부 조사를 거쳐 수용소로 데려간다.

수용소 내에서는 기본적인 생존권이 위협받을 정도로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감된 정치범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강제 노동에 동원되며 의료혜택도 전혀 제공받지 못한 채 하루 평균 100∼200g의 급식을 받는다. 식량배급제를 실시하는 북한의 0∼4세 배급 기준이 234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생존 자체가 쉽지 않은 수준이다. 탈주를 시도한 정치범들은 모든 재소자가 모인 가운데서 공개 처형되며 여성에 대한 강간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윤 의원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최악의 수용 시설이자 정신적인 고문 수단”이라며 “이를 해체시키는 것이 국제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북한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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