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효능 결과 놀랍지만 효과에 대한 답은 없어"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미국 화이자-독일 바이오엔텍이 자사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가 임상 3상 중간결과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지난 9일 보도자료로 밝히자 국내외 전문가들은 "가장 낙관적인 기대를 뛰어넘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화이자 주가가 중간결과를 발표한 날 15%까지 상승했으며 화이자가 주장하는 90% 이상의 효과가 현실이라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한 지 약 1년 시점에서 굉장히 고무적인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길 인공지능 빅데이터 융합센터 센터장)도 효과적인 백신이 곧 개발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면서도, 보급과 접종에 대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다고 말했다.

메디칼업저버는 정 교수를 만나 화이자 코로나19 백신뿐만 아니라 국내 보급 및 유통 문제에 관해 물어봤다. 

가천대 의대 정재훈 예방의학 조교수(길 인공지능 빅데이터 융합센터 센터장).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정재훈 교수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화이자가 발표한 90% 이상의 효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사실 백신 결과를 봤을 때 놀랐다.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후보 중 효과(effectiveness) 또는 효능(efficacy)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던 첫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금 다양한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전문가는 효능이 50~60% 정도만 돼도 '대박'이라고 하지만, 화이자 백신의 효능이 최소한 90%이라고 보고했다. 이것은 백신 또는 예방의학 전문가 입장에서도 굉장히 놀라운 성과다.

하지만 '효능'과 '효과'의 정의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의견이다. 즉 제조사가 주장하는 효능이 환자가 실제로 경험하는 효과 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염병을 통제하는데 필요한 것은 효능이 아닌 효과다. 

화이자 보도자료는 '효능'이라는 표현이 사용했으며 '효과'라는 단어는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두 단어가 조합되면서 모든 게 '효과'로 인식하고고 있다.

학술적으로 90% 이상의 효과라는 것은 실제로 리얼월드(현실 세계)에 적용했을 때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화이자 백신 후보가 효과적인지에 대한 정답이 아직 없다. 다만 효능이 90% 이상이라는 것도 기대 이상이다.

- 화이자는 사상 첫 mRNA 백신이다. 이에 대한 의견은? 
mRNA 백신은 현재 이론적으로만 가능했다. 화이자는 기대 이상으로 mRNA 백신이 효과적인 것을 거의 처음으로 증명한 것이다. 모더나도 mRNA 백신이지만 화이자 백신이 먼저 개발이 된다면 첫 mRNA 백신이 된다. 

하지만 mRNA 백신은 매우 불안정하다. DNA 백신에 비교하면 DNA는 두 가닥으로 서로 꼬였다. 예를 들어 머리를 양 갈래로 묶으면 풀리지 않지만 한 가닥으로 감으려고 하면 풀린다.

RNA는 한 가닥이라 자동으로 풀리고 없어지는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번 백신 개발에 RNA가 풀리지 않고 고정될 수 있도록 가닥을 젤리와 같은 물질 안에 넣는 듯 안정적인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신기술을 개발했지만 RNA 자체가 너무 불안정하기 때문에 영하 70℃도에 보관하는 등 초저온 기술이 필요하다. 다만 mRNA가 막상 신체 내 주입되면 이는 단백질을 만들고 항체를 생산하는 능력, 항체를 끌어내는 능력이 기대 이상일 수 있다. 

- 화이자 백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긍정적인 것보다 없었던 희망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백신 전까지 과거의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워 보였다. 정상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집단면역' 주장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길이 조금 보인다. 이번 소식으로 백신이 당장 개발돼서 내일부터 보급되고 모두가 접종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절차가 모두 이뤄질 때까지 최소 1~2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1~2년 이후는 끝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에 보관해야 한다는데.
최초로 제시된 온도가 영하 70℃지만, 화이자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유는 화이자는 실험 이후 영하 30℃, 50℃, 60℃ 등 다양한 온도에서 보관할 수 있는지, 상온노출은 어느 정도 가능한지 등 확인할 것 같다. 결국 지금은 영하 70℃라는 운송 및 보관 조건이 있지만, 이는 보수적인 수치이며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이보다 큰 문제는 전 세계 어디서도 mRNA 백신을 실제로 보급하고 운송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지의 영역이며 화이자 백신을 사용하겠다고 결정하면 새로운 프로토콜, 운송 체계 등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결국 역학조사·PCR 시스템 등을 적용하는 방법과 백신을 보급·접종 방법은 새로운 도전이다. 모든 것을 완전히 새롭게 풀어가야 한다. 

즉 지금은 효과적인 백신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지만 백신을 보급 및 접종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산더미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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