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북한의 의류생산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통일뉴스>는 북한 경공업성 허철산 국장의 2월 2일자 <조선신보> 인터뷰를 인용하며 북한이 “최근시기 질좋은 경공업제품을 만들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갖추어졌다”며 평양양말공장, 신의주방직공장, 보통강신발공장, 평양방직공장 등을 예시했다고 보도하였다.

북한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의류산업의 현황을 어떻게 주장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북한사회의 현실을 이해하는데 필요하다 하겠다.

솜에서 실을 뽑는 방적공장

의류산업은 맨 먼저 솜에서 실을 뽑는 방적과정, 실로 천을 짜는 방직과정, 천을 염색하는 염색과정, 천을 재단해서 옷을 만드는 재단과정으로 나뉠 수 있다. 이 과정에 의류를 설계하는 과정이 포함될 수 있다.

평양방직공장은 이 모든 과정을 한 군데에 갖추고 있는 섬유생산 공장이다. 평양방직공장은 방적종합직장, 화학섬유방적종합직장, 직포종합직장, 염색종합직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의류산업의 첫 단계는 무엇보다도 실을 뽑는 방적공장이다. 가장 보편적인 의복재료인 면화를 이용하건,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는 비단이건, 폴리에스테르 계열의 합성섬유이건, 비날론 섬유이건 간에 일단 의류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실을 뽑는 작업이 가장 기초이다.

▲ 평양방직공장의 해서기가 빙글빙글 돌아가며 솜을 뜯어내고 있다. 최근 들어 현대화된 이 공장을 2009년 7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지지도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우리민족끼리]

평양방직공장의 방적종합직장은 위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현대화되어 있다. 솜 다발을 차례로 뽑아 가는 실을 만들고 실이 굵기를 일정히 하며 끊임없이 보충해주는 공정이 자동화되면서 북한의 방적생산량은 크게 늘어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9년 7월 현대화된 평양방직공장을 현지지도하고 공장의 과업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평양방직공장이 자동생산설비를 갖추고 조업에 들어간 것은 2009년 7월께라고 볼 수 있다.

<통일뉴스>는 2010년 3월 18일, “혁신의 불길이 세차게 타 번져 매일계획을 200%이상 넘쳐 수행하는 혁신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우리민족끼리>의 기사를 전송하였다. 북측의 주장을 통해 본다면 현대화한 결과 방적생산능력이 2배로 증대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을 만드는 원료측면에서도 북한은 비날론 공업에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하다. <통일뉴스> 인용에 의하면 북한 경공업성의 허철산 국장은 “2.8비날론연합기업소가 지난해부터 가동하기 시작하여 비날론솜과 함께 염화비닐, 가소재를 비롯한 여러 수지원료, 화학자재가 나오게 되였다. 순천화학련합기업소에서도 비날론 생산을 시작하였다”며 “국내 화학공장들에서 원료, 자재를 보장하게 됨으로써 경공업부문에서도 자력갱생의 튼튼한 토대가 마련된 셈”이라고 자평하였다 한다. 외국으로부터 섬유원료를 수입했다는 이야기가 없고 국내생산설비를 갖추었다는 주장만 있다.

이 가운데 허 국장이 강조한 것은 특히 비날론이다. 허 국장은 2.8 비날론연합기업소에 이어 순천화학연합기업소에서도 비날론 생산을 시작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북한의 방적설비로 생산되는 실의 상당수는 비날론 실이라고 볼 수 있다.

비날론은 화학섬유 가운데에는 면과 가장 특성이 유사하지만 폴리에스테르보다 제조단가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다만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신의주방직공장의 뜨개실 생산공정이다. 2010년 11월 2일, <노동신문>은 북한 신의주방직공장에서 1만추 뜨개실 생산공정이 새로 꾸려졌다고 주장하였다. 추운 냉대지방인 북한은 의류공급에서 스웨터 형식의 겨울옷 생산에 주력한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북한 당국차원에서 뜨개실을 대량생산하여 주민들이 직접 스웨터나 목도리, 장갑 등을 만드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노동신문은 “이 뜨개실 생산공정은 컴퓨터에 의하여 자동 조종되는 현대적인 설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1만추 뜨개실이란 한번에 1만 가닥의 뜨개실을 뽑을 수 있는 설비란 내용이다.

