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당선자 '0명'... 수상한 벨라루스 총선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윤현 기자]

야권 당선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벨라루스 총선이 국제적 비난에 휘말렸다. 

AP, BBC 등 주요 외신은 25일(한국시각) '유럽의회가 벨라루스 총선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이 성명을 통해 벨라루스의 총선이 공정하고 투명하지 않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는 지난 23일 실시한 총선에서 110개의 의석 중 여권이 109석을 차지하는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 유일하게 당선자가 나오지 않은 선거구인 고멜스크주(州)에서는 단독으로 출마한 후보가 당선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벨라루스 의회는 110명의 하원의원 중 무려 100명 정도가 무소속일 정도로 사실상 정당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도 당선된 109명의 후보 모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늬만 무소속'의 여권 인물이다. 공산당 후보 3명, 농민당 후보 1명이 당선됐지만 이들 역시 루카셴코 지지를 선언했다. 

옛 소련 최고회의 의원 출신인 루카셴코는 러시아와의 유대 강화, 부패 척결 등을 앞세워 1994년 벨라루스의 초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대통령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개헌과 재선을 통해 18년째 독재를 이어가며 '유럽에서 유일하게 남은 독재 국가'라는 오명을 얻었다. 

벨라루스국민전선, 통합시민정당 등 유력 야당 6곳은 정부가 정치범 석방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항의하며 총선에 불참했고, 일부 야당은 후보를 내세웠지만 당선에 실패했다. 

쏟아지는 부정 의혹... 국제사회 비난 일색 

루카셴코는 재선에 성공한 지난 2010년 대선에서 야권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자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수백 명의 야권 정치인을 구속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루카셴코의 인권탄압을 비난하며 벨라루스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부정선거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벨라루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투표율이 73.4%로 선거의 조건을 충족했다고 밝혔지만, 야권에서는 실제 투표율이 40%도 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투표 과정을 참관한 비정부기구도 일부 유권자가 두 차례 이상 중복 투표하는 것을 적발했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이처럼 벨라루스의 비상식적인 투표 과정과 결과에 대해 유럽의회의 슐츠 의장은 "벨라루스 의회와 공식적인 관계를 수립할 수 없다"고 밝혔고, 미국의 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번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neither free nor fair)"고 비판했다. 


[최근 주요기사]
☞ 대북드림팀 꾸린 문재인"멈춘 곳부터 다시!"
☞ 북에서 마주친 '관동군'의 흔적
☞ 아파트에서 '농사'짓는 '강북 대치동' 주민들
☞ 출마선언 이정희 "누명은 벗겨졌다"
☞ 경매로 집 빼앗기고"딱 죽고 싶었지요"


오마이뉴스 아이폰 앱 출시! 지금 다운받으세요.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세계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