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성탄절에도 파스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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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이탈리아]○…이태리 도시 중심지는 11월 초부터 벌써 크리스마스 분위기이다. 물론, 선물하는 관습덕분으로 상업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이태리인들에게 한해동안 가장 중요한 명절 중 하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장식

한국에서도 전나무에 여러 화려한 장식은 많이 하지만, 이태리의 특색 있는 장식을 얘기하자면 Presepe 또는 Presepio라 불리는 마구간 장식을 빼놓을 수 없다. 1223년 프란체스코 성인이 처음 시작했다는 설이 있는데 정확한 것은 아니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presepe로는 로마의 Santa Maria Maggiore 성당의 것으로 베들레헴의 진짜 말구유를 가져와 만들었다는 설이 있다.

이후 나폴리 왕국 시기 때 여러 남부 지방에 확산되었고, 1500년대에는 이태리 전역으로 이 문화가 알려진 것으로 나타난다. 재료의 사용도 다양하여 테라코타, 금, 은, 여러 보석들 외에 나무, 헝겊 등 선호도에 따라 선택을 하여 만들고 그 크기도 다양하며 교회 뿐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이를 장식 한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성탄 당일이 되면 아기예수상을 말구유에 놓게 되고 동방박사는 주현절(Epifania; 1월 6일)이 가까워짐과 동시에 조금씩 말구유로 옮겨 주현절 당일에는 이 상들을 말구유에 놓는다. 그러니 성탄 나무 장식들이 12월 25일이 지나면 치워지는 반면 presepe는 새해가 지나서도 집안에 남게 된다.

성탄 나무 장식으로는, 이태리 ‘Umbria주’의 중세 도시인 Gubbio지방의 900미터 높이의 Ingino산 경사에 설치되어 있는, 해발 500m에서 시작되고 전장 800m에 이르는 대형 성탄 나무가 유명하다. 사실 이는 실제 나무가 아닌, 산 비탈에 형형 색색 전구로 장식을 해 놓은 것인데 1981년 처음으로 점화 계획을 시작한 이 장식은 1992년 기네스북에 일명 ‘세계에서 가장 큰 성탄 나무(l’Albero di Natale piu grande nel Mondo)’로 등록되어 이태리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이 나무의 점등은 ‘원죄 없으신 성모마리아 축일(l’Immacolata)’ 전날인 12월 7일 시작되어, 주현절 전날인 1월 초까지 계속 점등 되어있다.

또한 빠뜨릴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24일의 자정 미사이다. 이태리가 카톨릭 국가임에도 주말에 성당을 찾는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미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하지만 12월 24일 저녁 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 성탄 자정미사에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흔히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성탄절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전통적인 이태리 성탄절은 모든 가족이 모여 성탄 당일 점심 만찬을 함께한다. 최근에는 이태리에서도 24일 저녁을 가족, 친척들이 함께 보내고 25일에는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전통적인 방식이 대부분의 지역에 남아있어 24일 저녁을 조금 먹거나 먹지 않는 대신 25일 점심식사를 가족이 함께 모여 각 지방마다의 다양한 전통적 음식으로 천천히 즐기며 저녁식사 시간까지 이어진다.

지역마다 빠질 수 없는 성탄 음식들

성탄 음식 또한 지역마다의 특색이 강한 이태리의 성격을 살려 각 지방의 고유 음식들로 만찬을 한다.

성탄절에도 파스타(pasta)는 빠질 수 없는 주요 음식 중 하나로 식탁에 올라온다. 지방마다 파스타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사용되고, 소스나 육수 또한 마찬가지 인데 특히 남부의 Campania주에서는 조개를 곁들인 스파게티를, 북쪽에 위치한 Friuli Venezia-Giulia주에서는 전통 치즈와 대파(porro)를 이용한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이외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ragu소스 등의 고기 소스를 주로 사용한다. 메인 요리로 북쪽에서는 주로 cappone(식용 수탉) 등의 조류 외에 여러 육류를 요리하고 남쪽에서는 큰 뱀장어의 한 종류인 capitone를 위주로 한 생선요리를 즐겨 먹는다.

특히, Milano가 속해있는 Lombardia 주에서는 계란과 mortadella(이태리식의 대형 햄)로 속을 채운 cappone를 여러 샐러드와 곁들여 즐겨 먹는다. Emilia Romagna주에서는 Panone라는 초컬렛과 호두, 잣, 건포도, 꿀, 아몬드 등을 넣어 만든 디저트가 필수이고 Roma가 있는 Lazio주에서는 설탕에 절인 과일, 밀가루, 꿀, 초컬렛 등을 넣어 만든 pangiallo가 유명하다.

남부로 내려가 보면, Calabria주와 Napoli지방의 Struffoli라는 이름의 dolce가 있고 Campania주에는 오이, 양파, 피망 등의 식초에 절인 야채와 올리브, 멸치 등을 데친 꽃양배추와 함께 섞어 내 놓은 샐러드가 별미이고 Puglia주에서는 Carteddate라고 하는 장미 모양의 비스켓을 먹는다. 보통 focaccia는 기본 반죽에 올리브유, 허브, 소금 등을 넣어 간편하게 먹지만 성탄절 Sicilia주에서는 지역마다 조금씩 특색 있는 재료들을 넣어 따뜻한 focaccia를 먹기도 한다.

치즈 또한 이들 식탁에서는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식품이다. 특히 이날은 Parmigiano (파마산 치즈), Grana Padano(그라나 빠다노), 사르데냐의 Pecorino(양유 치즈) 등이 주로 식탁에 올라오게 된다. 예전에는 겨울에 신선한 과일이 없었으므로 호두나 땅콩 등으로 과일을 대신했으며 단과자와 supumante(샴페인)를 빼 놓을 수 없다. 특히 단과자로는 빵이라고 해야 옳은 Panettone가 성탄절에 빠질 수 없는데 빵이라는 이태리어 pane의 확장어인 panettone는 이제는 이태리 전역에서 특히, 성탄 시즌에 먹는 생 효모 반죽의 빵이지만 원래는 밀라노 전통 빵으로 농부들의 상징이었다. 오늘날에는 재료가 풍부해져 과일 설탕절임과 건포도 등을 넣어 만들며 성탄기간 집들을 방문할 때의 선물 1순위 이다.

끝으로 빙고 게임의 한 형식인 Tombola 놀이를 하며 온 가족이 다같이 즐기게 된다. -박정영(밀라노 한이문화연구원 www.cric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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