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軍 충돌 이집트, 정국안정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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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2.07.10. 오전 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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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AP=연합뉴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가 해산했던 의회를 최근 재소집하면서 군부와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작년 2월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를 축출한 혁명 이후 민주화가 이뤄지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1년 반 가까이 갈등이 계속되면서 이집트 정국은 갈수록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갈등의 기원은 = 이집트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대통령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의회 해산 명령을 내렸고 과도 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SCAF)는 이를 실행했다.

그러나 의회 다수를 차지한 무슬림형제단 측은 반발했고 대선에서 무슬림형제단 후보인 무르시가 당선됐다.

무르시는 취임 1주일 여만인 지난 8일(현지시간) 예상을 깨고 의회 재소집 명령을 내려 군부의 권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갈등 당사자는 누구인가 = SCAF와 헌재 구성원들은 모두 무바라크 시대에 선임된 인물들인 반면, 무르시와 절반 가량의 의회 당선자들은 무슬림형제단 소속이다.

그 외 많은 이집트 국민들은 이 양자 사이에 끼어 있는 형국이다.

이들은 왕정 폐지 이후 60여 년 간 이집트 정치를 지배해온 군부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또 무바라크 축출 이후에도 군부가 권력과 특권을 여전히 유지하고 싶어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고도로 은밀한 조직으로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경계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의회 해산 결정의 근거는 = 작년 말과 올해 초 나눠서 치러진 첫 총선에서 총 의석 498석 중 3분의 2는 정당별 후보에, 나머지 3분의 1은 개인별 후보에 할당돼 있었다.

정당들은 이 중 개인별 의석에도 후보를 냈다.

그러나 그 결과 정당별 후보들이 정당별 의석과 개인별 의석 모두에 후보를 냄으로써 평등한 기회의 원칙을 어겼고, 결국 당선은 무효라고 헌재는 결정했다.

◇법적 권한은 어디에 = 이것이 큰 쟁점이다. 무르시 대통령과 군부는 모두 법을 따르는 외양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르시는 의회를 재소집하면서 헌재의 의회 해산 결정이 아니라 이에 따른 군부의 해산 명령을 뒤집는 형식을 갖춰 헌재 권한을 정면 부정하는 모습은 피했다.

그러나 실상 이집트는 현재 법적 불확실성 상태에 놓여 있다.

무바라크 당시의 헌법이 폐지되고 새 헌법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양측 각자 편리한 방향으로 법을 갖다붙이는 양상이다.

특히 SCAF는 의회 해산 직후 임시 헌법을 선포, 자신에 입법권, 군 통수권, 제헌의회 구성권 등을 부여했다.

◇현재 관건은 = 관건은 의회 재소집으로 반격에 나선 무르시 대통령이 임시 헌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느냐 여부다.

임시 헌법이 관철되면 군부는 입법권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새 헌법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

결국 이는 '무바라크 이후'의 이집트에서 이전처럼 지배적인 위치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선출된 민간 권력에 복종하게 될 것인지 군의 역할을 결정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은 = 무르시 대통령은 첫 자유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정당성을 갖고 있다.

또 거대한 수의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은 군이 계속 권력을 고수하려 할 경우 '제2의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해왔다.

반면 군부는 헌재를 통한 사법권과 무력을 갖고 있어 어느 한 쪽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무바라크 축출 이후 양측은 위기를 파국 수준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삼가왔으며, 갈등이 봉합될 방법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무르시 대통령은 의회를 재소집하되 새 헌법이 발효되면 60일 이내에 조기총선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바라크 이후 지금까지 정국이 예측 불허의 양상으로 흘러온데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다수 전문가들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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