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1등 하면서도 별명이 ‘문제아’ “두 번째 경남고 대통령 ” 동기들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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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2.09.18. 오전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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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가 경희대 법대 친구들과 포즈를 취했다. [사진 문재인 홈페이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경선 후보는 경남중ㆍ고(25회)를 나왔다. 부산 명문이다. 졸업생들에 따르면 문 후보는 고교 때 문과 1등이었다. 본래 내성적인 성격이기도 했다. 고교 동기 건축가 승효상씨는 “도통 말이 없는 친구였다. 학교 담을 넘으면 불량 학생들이 가는 수원지가 있었다. 거기서 문재인과 부딪쳤다. 공부 잘하는 애가 여기 왜 있나 신기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문재인의 걸어온 길』에서 “중ㆍ고교 때 내 별명은 ‘문제아’였다”고 적었다.

처음엔 이름 때문에 생긴 별명이었지만 머리가 굵어지면서 사회에 대한 반항심도 생기고 고3 땐 술·담배도 하게 됐다는 것이다. 학교 도서관에서 ‘사상계’ 같은 사회 비평적 잡지부터 야한 소설에 이르기까지 독서 영역을 넓혔다. 소위 ‘노는 친구들’과도 어울리면서 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빈부 격차가 확연한 경남중학교의 분위기 속에서 처음으로 세상의 불공평함과 그로 인한 위화감을 피부로 느꼈다”고 말했다.

부친은 함경도 흥남 출신의 피란민으로 노무일, 장사 등을 했지만 모친이 연탄 배달일을 할 정도로 어려운 살림이었다. 반면 경남중ㆍ고엔 부유층 자제가 많았다.

그래선지 문 후보의 고교 동문 인맥은 막강하다. 경남고는 대통령ㆍ국회의장ㆍ대법원장, 즉 행정부ㆍ입법부ㆍ사법부의 수장을 모두 배출한 세 고등학교(경기고ㆍ경북고) 중 하나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ㆍ김형오 전 의원, 양승태 대법원장이 동문이다. 문 후보가 안철수 교수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하면 경남고 출신의 세 번째 대선 도전자가 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 2007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였던 권영길 전 의원에 이어서다.

하지만 동문들이 모두 문 후보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문재인 캠프의 김경수 특보는 “경남고 동문들은 상당수가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말한다. 지역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데다 문 후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 동문회를 챙기지 않아 좋은 관계를 못 맺었다는 말도 나온다.

그래도 25회 동기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효상씨는 “동기가 480명인데 암묵적으로 돕겠다는 동기들이 굉장히 많다”고 전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박종웅 대한석유협회 회장, 연출가 이윤택씨 등이 동기다. 박봉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동문이다.

문 후보는 경희대 법대 72학번이다. 당시 경희대는 4년 장학금을 내걸고 우수학생들을 끌어들였다. 동기들은 “재인이는 당연히 서울대 법대를 갈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문재인은 경희대 3학년 때인 1974년 유신 반대 시위를 기획했다. 당초 학생회장단이 시위를 주도하기로 했지만, 학생처 직원들의 방해로 시위가 무산될 상황이 되자 자신이 직접 시위대를 이끌었다.

법대 동기인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은 “시위를 이끌게 됐을 때 문재인은 화려한 수식어는 없었지만 우리가 왜 시위를 해야 하는지, 할 수밖에 없는지 진정에서 우러난 가슴으로 이야기해 참석한 사람들의 영혼을 울리게 만들었다”며 “그날 시위엔 4000여 명의 대학생이 동참해 당시 경희대 역사상 가장 참가자가 많았던 대단한 규모였다”고 전했다.

법대 동기들은 법조계에 다양하게 포진해 있다. 경희대 동문들이 맡고 있는 기업들도 이미 증권가에선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된다. 박종환 전 청장은 “동창회 동문들이 심정적으로 도우려는 생각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고교 동기 승효상 건축가

“고교 땐 서로 말이 없어서 마주치면 슬며시 웃고 지내던 사이였다. 사회에 나와 친해졌는데 문화나 예술에 관심이 많다. 꽃이나 식물, 특히 야생화 이름과 유래, 전설을 많이 안다. 법을 다루는 사람인데도 마음이 굉장히 로맨틱하고 여리단 뜻이다.”

▶대학 동기 박종환 전 충북경찰청장

“대학 시절 술값을 잘 냈다. 부잣집 아들이라 생각한 이들이 많았다. 그러다 산동네 입구에 있는 그의 집을 갔다. 단칸방에 마루 하나였다. 특유의 겸연쩍은 표정에도 그의 태도는 당당했다. 그가 자주 냈던 술값은 자신을 위해 쓸 돈을 아낀 것이었다.”

백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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