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의 중심에는 오타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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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여름. 지금 일본의 만화ㆍ애니메이션ㆍ게임 등 이른바 문화 산업을 논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요소, 아니 반드시 거론하지 않으면 안되는 존재 중 하나가 바로 `오타쿠`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오타쿠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몇회에 걸쳐 현지(필자는 현재 일본에 거주 중이다)에서 알게된 이들 오타쿠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 한다.

가장 먼저 요즘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몇가지를 좀 나열해보자.

메이드 붐, 아카하바라 붐이 사회 현상으로...

첫번째, 일본의 토요일 오전에 텔레비전을 켜보면 갖가지 정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당연히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어딘가 가볼만한 곳이나 가게에 대한 정보를 담은 방송들이다. 요즘은 옷집이나, 먹거리 가게, 술집 등 젊은이나 사람들이 모이고 있는 장소 등의 정보가 특히 많다.

그런데 이런 정보성 프로그램에 작년 한류 붐에 이어 올해 초부터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는 장소가 바로 `아키하바라`와 `이케부쿠로의 오토메 도오리`이며, 경쟁적으로 다루어지는 가게가 바로 `메이드 찻집-メイド喫茶`이다.

메이드란 요즘 인기있는 메이드물이라는 장르의 애니메이션과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가리키는데, 과거 유럽풍의 머리장식과 하녀 복장을 걸친 캐릭터를 일컫는다. 메이드물은 이런 하녀 캐릭터가 등장, 보통 남자들이 생각하는 성적 환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최근 여권신장으로 드세진 여자들보다는 고분고분하게 자신의 요구대로 보살펴주는 여자를 바라는 욕구에서 비롯한 장르라 하겠다.

만화에서나 볼 수 있던 이런 메이드가 현실에서 자신의 시중을 들어주는 것 역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메이드 역할을 한 성우가 시중을 들어주는 `성우 메이드 찻집`이나, 여성들을 상대로한 `집사 카페` 까지 등장해서 맹렬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이러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장르 자체에 혐오의 눈길을 감추지 않던 일반인들이 이러한 가게들에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는 것 자체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두번째, 최근 일본의 DVD 판매점을 가보면 한눈에 보기에도 보통 사람은 사지 않을 것 같은 아주 옛날의 애니메이션이나 어린이용 텔레비전 드라마를 수록한 DVD박스가 결코 싸지 않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편의점에 가보면 20여 년 전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인형을 끼워파는 과자 상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팔린다. 가격은 과자의 품질에 비해서는 결코 싸지 않은 300엔 가량이다. 그런데도 아예 박스로 이 캐릭터 인형을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 3-4만엔은 흔히 호가하는 이 DVD박스를, 맛이라고는 없는 과자를 오직 인형을 위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지불하고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세번째,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 출판사인 K사는 최근 6~7년간 내놓은 여러가지 잡지나 만화 잡지가 생각 외로 부진을 보이면서 대책에 부심하는 중인데, 유독 일본에서 마니아 층이 아니면 읽을 법 하지 않은 라이트 노벨과 게임, 만화 캐릭터 디자이너를 내세운 소설 무크 잡지만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외에도 최근 만화 잡지사들의 편집 회의에 들어서면 가장 확실히 팔리는 아이템으로 제시되는 것은 귀여운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소위 미소녀 만화다. 이전에는 이러한 만화들을 주류 만화에서 벗어난 비웃음을 살만한 만화 장르로 기피당해온 것을 생각한다면 천양지차다.

지금 일본의 중심에는 오타쿠가 있다

이런 현상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적인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일본의 광적인 팬들인 [오타쿠オタク]다. 현재 일본에서 이러한 현상들을 낳고 있는 주력 소비자 층이 바로 오타쿠라는 집단이며, 이들 오타쿠들의 행동들이 일반인들에게도 번지기 시작하면서 이런 사회현상을 낳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0여년 전부터 불황에 시달리던 각 회사들은 이런 오타쿠들의 광적인 소비행동에 주목을 하고는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어놓고 있는 것이 이 열풍의 근원적 이유다.

이 오타쿠 들의 시장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일본의 저명한 경제 연구소인 노무라 종합 연구소가 2002년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주요 5분야(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아이돌, 개인용 컴퓨터 조립)의 산업 규모는 2조 3000억 엔에 달한다고 하며 (한화로 약 20조에 달한다) 이중 오타쿠 들이 이 20조 원 대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11퍼센트. 약 2조원 대에 달한다고 한다. 현재 일본 만화 출판 산업의 규모가 약 6000억 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의 시장이라고 하겠다.

CT뉴스 객원기자 이현석 만화스토리 작가(www.kocca.or.kr/c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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