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2주년 이집트 어이없는 ‘피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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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명…21명…37명…그리고 11명

[동아일보]

이집트가 군사독재를 몰아내고 25일로 시민혁명 2주년을 맞았으나 분열과 대립으로 인한 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26일 ‘유혈 축구장 난동’ 판결에 불만을 품은 시위가 발생해 최소 37명이 숨졌고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과 이슬람 세력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도 24일 발생해 27일까지 4일째 계속되면서 최소 11명이 사망했다.

○ 축구장 참사 판결이 다시 부른 유혈 폭동

이집트 카이로 법원은 26일 TV로 중계된 판결을 통해 지난해 2월 지중해 연안도시 포트사이드의 축구경기장에서 벌어진 난동 관련자 2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포트사이드에서는 판결에 반발한 시위대가 피고인들이 갇힌 교도소 진입을 시도하고 경찰서 3곳을 습격하다 경찰과 충돌해 37명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2월 포트사이드에서는 홈팀 ‘알마스리’가 수도 카이로를 연고로 하는 최강팀 ‘알아흘리’를 상대로 예상외의 승리를 거두자 관중 사이에서 난투극이 벌어져 74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

26일 사형 선고를 받은 피고인은 모두 포트사이드를 연고로 하는 축구팀 알마스리의 팬. 알아흘리의 팬 중 ‘울트라스’로 불리는 조직은 이집트의 독재자 무바라크 반대 시위에서 주요 역할을 했다. 이들은 지난해 포트사이드 축구장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경찰관 9명을 포함해 알마스리 팬 등 총 73명을 고소했다. 법원은 이날 21명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나머지 피고인에 대한 선고는 3월 9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경찰관 2명이 교도소 인근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의 상황 통제가 어려워지자 이집트 정부는 군 병력을 포트사이드 곳곳에 배치했으나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시위대 “자유·정의·빵을 달라”

시민혁명이 발생한 지 2년이 된 25일 하루 전인 24일 수도 카이로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형제단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동시다발로 발생했다.

수도 카이로와 이집트 제2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다. 25일 격렬한 시위로 최소 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수에즈에서는 26일에도 시위대가 경찰서를 습격했다. 이스말리아에서는 25일 시위대가 정부 건물을 습격하고 무슬림형제단의 정치단체인 ‘자유와 정의당’ 건물에 불을 질렀다.

시민혁명의 발상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는 2년 전처럼 “자유와 정의, 빵을 달라”는 구호도 등장했다. 시위에 참여한 모멘 아소르 씨는 “자유나 사회적 정의, 실업률 등 어떤 분야에서도 진전이 없었다”며 “무르시의 통치는 끝나야 한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집트 곳곳에서 유혈충돌이 격화하자 무르시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에티오피아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무르시 대통령을 포함해 주요 장관들로 구성된 국방회의(NDC)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통행금지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회의 소속인 살라 압델 마끄수드 정보장관은 성명을 내고 “정치인들을 포함해 초당적인 ‘국민 대화’를 열어 의견을 나누고 공정하고 투명한 총선을 준비하자”고 촉구했다.

○ 4월 총선까지 갈등 지속될 듯

이집트의 혼란은 이슬람화를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과 이를 반대하는 세속주의 세력 간의 충돌 때문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무르시 대통령이 이집트의 표현 및 종교의 자유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 살리기에도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정부 시위는 무르시 집권 이후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구국전선’ 등의 세력이 주도하고 있어 올해 4월 제헌의회를 구성할 총선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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