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국방장관 反러시아 발언 논란

입력
수정2012.08.28. 오후 9:19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소련해방군 기념비 철거 주장에 러'계 정치인 반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발트3국의 하나인 라트비아 국방장관의 반(反) 러시아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아르티스 파브릭스 라트비아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있는 소련해방군 기념비를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화근이 됐다.

파브릭스 장관은 인터뷰에서 "도덕적 관점에서 보면 소련해방군 기념비는 철거돼야 하지만 이는 너무 많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2차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 기념비 주변에서 추모 행사가 열리는 것과 관련 "행사 참가자들 대부분의 목적은전몰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미 20년 전에 사라진 지정학적 세력권(옛 소련권)에 우리를 묶어 두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5월 9일 러시아 청년들이 '베를린으로 진격하자'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부착한 자동차를 몰고 리가 시내를 활주할 때 독일의 젊은 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독일이 러시아를 전략적 파트너로 간주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반독 시위를 비판했다.

라트비아의 소련해방군 기념비는 라트비아 수도 리가를 나치 독일군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과정에서 희생된 소련군을 추모하기 위해 1985년 건립된 높이 약 80m의 기념비다.

라트비아 전체 인구(약 220만명)의 40%를 차지하는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은 매년 2차 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 기념비 주변에 모여 승전을 기념하고 나치 독일군과의 전투에서 숨진 소련군 병사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

하지만 라트비아 측의 역사 인식은 다르다. 라트비아는 스탈린이 히틀러와 비밀 불가침조약을 맺고 라트비아에 진주한 1940년부터 옛 소련 붕괴 과정에서 라트비아가 독립한 1991년까지를 소련 강점기라고 주장한다.

상당수 라트비아인들은 소련을 포함한 연합군의 2차대전 승리는 라트비아에 해방을 가져다 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련 점령의 연장을 허용했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라트비아는 2004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해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다.

이같은 역사 인식의 차이는 파브릭스 국방장관의 발언에 대한 러시아계 정치인들의 반발에서도 드러났다.

라트비아 의회 '세임' 부의장 안드레이 클레멘티예프는 파브릭스 국방장관의 발언을 사회 문제에서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의도적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클레멘티예프는 "정부 관리들이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는 대신 민족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이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조장하기 위한 의도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리가 시장 닐 우샤코프도 파브릭스 국방장관의 발언을 "크게 어리석다"고 나무랐다.

cjyou@yna.co.kr

[이 시각 많이 본 기사]

<태풍 볼라벤> 속리산 정이품송 가지 부러져

영화 '관상'에 송강호·이정재·김혜수 출연

<태풍 볼라벤> '덴빈'에 길 터주고 떠난다

< U20여자월드컵> 한국, '일본 넘어 4강 간다'

<태풍 볼라벤> 32m 높이 광주 병원 주차타워 붕괴

<연합뉴스 모바일앱 다운받기> <포토 매거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정치,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