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신문의 방송 진출 허용을 뼈대로 한 미디어법이 시행될 경우 보수적 여론의 지배력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언론법 저지 총파업 관련 3차 공판에서 미디어법이 언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산하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에서 야당쪽 위원으로 활동했던 이 교수는 피고(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등 4명)의 요청에 따라 '전문가 증인'으로 채택돼 증언대에 섰다.

"학자적 양심에 어긋나지 않도록 증언하겠다"고 입을 연 이 교수는 해외 사례를 중심으로 대기업 진출과 신문·방송 겸영에 따른 언론 환경 변화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먼저 거대 기업이 미디어그룹을 소유하면서 공익보다는 사익을 추구하기 시작해 뉴스가 보수화되고 공공성이 약해졌으며 지역언론이 고사하는 한편 언론노동자들의 근로조건도 크게 후퇴했다고 강조했다.

   
  ▲ 이창현 국민대 교수  
 
그는 특히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폭스TV에서 편집장이 매일 '써야 할' 기사와 '쓰지 말아야 할' 기사를 자사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지시한 'Copy of Internal FOX Memo'를 화면으로 보여준 뒤 "사주나 재벌, 유착관계에 있는 보수 정치인의 이익이 (보도 가치 판단에서)우선시되면서 방송 뉴스가 보수화됐다"고 지적했다.

신방 겸영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겸영에 따른 미디어 다양성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선진국들도 모두 적정 규제를 하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신방 겸영으로 여론 다양성이 약화되는 한편 보수적인 여론의 지배력이 높아지고 정치와 언론이 유착되는 폐해도 가져왔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기업의 방송지배와 신방겸영은 문화의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언론의 사회적 감시의 기능, 언론노동자의 노동 현실을 약화시킨다"며 "미디어법은 산업적인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하지만 미디어의 본질은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고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재판은 보수단체 라이트코리아 봉태홍 대표가 지난 2월 언론노조가 한나라당의 언론법 개정안에 반대해 벌인 1·2차 총파업과 관련해 박성제 MBC본부장, 정영하 MBC본부 사무처장, 최성혁 MBC본부 교섭쟁의국장(고발 당시 직책)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양부남)는 지난 6월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박 전 본부장을 업무방해 및 미신고 불법집회 혐의로, 정 전 사무처장과 최 전 국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봉 대표가 고발하지도 않은 최 위원장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 언론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해 기획·인지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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