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짜 뉴스 유포자들

(커버 이미지 : 국민일보. 링크)

바쁜 포닥의 한 주는 실험과 함께 흘러가고, 그랜트와 논문 쓰기는 도무지 방향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았기에, 날씨가 좋긴 했지만 이번 주말은, 지난 주말과는 달리 여유를 즐길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하루종일 논문을 수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해 버렸다.

이러한 시간들 속에서 필자는 틈틈히 이전의 국민일보와 NTD의 가짜 뉴스 사태를 지켜보면서 해당 내용을 다양한 곳에 업데이트했다. 국민일보의 가짜뉴스 사태에 대해 필자는 국민일보 편집장, 국장 및 기자에게 이메일로 해당 기사를 정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들은 이메일을 읽고도 (필자는 MailTrack을 통해 수신자가 메일을 읽었는지를 볼 수 있다.) 응답을 하지 않는등, 자신의 기사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는 그들의 가짜 뉴스를 직접 비판한 글이 뉴스 앤 조이에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그냥 무시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오늘, 국민일보의 해당 가짜뉴스 기사를 썼던 기자가 미션 톡이라는 섹션에 기사를 냈다. 그 제목은 “진화론과 상충 분명한데 가짜뉴스라 폄훼”… 제목만 보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편집자 주 : 위 기사에 대한 서울대 천문학과 우종학 교수의 평가)

(출처 : 우종학 교수 페이스북 페이지)

참고 : 지난 2017년 우종학 교수와 사이언스 라이프와의 인터뷰 기사

해당 논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설명한 바 있지만 해당 기자가 제대로 못 알아들은 것 같아서 조금 쉽게 설명해주기로 하겠다. 우선 해당 기자가 말한 내용인,

‘현존하는 생물종의 90%는 거의 같은 시기(10∼20만년 전)에 나타났으며,

인간 참새 도요새 등의 유전자 배열도 거의 같다.’

이 주장을 둘로 쪼개보자.

  1. 현존하는 생물종의 90% 는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 (10-20만년전)
  2. 인간 참새 도요새의 유전자 배열도 거의 같다.

우선 1)은 저자의 주장을 왜곡한 이야기이다. 이는 저자의 인터뷰에서 말한, 대중들에게 설명하기 쉽게 이야기한 부분을 왜곡 및 짜깁기 한 것이다. 해당 인터뷰에서 말한 부분은 이렇다.

“The 0.1% average genetic diversity within humanity today corresponds to the divergence of modern humans as a distinct species about 100,000 – 200,000 years ago — not very long in evolutionary terms. The same is likely true of over 90% of species on Earth today.”

(편집자 역) 오늘날 인간이 약 평균 0.1% 정도의 유전적 다양성을 갖는 것은 현대인이 독자적인 종으로 가지치기해 나온 시기가 겨우 10만-20만년 전즈음 이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는 진화적인 관점에서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들의 90% 이상에서도 아마 비슷한 양상일 것이다.

즉,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체가 100,000-200,000에 갈라져 나올만큼 매우 적은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인간을 비롯한 90%의 종이 낮은 유전적 다양성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일 뿐 거의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는 말이 아니다. 심지어는 저자는 그럴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뿐 90%의 종이 그렇다고 이야기한것조차 아니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읽어야 한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쓰고 있다.

“Mostly synonymous and apparently neutral variation in mitochondria within species shows a similar quantitative pattern across the entire animal kingdom. The pattern is that that most—over 90% in the best characterized groups—of the approximately five million barcode sequences cluster into groups with between 0.0% and 0.5% variance as measured by APD, with an average APD of 0.2%.”

(편집자 역) 한 종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발견되는 변이들 중 아미노산의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변이들의 양상은 모든 동물계를 통하여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난다. 약 5백만개 이상의 바코드 시퀀스 중 약 90% 이상이 APD로 계산하였을때 0.0%에서 0.5% 이내의 그룹들로 분류가 되고 그 평균은 0.2% 정도다.” (Pairwise Distance란 계통학에서 두개의 다른 생명체가 진화적으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우선 90%의 생명체 이야기는 90%의 best characterized group을 말하는 것일 뿐이며, 이는 생명들의 유전적 다양성을 APD(Average Pairwise Distance)로 나타내었을 대 이것이 0.0-0.5%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대체 100,000-200,000년은 어디서 온 것일까?

Modern humans are a low-average animal species in terms of the APD. The molecular clock as a heuristic marks 1% sequence divergence per million years which is consistent with evidence for a clonal stage of human mitochondria between 100,000- 200,000 years ago and the 0.1% APD found in the modern human population.

(편집자 역) 근대 인류는 APD가 낮은 종이다. 대략적으로 추산해 보았을때 분자적으로 측정되는 진화의 속도는 1%정도의 변이가 발견되는데 백만년이 걸리는 정도이며, 이는 인간 미토콘드리아의 초기 단계가 10만-20만년 정도라는 점과, 인류에게서 발견되는 APD가 0.1%라는 사실과 일맥상통한다.

