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알래스카·시베리아 신관광지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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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의 시베리아를 잇는 ‘평화의 왕 터널’ 건설은 유라시아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국제 하이웨이’ 건설을 급진전시켜 세계경제 발전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폭 85㎞의 베링해협에 해저터널을 뚫어 국제하이웨이가 완성될 경우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에 매장된 각종 천연자원의 개발과 운송이 쉬워질 뿐 아니라 지구촌 오지인 알래스카와 시베리아가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베링해협 터널은 세계 최장의 해저터널로, 공사에 사용되는 기술은 향후 세계 토목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국내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경제적 파급효과 상상 초월=평화의 왕 터널 건설은 사실상 국제하이웨이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알래스카와 시베리아에 무진장 매장돼 있는 각종 천연자원이 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실려가고, 유럽과 아시아로도 손쉽게 운송될 수 있다. 미국에서 멕시코를 거처 남미에 이르는 철도망을 연장할 경우 유럽에서 시작된 철도는 아시아와 북미 대륙을 거쳐 남미 대륙까지 이어지게 된다.

남미까지 포괄하는 국제 철도망이 구축되면 알래스카와 캐나다, 중남미를 잇는 값싼 수송망을 확보하게 돼 엄청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알래스카에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에 이르는 석탄을 비롯해 아연 금 구리 은 납 등 각종 광물자원과 천연가스·석유 등이 대량 매장돼 있어 자원 개발과 수송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등 유럽권에도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베리아와 동러시아 지역의 각종 지하자원을 평화의 왕 터널을 통해 값싼 화물열차편으로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하고, 러시아는 미국 등지의 공산품과 기술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게 돼 획기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유럽과 북아프리카, 서러시아, 중동, 인도, 중국·한국·일본(한일 해저터널 완공되면) 등 아시아 대륙이 알래스카와 캐나다, 미국, 멕시코, 과테말라, 칠레,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남북미 대륙과 육로로 이어지게 돼 전 세계 인구의 75% 이상이 도로·철도망을 통해 세계여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평화의 왕 터널을 이용하면 자동차로 독일에서 미국 시카고까지 약 2주일 정도면 닿을 수 있어 알래스카와 시베리아가 일약 관광지로 급부상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베링해협 터널과 함께 일각에서 추진 중인 한·일 해저터널까지 완성되면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세계 교역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부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과 경제력을 가진 일본과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을 이어줄 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을 오가는 물류의 중심지가 한반도라는 것이다.

◆세계 토목기술의 도약 기회=베링해협 해저터널의 구체적인 노선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간 바다 밑에 85㎞의 터널을 뚫어 철길 2개와 자동차 전용도로 1개를 건설하자는 구상만 수립돼 있는 상태다.

베링해협 터널공사는 러시아가 상당히 오래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베링해협에 해저터널을 건설해 아시아와 미대륙 간 화물수송로를 확보하려는 계획을 갖고 2000년 말 베링해협 해저터널 건설의 타당성 조사를 끝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5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국제터널협회 총회에서 러시아 대표가 베링해협 해저터널 건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중국과 한반도를 철도망으로 연계시킬 계획이며, 특히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일본이 사할린과 홋카이도 간 해저터널을 건설하기 전에 한일 해저터널을 건설해야 베링해협 해저터널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

평화의 왕 터널 건설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겨울철 영하 5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와 연중 절반가량이 밤만 계속되는 혹독한 베링해협의 기후, 주변 빙산이 수시로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사기간과 약 200조원으로 추정되는 공사비를 마련하는 일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터널공학회 홍성완 회장은 “베링해협보다 거리는 짧지만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세계 최장의 세이칸 해저터널(53.8㎞)을 건설한 경험도 있고, 영불 해저터널 공사에 사용된 ‘TBM(tunnel boring machine·터널 굴착기)’ 등 최첨단 장비도 개발돼 있다”면서 “기술적으로는 평화의 왕 터널을 건설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의 왕 터널 건설은 세계 토목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갑수 기자 k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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