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링 촘촘하면 좋은 소고기?…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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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02.21. 오후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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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롤드 맥기의 '음식과 요리'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한국의 김치는 밥이라는 다소 단조로운 맛을 가진 음식에 필수적으로 딸려 나오는 반찬이다. (중략) 김치는 온전한 배추의 줄기와 잎사귀들을 매운 고추, 마늘, 갖가지 채소, 젓갈과 함께 발효시켜서 만든다. 사과, 배, 참외 등의 과일을 넣기도 한다. 비교적 많은 소금을 쓰며, 상당히 낮은 온도에서 발효시킨다."

신간 '음식과 요리'(백년후 펴냄)에 나오는 내용이다.

'음식과 요리'는 김치 등 발효 식품을 비롯해 유제품, 고기, 생선, 과일, 채소, 향신료, 차, 커피, 빵, 파스타, 소스, 술, 조리 기구에 이르기까지 음식에 관한 정보를 집대성한 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저자는 '주방의 화학자' '요리의 과학자'로 불리는 미국의 화학자 해롤드 맥기.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음식 역시 상이한 화학물질들의 혼합물"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책에서 화학자의 눈으로 음식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저자는 화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바다 생물과 민물 생물의 맛은 왜 다른지, 열은 과일과 채소의 성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선살은 희고 연한데 왜 소고기는 붉고 질긴지 등을 설명해준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음식 상식도 바로잡아 준다.

대표적인 예가 소고기에 촘촘히 박힌 마블링. 우리는 흔히 마블링을 좋은 소고기의 표식으로 여기지만 저자는 마블링을 소고기의 등급기준으로 삼은 것은 미국 소농장주협회의 로비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부에 비용을 댄 연구들에 의해 다량의 마블링이 결코 소고기의 연한 육질과 맛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나 마블링이 풍부한 '프라임' 소고기의 지위는 끈질기게 유지됐으며 미국은 지방 밀도를 고기 품질의 주된 기준으로 삼는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가 되었다. 다른 두 나라는 일본과 한국이다."

또 미국 정부 자문위원들은 성인들에게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하루 1ℓ의 우유를 마실 것을 권장했지만 이러한 권고는 특정 음식에 대한 지나친 편중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음식에 얽힌 역사 이야기도 흥미를 자아낸다.

영국 테이트갤러리를 만든 헨리 테이트는 과립형 설탕을 만드는 장치를 개발해 떼돈을 벌었으며 그 돈으로 미술품을 수집해 테이트갤러리를 열었다.

13세기 아시아에는 '가루우유'가 있었다. 타타르 병사들은 단단한 반죽 상태로 걸쭉하게 만들거나 건조시킨 우유를 양식으로 삼았다.

1천300쪽이 넘는 두꺼운 분량이 부담스럽지만 요리할 때 옆에 두고 참고해 볼만한 책이다.

원제는 'On Food And Cooking'으로 영어판 초판은 1984년 출간됐다. 한국어판은 2004년 나온 개정판을 번역한 것이다.

이희건 옮김. 강철훈·서승호 감수. 1천328쪽. 7만8천원.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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