즉, 인류의 미토콘드리아의  다양성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의 “분화”시기를 이야기한 것이 바로 이때이며, APD의 범위가 0.0-0.2라는 점이 90%의 다른 “가장 특징적인 집단” 역시 비슷한 분화시기를 갖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미토콘드리아 분화를 종분화의 시점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애매하지만, 저자들의 이야기는 미토콘드리아 바코드 부분의 종간의 차이가 크니 이를 종분화의 시점이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종분화의 시점이라는 건 대체 또 무슨 말일까? 인간과 다른 종에 대한 이야기는 이러한 것들이 있다.

“Based on nuclear and mitochondrial genome analysis, polar bears (U. maritimus) hybridized with “ABC island” brown bears (U. arctos) about 50,000 years ago, with introgressive replacement of ABC arctos mitogenomes by maritimus mitogenomes.”

“핵과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저 분석에 의하면, 북극곰은 ABC섬 갈색곰(역자 주 : 알래스카 최남단의 10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에 사는 갈색곰)과 50,000년전에 교배를 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ABC 섬의 곰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가 북극곰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로 내부적인 교체가 일어났다.”

쉽게 말해,  해당 연구가 말하는 100,000-200,000년전의 “분화”는 해당 종집단의 상호 교배를 한 마지막 시점에 대한 이야기일 뿐, 갑자기 종들이 그때 다 나타났거나, 그때 동시에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즉, 이것을 동시에 그때 종들이 생겨났다라고 이야기하는 기자의 말은 가짜뉴스이며, 그가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2)는 저자들의 주장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이다. 해당 인터뷰에서 인간 참새 도요새가 언급된 부분은 이곳이다.

“In genetic diversity terms, Earth’s 7.6 billion humans are anything but special in the animal kingdom. The tiny average genetic difference in mitochondrial sequences between any two individual people on the planet is about the same as the average genetic difference between a pair of the world’s house sparrows, pigeons or robins.”

(편집자 역) 유전적 다양성의 관점으로 볼때 지구에 살고 있는 76억명의 사람은 동물계에서 하나도 특별할게 없는 존재이다. 두 사람의 미토콘드리아가 가지고 있는 미세한 차이는 한 쌍의 참새나 비둘기, 혹은 도요새 한 쌍에게서 서로 발견되는 미토콘드리아의 차이와 거의 같다.

자. 이곳에서 인간과 참새, 도요새는 각각의 “개체간의 미토콘드리아 서열의 차이”가 비슷하다고 말한다. 즉, 유전자 배열이 같은 것이 아니라 유전적 다양성이 같은 것이며, 심지어는 전체 유전자가 아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한하는 매우 조그만 부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해당 논문은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의 극히 일부인 DNA바코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 유전자 배열이 거의 같다는 주장은 완전한 왜곡이며, 기자는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위의 두가지 결과만 갖고 보자면,

기자가 주장하는 “모든 생명체가 하나님으로부터 개별적으로 창조됐으며 과거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존재해왔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내용”과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유전적 다양성의 형성과정 자체가 진화를 상정하고 있으며, 90%의 종이 “다른종과의 교배”를 하지 않게 된 시기를 구하는 것이 창조설과 부합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기자는 명백하게 가짜뉴스를 유포했으며, 그 행위를 반성은 커녕 적반하장으로 이상한 주장을 추가해 본인의 무지를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로, 국민일보 기자는 “이 논문을 통해 진화론을 전면 부정하거나 진화론이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한 적은 없”다고 말했는데, 그럼 제목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근거 잃은 진화론”이라는 제목과, 해당 왜곡된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저널 제목인 “휴먼 에볼루션” 하나만 바꾸는 기자의 행동을 보면서 필자는 기자가 과학을 다 떠나 자신의 직업윤리까지 버린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기자는 Jay Lee라고 하는, 한 블로거를 들이대며 과학자들을 비판한다고 주장한다. 학위는 권위가 아니나, 최소한 논문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마저 하지 않은 사람의 주장을 당당히 기사에 실은 것은 황색잡지 언론들에서나 하는 보기드문 수준의 주장이다. 국민일보 기자님이 전혀 관련없는 비전공자의 비과학적 블로그를 언급하시는 것을 보며, 필자도 그런거 한 5분이면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는 해당 내용과는 달리 실제 과학 전공자(필자)의 블로그로 말이다. 그래서 해당 기사를 쉐어한 필자의 블로그와 페이스 북 월에 달린 댓글만으로 기자님 스타일의 글을 한번 써보도록 하겠다.

