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반대말은 죽음이다

공희준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6-12-25 12:00: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 공희준 정치컨설턴트
신생아 숫자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필연적으로 불러올 인구절벽 사태로 말미암아 나라가 곧 망할 것이란 우울한 경고성 전망을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온 터라 솔직히 별 감흥은 없다.

더군다나 나는 보수우파적 정치이념의 소유자이다. 남의 자식도 아니고, 자기 자식을 낳으라고 권하는데도 기를 쓰고 낳지 않으려는 사람들은 그냥 혼자 무자식 상팔자로 편안히 살게끔 내버려두는 것이 상책이라고 믿는다. 대신 나중에 쓸쓸한 노년을 맞았을 때 크나큰 후회감이야 몰려들겠지만 그 또한 본인들이 선택한 일이다. 젊어서는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나이 들어 선택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한 인간의 삶의 올바른 순서다. 젊어서의 선택의 자유는 사유화하면서, 늙어서 치러야만 할 선택의 대가는 사회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최순실 모녀 뺨치는 일종의 도둑놈 심보일지도 모른다.

국가의 3요소는 주권과 영토와 인구다. 식구 없는 가족 없듯이, 인간이 살지 않는 국가는 세상에 존재하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법이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학자들은, 인구절벽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그와 같은 문제의식 아래서 사상 최소의 신생아 탄생 숫자를 공포감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봤으리라.

그런데 나는 아직까지는 인구감소 문제를 크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냐?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은, 저출산 문제에 관한 해법은 진즉에 나와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간단해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다. 뜸이 길었다. 그 해법과 대책을 이제 소개해보련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3조의 내용이다. 역대 최저치의 신생아 숫자는 우리가 휴전선 이남의 영토에만 고집스럽게 시선을 한정할 때 도출되는 통계다. 시야를 헌법에 규정된 대한민국 영토 전체로 확대하면 한반도에는 나라의 운명을 이끌고, 겨레의 내일을 이어갈 작은 거인들이 고고지성을 울리며 여전히 적잖게 태어나고 있다.

물론 북한의 인구는 남한에 비해 훨씬 적은 2,511만 명이다. 출산율도 1.9명으로 높은 숫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반면에 총수로서의 신생아 숫자는 남한과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더욱이 북한이 남한과 비교해 아이를 낳고 키우는 환경이 훨씬 더 열악한 조건의 사회인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신생아 숫자를 반드시 적다고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북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남한 여성들의 그것보다 활발했으면 활발했지, 저조하지는 않을 듯싶다. 북한 남성의 군복무기간은 무려 10년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유지되어온 이른바 선군정치 체제에서 군부가 경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는 하나, 한 나라의 생산의 중핵은 역시나 민간 부문이다. 따라서 북한 경제는 북한 여성들이 전적으로 떠맡다시피 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의 평균 지능은 세계 3위다. 국민들의 평균적인 지능지수가 북한을 앞선 나라는 과도한 사교육과 밤낮의 구분이 없는 컴퓨터 게임으로 “지능을 강제로 개발당해온” 홍콩과 한국뿐인지라 사실상 북한 주민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머리가 좋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직업이 애국인 사람들]이 설마 이런 부분까지 종북 발언이라고 물고 늘어지지는 않겠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으로서 한때 지구촌의 소비자 물가를 들었다놨다하며 우리나라 서민들에게는 원수 같은 인물로 통했던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는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서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만약에 망하게 된다면 인구가 줄어서 망하지는 않는다. 인력이 부족하고 인재가 모자라 나라가 망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은 아이 낳는 것을 죽어라 싫어하는 남한만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좌파 성향의 인물들이야 사회구조의 영향 운운할지도 모르겠지만 심지어 천국에서조차 출산율은 낮을 것이 확실하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은 비록 더럽지는 않을지언정, 위험하고 고된 일이 명백한 탓이다. 허나 인간이라는 동물이 다른 고등 생명체들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을 의미 있고 필요할 경우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한국의 고질적인 저출산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단연 효과적이면서도 유일한 방법은 남북한의 통일이다. 남한은 박정희의 개발독재가 출현한 이래로 반세기 넘도록 ‘무자식 상팔자’의 통념이 지역과 계층과 성별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해왔다. 정권의 성격이 진보이건 보수이건 상관없이 지난 정부들이 내놓은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근본적 원인은 ‘무자식 상팔자’라는 잘못되고 비뚤어진 문화적 인식과의 싸움은 아예 손을 놓은 채 오로지 경제적 인센티브의 관점에서만 저출산 문제에 접근한 데에 있다. 염장 지르는 얘기겠으나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같은 금수저 물고 태어난 부자들에게마저 출산과 육아는 죽을 만큼 하기 싫은 일이다. 내가 물질적 보상의 차원에서 출발하고 만들어지는 모든 저출산 대책은 단 한 개의 예외도 없이 종국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해답은 ‘무자식 상팔자’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뼛속까지는 파고들지 않은 다수의 새롭고 건강한 대중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데 있고, 북한은 그러한 사람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다. 그럼에도 북한과의 맹목적 대결에만 편집광적으로 집착한다면 이건 한민족이 자발적으로 인종청소하자는 무지막지한 소리와 다름없다. 내가 통일의 반대말은 분단이 아니라 죽음이라고 확신하는 까닭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공희준 공희준

기자의 인기기사

많이 본 뉴스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