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황금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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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0.02.16. 오후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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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세 개의 사과가 있다. 아담의 사과와 뉴턴의 사과와 빌헬름 텔의 사과다. 아담의 사과는 종교를 낳았고, 뉴턴의 사과는 과학을, 텔의 사과는 정치를 만들어냈다.” 흔히 인용되는 ‘세 개의 사과’지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이 말은 명쾌하다.

여기에 끼일 만한 또 하나의 사과를 꼽는다면…. 심벌마크로 무지갯빛 사과를 사용하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이 아닐까. 애플은 세상을 바꿔놓지는 않았지만 지금 세상을 바꿔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애플사에서 생산하는 아이맥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 IT 관련 최신 제품들은 가위 세상의 급변을 선도하는 ‘황금 열매를 맺는 사과’로 부를 만하다.

그런데 ‘황금사과’로 비유될 애플의 제품마다 붙어 있는 ‘누군가 한 입 베어 먹은’ 사과가 애플의 심벌마크로 정해진 것과 관련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앨런 튜링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였던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컴퓨터를 개발, 연합군에 승리를 안겨준 숨은 공신이다. 하지만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1952년 당국에 체포된 이후 괴로워하다가 2년 뒤 극약을 넣은 사과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평소 그를 존경하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튜링이 비장하게 한 입 베어 먹었음직한 사과를 도안해 심벌마크로 삼았다는 것이다. 튜링이 제1세대 컴퓨터를 발명한 주인공이니 그를 기리는 마음이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그 밖에도 여러 주장이 있다. 잡스가 일을 하면서 급히 한 입 베어 먹고는 컴퓨터 위에 놓아둔 사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라는 설과 최초 도안이 선보였을 때 그 그림이 사과인지 토마토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베어 먹은 흔적을 그려 넣은 것이라는 설도 있다. 그리고 아담이 금단의 열매(사과)를 먹은 이후 인류사가 바뀌었듯이 컴퓨터의 발명이 인류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임을 표현했다는 설 등이다. 심벌마크 창안의 배경이야 무엇이든, 애플의 IT 제품이 많이 팔리는 만큼 ‘황금사과’를 노리는 경쟁 제품들도 쏟아질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란 과수원에서는 어떤 사과들이 열리고 있는가. 내일 ‘황금사과’를 수확하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황성규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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