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복원, 일본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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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하천을 시민들 곁으로 되돌려주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특히 하천 복원 논의의 첫단계부터 주민참여가 활발하고, 사업 또한 10년 이상의 긴 안목에서 추진하고 있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쿄 세타가야구의 기타자와천은 주민참여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 하천은 주택가 사이를 흐르는 물길 너비 1~3m, 길이 1.1㎞의 개울로, 양쪽에는 각각 5~9m 너비의 벚꽃나무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지난 23일 오후 찾은 이곳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과, 강아지와 함께 나온 주민 등이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이곳은 벚꽃이 만발하는 봄이면 주변 마을 사람들까지 구경을 와 북적대지만, 지난 1995년 이전만 해도 모두 보도로 덮여있었다.

애초 하수가 흐르는 도랑을 덮어놓은 이곳을 하천으로 되살리자는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89년.

세타가야구는 초기단계부터 주민회의를 열어, 복원 여부 결정부터 정비계획안, 물흐름 시스템 유지관리 방안 등에 주민의견을 수렴했다. 94년 실시설계가 마련됐을 때 주민들은 ‘기타자와천 녹도를 키워가는 모임’으로 명칭을 바꿔 공사과정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현재 기타자와천의 물은 170㎞ 떨어진 처리장에서 정화해 끌어올린 것으로, 가재와 송사리 등이 뛰어놀 정도로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복원 뒤에도 주민들은 자치구와 관리협정을 맺어, 청소와 벌초, 개울 관리 등 복원된 하천의 유지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손자와 함께 산보를 나온 한 할머니(67)는 “깨끗한 하천으로 살려놓으니까 산보하기에 기분이 좋고, 아이들도 맘껏 뛰어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도쿄의 젖줄의 하나인 스미다강변 정비작업에도 시민들이 견인차 노릇을 했다.

스미다강은 1950년대 이후 주변에 공장이 들어서는 등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폐수와 쓰레기가 강물에 버려지고 악취가 나는 등 심각하게 오염되기 시작했다.

79년 이곳 시민들 12명은 ‘스미다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 공장폐수와 생활폐수 등으로 더러워진 하천 수질을 살리기 위해 다이토구와 시 등에 하천개선작업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제방처럼 단절돼 있던 스미다강 둔치에는 갈대를 심은 인공테라스가 마련돼 시민들이 강변에서 산책이나 조깅을 즐길 수 있게 바뀌었다.

‘스미다강… 모임’의 히라이 다카아키(69) 회장은 “시민들이 나서서 구청에 정화요구를 해 스미다강 살리기가 현실화됐다”며 “지금은 2600여명으로 늘어난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스미다강 주변 청소와 수질 감시활동 등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시의 대표적 번화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톤보리천의 경우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하천정비계획을 추진하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17세기 상인들을 위해 인공으로 만들어진 도톤보리천은 1995년부터 너비 30m 가량의 하천의 양쪽으로 너비 8m씩의 인공둔치를 설치해 시민들이 하천을 따라 거닐 수 있도록 바꾸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약 2400억원을 들여 2010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오사카시 하천과 야마무카이 가오루는 “사업기간이 긴 것은 예산 탓도 있지만, 주변 상인들과의 협의를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오사카/ 글·사진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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