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마타병 78년..일본서 '여진' 계속

입력
수정2010.03.19. 오전 11:49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일본의 세계적인 화학 기업 '치소'사가 규슈(九州) 지방 미나마타만에 메틸수은이 섞인 폐수를 흘려보내기 시작한 것은 1932년 5월이었다.

그후 미나마타시(市)에서는 두 돌이 지나도 걷지도, 말하지도, 젓가락을 쥐고 먹지도 못하는 아이들이 태어났다. 때로는 정체불명의 경련이나 경기를 일으켰다.

주민들이 미나마타 보건소에 '정체불명의 뇌증상'을 신고한 것은 미나마타만에 폐수가 흘러들기 시작한지 거의 4반세기가 지난 1956년.

다량의 메틸수은이 물고기 체내에 쌓였고 이 물고기를 먹은 어민과 아이들이 언어장애, 경련,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 끝에 숨진 사실이 확인돼 '미나마타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본 정부는 정체불명의 뇌증상이 신고된지 12년 만인 1968년 미나마타병이 치소사의 메틸수은 때문에 생긴 공해병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이 병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한 계기는 미나마타시의 평범한 주부 이시무레 미치코(石牟禮道子.83)가 1960년대말에 발표한 '슬픈 미나마타'라는 소설이었다. 주민들이 어떤 재앙을 겪었는지를 생생하게 묘사한 이 작품에 일본 전역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모두 곧바로 보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일본 정부가 1977년 보상 신청을 잇달아 기각하면서 피해자 인정 범위가 쟁점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2004년 10월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을 때까지 인정된 피해자만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여기서도 제외된 주민들은 2005년부터 소송을 냈다. 손이나 발끝에 마비 증상이 있다고 호소한 이들이었다.

일본 정부로서는 보상 범위가 끊임없이 확대된 셈이다. 지난해 9월 집권한 민주당 정권은 "소송을 오래 끌지 않고 보상을 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구마모토(熊本) 법원이 최근 "1인당 210만엔을 지급하는 선에서 소송을 끝내자"는 화해안을 제시하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18일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일본 정부가 5월1일 보상을 시작할 예정인 가운데 신청자가 3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르면서 전세계에 공해병의 무서움을 각인시켜준 미나모토병 파문은 메틸수은이 배출되기 시작한 지 78년이 지난 2010년에도 일본에선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chungwon@yna.co.kr

<뉴스의 새 시대, 연합뉴스 Live> <아이폰 애플리케이션 출시> <포토 매거진>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