“기사 속의 기사” 국민일보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국민일보 기자의 가짜뉴스에 대한 어이없는 옹호가 계속되는 가운데, 해당 기사의 주장에 대해, 한 신경생물학자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의 월에는 다양한 내용으로 기자의 행동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스꿩크Works블로그를 운영하는 운영자는 ‘원래 사기꾼들이 말을 이상하게 한다. “진화론이 뒤집어진다”는 둥 “진화론이 근거를 잃는다”는 둥 떠들다가 정작 반박을 당하면 “난 진화론이 틀린거라고 한 적 없는데?”하는 것이 딱 사기꾼들이 하는 짓이다. 이런 소리를 하는 자의 말은 들을 가치가 없다. 책임을 안 지기 때문이다.’라며, 해당 기자의 사기꾼과 같은 행적을 비판했다. 한 물리학 전공자는 “블로거를 인용해서 신경과학자랑 교수를 반박하는군요 대단하다”라고 하며, 해당 기자의 비전문성을 비판했다. 마침 유전 진화 파트를 공부하던 한 기독교인 물리학 학부생은 기자의 왜곡에 대해 “욕을 하고 싶을 정도”라고 심정을 토로하며 기자에게 “최소한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는 점을 이야기했다.푸른 소나무 숲 블로그 운영자는 “창조론자들은 진화론 논문도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보고 자기가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하고 나서 창조론을 지지하는 논문인줄 안다.”며, 기자의 왜곡된 체리피킹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폴아저씨 블로그 운영자이자 물리학 전공자인 한분은 “진화/창조/유사과학을 떠나 관련 전문가의 코멘트도 없이 과학자의 지적에 대해 “과학적으로” 니가 틀리고 내가 맞고 니가 왜곡/매도 하는 거라고 주장하는건, 언론인으로서의 기본적인 윤리문제”라고 이야기하며, 해당 기자의 직업윤리 부족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이것이 “정말 심각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매우 의외의 결과였기 때문에 엄격하게 반박을 시도했다”라고 말한 적이 없다. 이는 기존 인터뷰, 논문 내용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저자들이 직접 한 인터뷰와 논문을 통째로 읽어본 필자는 대체 그런 말이 어디 나오는지 한참을 찾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고, Phys.org에 저장된 AFP기사에 잠깐 이야기가 나온 “This conclusion is very surprising, and I fought against it as hard as I could”이부분을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 해당부분은 종간의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가 예상치 못했다는 정도이며, 저자들은 이를 “반박”하려고 했다는 말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럼 제일 뭐가 놀랍다는걸까? 원문 인터뷰 글에서 놀랍다는 말은 크게 두번 사용되었다.

The study results represent a surprise given predictions found in textbooks and based on mathematical models of evolution that the bigger the population of a species, the greater the genetic variation one expects to find.

(편집자 역) 기존의 수학적 모델에 기반한 예측에서는 종의 인구수가 많을수록 그 안에서의 유전적 다양성도 커진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우리의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어서 놀랍다.

즉, 이전의 글에서 말했듯, 해당 연구는 인구수의 증가가 유전적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라는 점이다.

The researchers have made novel use of the collection to examine the range of genetic differences within animal species ranging from bumblebees to birds and reveal surprisingly minute genetic variation within most animal species, and very clear genetic distinction between a given species and all others.

“학자들은 호박벌부터 새까지 유전적 다양성의의 범위를 측정한 것을 새로운 방향으로 사용했으며, 해당 종들과 타 종들 사이의  놀라울만큼 적은 종들내의 유전적 다양성과 매우 확실한 유전적 차이를 발견했다.”

마찬가지로 현생종간의 유전적 차이와 해당 종 내에서의 유전적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

이와 같은 결과가 놀라울 수도, 예측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해당 인터뷰 그 어디에도, 저자들이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은 없다. 저자들중 한명이 이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라고 이야기한 AFP의 기사는 문제가 많아 삭제되기도 했다. 즉, 국민일보의 기자가 이부분이 “명맥을 같이한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가짜뉴스이며, 그의 모든 말은 가짜뉴스의 모래성 위에 지어진 거짓말들에 불과한 것이다.

과학은 연구를 통해 발견한 증거를 바탕으로 하는 학문이 틀림없다. 진화라는 것은 이러한 증거들을 통해 찾아낸 답으로서, 우리는 이미 직접 관찰 가능한 진화까지 목격한 상황이다. 이 발견에 대해 저자들은 진화를 직접적으로 서포트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 논문과 인터뷰를 꼼꼼히 읽어본 신경유전학 전공자인 필자 역시 저자들이 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논문과 인터뷰 그 어디에서도 해당 연구의 결과가 진화와 대립되는 부분은 없었으며, 그와같은 오해를 살만한 부분조차 없었다. 필자는 국민일보 기자가 논문은 커녕 인터뷰조차 읽어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국민일보 기자는 잘못 쓴 기사를 이용하여 과학자들의 말을 진영싸움이라고 몰아세우고, 신빙성이 떨어지는 블로거의 비과학적 주장을 당당히 기사에 싣고 있다. 이런 것은 과학에 대한 지식을 떠나 기자로서의 직업 윤리를 버리는 것이며, 사실 전달이 목적인 언론 자체의 목적을 더럽히는 행위이다.

필자는 창조설자들에게 생각하거나 과학을 공부하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이러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것까지도 어느 정도 그럴 수 있다고 치겠다. 하지만, 반성조차 하지 않고, 여러번 정정보도를 요청한 필자의 이메일등을 철저히 무시하며, 계속 가짜뉴스만을 고집하는 이러한 기자의 행위와, 이러한 기자를 방관한 국민일보는 스스로의 문제점을 직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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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uroSum

신경과학 (Neuroscience) 연구자 입니다. 진화에 관한 올바른 과학적 상식과 창조 과학의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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