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 향수 자극해 정은 우상화 고조시켜

북한 당국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태양절 행사를 3대 후계세습 구축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태양절 기념행사가 예년 수준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올해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한 이후 처음으로 맞는 태양절이라는 점에서 후계 세습과 관련해 각별한 의미가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그동안 김일성 생일을 김정일 생일(2.16)과 더불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고,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특별배급을 실시해 왔다. 올해 배급은 김정일뿐만이 아닌 김정은의 배려 때문이라는 선전을 동시에 전개해 후계자의 지위를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정은이 젊은 시절 김일성의 모습을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태양절은 세습 체제 정당화에 주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에 대한 향수 효과를 불러일으켜 ‘김정은 띄우기’에 이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정은은 공개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지난해 9·28 당대표자회때도 할아버지인 김일성과 빼닮은 모습을 연출했다.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만큼은 큰 불만이 없었던 당시 시대를 떠올리게 함으로써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3대 후계체제에 대한 불만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실제로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시대에는 그래도 굶어죽는 사람들은 없었는데 김정일 시대에는 먹고사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김정일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이번 태양절 행사를 김정은이 직접 지휘·지도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노출해 김정은의 리더십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김정일이 태양절을 앞두고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제27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 공연을 김정은과 함께 관람을 하거나 해외 초청 인사들을 영접하면서 김정은을 내세울 수도 있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김일성 생일 전날 평양 대동강변에서 연 축포야회를 김정은이 주도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14일 “북한이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김일성 주석의 생일 하루 전날 밤에 축포야회(불꽃놀이) 행사를 했으며, 올해도 관련 준비를 하는 움직임이 있다”며 “북한이 15일 ‘축포야회’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내부 소식통은 “북한당국이 강성대국 치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평양 10만호 주택건설 사업을 김정은이 주도하는 것으로 내부선전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태양절 행사도 정은 대장의 주도적인 지휘로 성대하게 치러졌다고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최대 명절인 태양절에도 인민들을 챙긴다는 후계자의 ‘인민성’을 보여주려고 김정일이 지난 최고인민회의 때처럼 김정은을 데리고 현지지도를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혁명전통 계승’과 ‘백두혈통’을 부각시켜 3대 세습에 대한 주민들의 반감을 최소화시키고 세습의 정당성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은 과거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세습의 명분을 쌓기 위해 김일성의 혁명 위업을 후임 지도자가 이어 계승해야 한다는 ‘혁명전통 계승’이라는 문구를 만들어냈다. 흔히 ‘후계자론’이라고 불리는 이 논리는 김정일이 자신의 권력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 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대북 소식통은 “이번 태양절에는 김정은이 김일성의 손자라는 것을 부각시켜 소위 혁명전통 계승과 백두혈통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이러한 강조를 통해 김정은 3대세습의 정당화를 주민들에게 세뇌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태양절을 통해 김일성과 김정은을 동일시하는 선전 작업 벌이는 등 정은에 대한 우상화를 한층 고조시킬 것”이라면서 “특히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김정일과 세습체제에 대한 비판을 무마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 연구위원은 “특히 이번 태양절을 통해 정은의 초상화를 주민들에게까지 배포해 걸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태양절 전후 한 달 여 동안 각 지역 단위에서 김일성 우상화 교양학습을 통해 주민들의 사상적 재무장을 시도할 것”이라면서 “동시에 각종 문화·체육 행사를 통해  명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나아가서 후계체제의 안정화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리더십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김일성을 통한 후계자 김정은의 이미지 부각과 우상화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게 탈북자들과 대북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처벌을 두려워 해 겉으로는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김정일과 3대세습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있다는 것이다.


한편,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은이 김일성과 닮게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 성형수술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김정은이 김일성과 너무 빼닮았다는 점 때문에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강도 출신 한 탈북자는 “김정은이 아무리 성형수술을 했다고 해도 김일성의 선하고 후덕한 이미지까지 갖출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일성에 대한 주민들의 좋은 생각을 김정일이 다 말아 먹었기 때문에 김정은이 아무리 정치를 잘한다고 해도 실제로 생활이 좋아지지 않으면 3대세습에 대한 불만은 여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도 “북한이 주민들로 하여금 김일성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만으로는 후계자에 대한 자발적인 충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