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헌재, 새 헌법 초안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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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2.10.17. 오후 6:46
한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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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 헌법재판소가 제헌의회에서 마련하는 새 헌법 초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고 일간 이집션가제트 등 현지 매체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슬람주의자가 주축이 된 이집트 제헌 의회 의원 100명은 새 헌법을 만들어 국내에서 종교의 역할, 사법부의 독립성, 대통령의 권한 등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새 헌법 초안의 일부 조항이 지난주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되자 이집트 헌법재판소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집트 재판관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견해를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헌재 소장인 마헤르 알 베하이리는 일부 조항이 헌재의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며 해당 조항을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헌재 재판관 엘 기발리도 "제헌 의회가 대통령의 권한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 요구를 거부했다"며 "헌재 소장과 재판관을 임명하는 대통령 권한이 다른 법원에 이양돼야 한다는 제안도 무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혁명은 이집트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하게 하고 권력을 배분하려는 것이지만 관련 헌법 조항들은 이를 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 대변인인 마헤르 사미는 "제헌 의회에서 활동하는 이슬람주의자들이 헌재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집트에서는 제헌 의회를 두고 찬반 세력이 나뉜 상태다.

지지자들은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상·하원이 제헌 의회를 구성한 만큼 이 의회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구정권 인사인 재판관들의 권한도 축소돼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 세력은 이슬람주의자가 제헌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헌법 초안 작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이집트의 새 헌법 초안이 이슬람 보수세력의 영향으로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에서는 지난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퇴진하면서 기존 헌법 기능이 사실상 정지했다.

총선을 통해 이슬람당이 장악한 이집트 상·하원은 지난 6월 제헌 의회 의원 100명을 선임해 이를 대체할 새 헌법을 기초하고 있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의 자유정의당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창당한 알 누르당은 상·하원 의석의 70%를 차지해 샤리아(이슬람 율법)가 새 헌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작성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는 새 헌법 초안은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통해 가결 여부가 결정된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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