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정부 '중화민국 대만' 신명칭 채택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중화민국 대만'(中華民國 台灣)이라는 새로운 국가 명칭을 채택하며 독립 노선의 의도를 다시 드러냈다.

대만 신정부의 린취안(林全) 행정원장(총리)은 26일 입법원에 제출한 시정방침 보고서에 '중화민국 대만'이라는 명칭을 세 차례 사용했다고 홍콩 봉황망이 27일 보도했다.

린 원장은 신정부의 외교 방책을 밝히며 "국제사회에서 '중화민국 대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중화민국 대만'이 아시아를 기반으로 세계로 나가도록 하겠다" 등의 표현을 썼다.

이는 그동안 대만 정부가 자국을 칭했던 용어와 달라진 것이다.

그간 대만 정부는 대내적으로는 자국을 '대만', 또는 '중화민국'이라고 부르며 대외적으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운 중국의 요구에 따라 '중화 타이베이'라는 명칭을 써왔다.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한 린친옌(林奏延) 위생복리부장도 '중화 타이베이'라는 명칭을 썼다.

새 호칭은 대만의 국가로서 정체성을 한층 강조하며 탈중국 독립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차이잉원 정부가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중화민국 대만'이라는 호칭을 쓰겠다고 할 경우 중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대만의 국제 활동공간을 위축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린 원장은 또 중국과의 관계에서 "양안의 현상을 유지하는데 진력함으로써 일관되고 예측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양안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신정부의 '양안 현상유지' 정책을 재차 확인했다.

이는 차이잉원 총통이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밝힌 입장과 일치한다.

린 원장은 이어 "'중화민국' 현행 체제의 민주원칙과 민의를 존중하며 양안이 20여년간 협상과 교류를 통해 쌓아온 성과를 바탕으로 양안관계의 평화, 안정, 발전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대만의 새 정부가 노골적으로 대만독립 노선을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대만의 독자적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밍쿠이(紀明葵) 국방대 교수는 "차이잉원의 '점진적 대만독립' 노선이 이미 기정사실화됐다"이라며 "미국 주재 대만대표부의 대표를 '대사'로 격상시킨 것을 시작으로 '점진적 대만독립' 노선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차이 총통은 지난 23일 주미대표인 선뤼쉰(沈呂巡)의 사표를 수리하고 가오스타이(高碩泰) 전 주미 부대표를 신임 주미대사로 임명했다. 이 역시 국가로서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차이 총통은 취임 후 첫 외빈 면담 때에도 자국 정부를 공식 국호가 포함된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 정부' 대신 '대만 정부'라고 표현하며 '탈 중국·대만 정체성 강화 의지'도 분명히 했다.

jooh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6/05/27 12:1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