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軍, 남오세티아서 전쟁 범죄 저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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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최초 현지 취재 <BBC> "제네바협약 위반"

 [프레시안 황준호/기자]

   지난 8월 그루지야와 러시아의 군사 충돌 당시 그루지야군이 자국 내 자치공화국인 남(南)오세티아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28일 보도했다.
  
  <BBC>는 그루지야 사태 후 외신으로는 처음으로 남오세티아 지역을 제한 없이 취재한 뒤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하일 샤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어떤 조사도 받겠다"며 <BBC>의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친(親)그루지야 성향의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마저 그루지야군의 행위가 "무모했다(reckless)"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그루지야군이 남오세티아를 공격하자 러시아군이 반격하면서 벌어진 그루지야 사태는 샤카슈빌리 대통령이 미국 등 서방 동맹국을 믿고 벌인 '무모한 도박'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에 따라 서방 진영에서는 러시아의 침공만을 부각시키고 있으나 <BBC>가 그루지야군의 만행을 고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관련 기사 : '그루지야 전쟁'은 美 대선용 기획? ; 러시아-그루지야 전쟁, 新냉전 불 댕기나)
  
  샤카슈빌리의 '무모하고 잔인한 도박'
  
  그루지야 사태는 지난 8월 7일 밤 11시 30분 경 그루지야가 남오세티아의 수도 츠힌발리에 포격을 가하면서 시작됐다. 그루지야 정부는 남오세티아 민병대가 공화국 내 그루지야인 거주지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데 따른 반격일 뿐이었다고 말했고, 이후에는 러시아군의 침공에 맞선 것이었다고 말을 바꿨지만, 그루지야군이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루지야군이 일반인 거주지에 무차별 총격과 포격을 퍼부은 것은 그 과정에서다. 대학 강사로서 당시 포격으로 21살 된 아들을 잃은 타야(Taya Sitnik)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루지야군이 5층짜리 아파트 앞에 탱크를 세워 두고 각 층을 겨냥해 무차별적으로 포탄을 발사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아들과 함께 TV를 보고 있던 타야는 공격이 시작되자 아파트 지하실로 도망쳤지만, 포격은 다음날까지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총이 아니라 로켓포였다"며 "포격이 잠시 멈췄을 때 밖을 보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복을 입은 그루지야 병사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치과대학에 다니고 있는 아들 게오르기는 목에 부상을 입고 숨을 거뒀고, 다른 주민들도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다. <BBC>는 민간인들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가하는 것은 제네바협약 위반이며 전쟁 범죄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사법 당국은 그루지야군에 의해 살해당한 경우가 300건이 넘는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생명의 길'에서 총격을 가한 그루지야군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모스크바 사무소장인 앨리슨 그릴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루지야군의 무차별적 폭력 사용에 주목하고 있다며 "로켓(Grad rockets)은 정확한 조준을 할 수 없어 기본적으로 무차별적인 무기이기 때문에 츠힌발리 같은 인구 밀집지역에서는 사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릴 소장은 "우리 요원들이 8월 12일부터 츠힌발리에서 현지 조사를 하고 있고, 아파트를 향해 로켓과 포탄 공격이 있었다는 증거와 증언들을 입수했다"며 "민간인들이 몸을 숨기기 위해 들어가는 지하층을 향해서도 공격이 있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츠힌발리 한 병원 의사인 마리나(Marina Kochieva)는 9일 밤 친척 3명과 함께 차를 타고 피난을 가다가 그루지야군의 공격 목표가 된 적이 있다면서 자신들 일행이 차에서 내릴 때까지 공격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소되어 마을 외곽도로에 버려진 차량들을 보여 주며 충돌이 끝났던 13일에는 18대의 차량이 불에 탔다며 더 많은 희생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루지야 병사들은 이 길이 오세티아인들에게 '생명의 길'이란 것을 알면서도 우리를 죽이기 위에 여기 앉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샤카슈빌리, 전면 부인…英외무 "무모했다"
  
  그러나 에카 트케셸라슈빌리 그루지야 외무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그루지야군은 결코 민간인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말할 수 있다"며 독립적인 국제기구가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샤캬슈빌리 대통령도 "우리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조사에도 응할 수 있다"라며 "실제로 우리는 이 전쟁과 (러시아의) 침공이 일어나게 됐던 조건과 배경에 대해 국제적인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쟁 직후 그루지야를 방문해 이 나라와의 강력한 연대를 과시했던 데이비드 밀리밴드 영국 외무장관은 그루지야군이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루지야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밀리밴드 장관은 "러시아의 대응도 무모하고 잘못됐다"라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공정하게(without fear and favour)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BC>는 츠힌발리 북부 그루지야인 거주지에서도 조직적인 파괴 행위가 벌어졌다며, 일부 주택은 오세티아인들에 의해 불태워졌고, 오세티아 당국에 의해 저질러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20세의 자우르(Zaur Gagloyev)는 그같은 행위가 인종 청소가 아니냐는 물음에 "아무도 죽은 사람이 없다. 우리는 단지 그들을 우리 땅에서 나가게 했을 뿐이다. 미래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황준호/기자 (anotherw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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