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인질 납치극 아직도 ‘현재 진행형’

  • 입력 2008년 7월 19일 03시 00분


아프간 한국인 피랍사건 1주년

반군 “달러 벌이에 최적”… 테러 등 폭력행위 2001년 이후 최악

“아프가니스탄에서 인질 납치는 이제 대단히 큰 사업(big business)이 됐다.”

지난해 아프간 한국인 피랍 사건 당시 본보의 현지 통신원으로 활약했던 아미눌라 칸(가명) 씨는 18일 통화에서 “한국인 인질 납치를 지휘했던 물라 사비르의 탈레반 요원들이 최근 프랑스인을 납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인 봉사단원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 지 19일로 1년이 됐다. 지난 1년 동안 아프간에서 발생한 인질 사건은 언론에 보도된 것만 해도 수십 건에 이르며 아예 보도조차 안 된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칸 씨는 전했다.

○ 탈레반의 최대 사업으로 떠오른 납치

아프간에서는 탈레반 등 반군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피랍 사건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질 사업이 어느덧 탈레반의 자금 확보와 동료 포로 석방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됐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이달 10일 한구지역에서 아프간 군인과 정부관계자 11명을 납치해 인질로 삼은 뒤 탈레반 포로 7명과 교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2월 탈레반에 납치됐던 타리크 아지주딘 아프가니스탄 주재 파키스탄대사의 사례는 탈레반 인질사업의 목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임지인 아프간 카불로 향하던 그는 운전기사, 경호원과 함께 납치됐다 3개월 만에 풀려났다.

당초 국경지대 갱단에 납치됐다가 여러 경로를 거쳐 탈레반의 손에 넘겨진 그는 파키스탄 정부가 4월 20일 친탈레반 인사인 수피 무하마드 이슬람법실행운동(TNSM) 지도자 등을 풀어준 뒤에야 석방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은 13일 파키스탄 일간 ‘돈’을 인용해 “파키스탄 정부는 아지주딘 대사의 석방을 위해 250만 달러를 지불하고 반군 40명을 풀어줘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있는 탈레반 세력이 3월 탈레반 죄수와 교환하기 위해 외국 군인과 언론인, 기술자를 납치해 억류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한 뒤 인질 사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탈레반의 세력 확장으로 뒷걸음치는 아프간 정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미군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한 지 7년이 지났지만 탈레반과 다른 반군의 세력이 확장되고 마약 밀매는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도 최근 무장세력의 폭력 행위가 2001년 탈레반 정권 전복 이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탈레반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활동지역이 주로 아프간 남부지역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주도하는 국제안보지원군(ISAF)의 공세에 한때 밀리는 모습을 보이던 탈레반과 알 카에다는 올해 들어 세력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4월에는 옛 소련 침공 격퇴 전승 기념식장을 공격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의 암살을 기도하는 등 수도 카불에서도 실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달 7일에는 카불 주재 인도대사관 앞에서 차량 폭탄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지난달 13일에는 탈레반이 남부 칸다하르 교도소를 습격해 수감자 1100명(탈레반 요원 400명 포함)을 탈출시키기도 했다.

AP통신은 6월 한 달 동안 아프간 내 연합군 사망자가 45명으로 탈레반 정권 붕괴 이래 최대 숫자를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이라크에서의 사망자 수를 앞질렀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처럼 전황이 역전되는 듯하자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6일 “빠른 시일 안에 병력을 추가로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전쟁의 중심축을 이라크에서 아프간으로 옮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여기에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아프간의 앞날마저 불투명하다.

포린폴리시는 “지난달 파리에서 열린 아프간 공여국 회의에서 참가국들은 210억 달러에 이르는 재건 비용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런 지원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아프간 정부 내 부패 척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린폴리시는 특히 “아프간 관리들 사이에서 ‘탈레반은 잊어라. 최대 문제는 부패한 경찰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기승과 관료의 부패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카르자이 정부의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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