실로 천을 짜는 방직공장

실을 만들었다면 이제 천을 짜야 한다.

북한은 평양 이외에도 개성, 사리원, 신의주 등지에 방직공장을 두고 의류를 생산하고 있다. 북한이 자체원료에 의거해서 실을 만드는데 천을 짤 때에는 실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한다고 볼 수는 없다. 북한이 생산하는 천도 상당부분 비날론 천이라고 볼 수 있다.

▲ 평양방직공장 염색종합직장의 자동화된 염색공정. [자료사진 - 통일뉴스/우리민족끼리]
2011년 1월 27일, <조선신보>는 평양방직공장 내에 데트론인견천직장이 신설되었다고 보도하였다. 신문은 비단처럼 부드러운 느낌과 가벼우면서도 질긴 데트론인견천을 여러 가지 색깔과 형태로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새 직장은 연간 수천만m의 천생산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주목되는 것은 평양양말공장이다. 2010년 11월 23일, <통일뉴스>는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인용, 북한의 여자양말 생산공정의 CNC화가 실현되고 그 결과 생산능력이 3.5배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사이트는 “양말짜기, 염색, 열처리, 포장 등에 이르는 모든 생산공정이 첨단설비들로 갖추어지고 컴퓨터에 의한 종합조종체계가 완비된 생산기지가 꾸려짐으로써 계절에 따라 여성들에게 질 좋고 맵시 있는 갖가지 양말을 생산 공급해줄 수 있는 밝은 전망이 열리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공장에서는 현재 200여종의 양말을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2010년 12월 21일자 <조선신보> 기사에 따르면, 최일룡(54살) 북한 경공업성 부상은 평양양말공장, 신의주방직공장, 평양방직공장, 함흥모방직공장, 평양신발기계공장, 평양방직기계공장, 신의주방직기계공장 등의 생산토대에 근거하여 “올해 천과 신발, 뜨개옷과 양말 등 모든 경공업 지표들에서 지난해에 비해 1.3배의 실적”을 냈다고 주장하였다.

2009년에 비해 2010년에 1.3배의 실적을 냈다는 주장이다.

의류생산의 목표는 2012년 4월

북한은 의류생산의 목표를 2012년 4월로 상정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 경공업성의 허철산 국장은 2012년 4월까지 소학교(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생들에게 교복을 동시에 공급할 목표를 세웠다고 하였다. 북한의 전체 학생은 약 6백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교복 600만벌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 2009년 9월에 개최된 '제7차 전국 조선옷 전시회' 모습. [자료사진 - 통일뉴스/우리민족끼리]
그렇다고 북한에서 교복이 과잉생산되어 넘쳐난다고 볼 수는 없다. 허 국장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교복은 모든 학생들에게 3년에 1번씩 공급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나라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인정하였다. 그는 “주석님께서 계실 때 하던 공급을 주석님 탄생 100돌에 즈음하여 정상궤도에 올려 세우게 된다”고 말해 2012년의 북한 교복공급 목표가 그간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던 교복공급을 정상화하는 것임을 밝혔다.

북한에서 교복 공급의 원칙은 3년에 1번씩 공급하는 것이므로 2012년에 600만벌의 교복이 동시에 공급된다면 그 설비는 이후부터 교복 외의 일반 의복을 생산한다고 볼 수 있다. 교복 설비가 양말, 속옷 등을 생산할 수는 없으므로 이는 곧 북한의 양복생산설비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가구를 600만 가구로 추산한다면 1년에 모든 가구에 의복공급이 가능하다. 북한이 현재 주장한대로 의류생산을 해낸다면 2012년이면 북한의 모든 집집마다에 양복 한 벌씩이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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