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트위터 열풍, 그리고 세 가지 교훈

일반입력 :2009/08/10 09:08    수정: 2009/08/13 18:53

류한석

전세계에 트위터(Twitter)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조사기관인 컴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트위터 가입자 수는 4,450만명인데 이는 지난 5월에 비해 19%가 늘어난 수치이다. 한달 만에 무려 700만명이 신규 가입을 한 것이다. 놀라운 증가세이다.

미국 내 가입자 수는 45%이고 55%가 미국 외 국가의 이용자들이다. 국내 조사기관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 6월 한달간 트위터의 국내 방문자 수는 58만명이었다. 이 수치는 지난 1월의 1만4천명에 비해 41배가 증가한 수치이다. 그리고 코리안클릭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트위터가 국내 사이트 순위 400위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한글화조차 안된 해외 사이트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같은 트위터 열풍 현상은 이미 언론을 통해 다 공개된 내용들이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트위터 열풍에 담긴 세가지 교훈을 찾아내어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혹시 아직도 트위터를 이용해보지 않은 독자는 필자 블로그의 ‘초보용 트위터 간단 가이드 10’을 참고하여 트윗팅 해보시기 바란다.)

첫째, 트위터는 기능이 중복되는 다른 소셜미디어 서비스들을 대체해 나갈 것이고 결국 블로그, 페이스북과 함께 3자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소셜미디어/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인터넷 역사를 살펴보면, 개인 홈페이지(1990년대 중반), 블로그(Blogger 등장 기준 2000년), 디그(2004년), 페이스북(2004년), 트위터(2006년) 등이 순서대로 등장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중에서 개인 홈페이지는 그 관리의 불편함으로 인해 쇠락하고 대부분 블로그로 대치된 형편이다.

블로그가 개인 홈페이지에 큰 영향을 미쳤듯이, 트위터 또한 블로그, 디그(Digg)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블로그의 성격도 일부 갖고 있고(그래서 마이크로 블로그라고도 한다), 디그의 기능도 일부 수용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블로거들이 트위터를 쓰면서 블로그에 소홀하게 되었다는 언급을 하고 있고, 트위터가 인기를 얻으면서 디그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글로벌 시장에 대한 얘기이며 국내 시장은 다음 칼럼에서 언급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인터넷서비스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무한대가 아니고(하루는 24시간이다), 또한 보다 빠르고 자극적인 서비스를 찾아서 계속 이동하기 때문이다.

트위터 열풍은 여러 소셜미디어/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의 시간 자원이 한정적이고 서비스들간에 중복되는 기능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트위터가 성공하는 만큼 다른 서비스들은 일정 부분의 지분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 즉 트위터의 성공을 계기로 여러 소셜 미디어들간에 역할 분담 및 시장 재편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정리해보면, 블로그의 경우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내용과 분량에 제한 받지 않고 맘껏 퍼블리싱 할 수 있다는 독자적인 가치가 있으므로, 비록 트위터로 인해 성장세에 있어 영향을 받을 지라도 일정 지분을 계속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의 경우 가장 잘 만들어진 소셜OS로서 향후에도 여전히 인맥 DB의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페이스북은 트위터보다 그 활용 범위가 훨씬 넓다. 그리고 트위터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서비스가 될 것이다. 이 세 서비스들은 서로의 기능을 일부 침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다.

이렇게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의 3종 세트가 당분간 이용자들을 장악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비슷한 카테고리의 나머지 서비스들은 어려운 시기를 맞이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서비스들은 독자적인 생존보다는 이 세 서비스들의 생태계에 어떻게든 합류해야 할 것이다.

국내의 경우 이와는 다른 형태로 진행이 될 텐데(페이스북은 국내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리고 트위터의 경쟁자 미투데이도 있다), 국내 전망까지 여기에서 다루게 되면 지면이 부족하고 논조가 흩트려지므로 다음 칼럼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국내 전망이 궁금하신 분은 다음 칼럼을 기다려주기 바란다.

둘째, 트위터는 웹과 스마트폰,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들이 잘 조화를 이룬 생태계를 만들어냈으며, 이는 이후 등장할 서비스들의 중요한 성공 모델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웹을 통해 트위터에 접속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며 나머지 이용자들은 오픈API를 통해 만들어진 다양한 PC용 애플리케이션 또는 아이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트위터의 웹 트래픽 통계는 트위터 이용률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 얼마나 많은 트위터 클라이언트가 존재하고 있는 지는 이곳을 참고하기 바란다.

트위터는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적합한 서비스이다. 즉 정보의 즉시 전달 및 RT(리트윗)을 통한 피라미드적 확산에 엄청난 파워를 갖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런 즉시성이야말로 모바일에 가장 적합한 특성이다. 트위터는 초기 디자인부터 모바일 이용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에 입력 가능한 글자 수도 140자로 제한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트위터 중독자들이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위터에 최적화된 트위터폰이 나올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모바일 특히 스마트폰은 현재 전체 IT 업계의 사업 분야 중에서 가장 전망이 밝은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향후 몇 년 내에 휴대폰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서비스에서 성공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트위터가 만들어 낸 웹-스마트폰-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의 강력한 결합을 필히 기억해야 한다.

이젠 PC웹만으로는 안 된다. 모바일웹이 중요하다. 그리고 외부의 여러 업체들이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을 열심히 만들어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볼 때, 모바일 활용성과 다양한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으로 무장한 트위터의 성공은 여러 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인터넷서비스에서 모바일 최적화, 그리고 써드파티 생태계의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셋째, 트위터가 현재와 같은 폭발적인 성공을 이루기까지 무려 3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신규 인터넷서비스를 준비하는 창업자, 업계관계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가입자 수가 290만명이었는데, 1년만에 4,450만명이 되었다. 물론 오픈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을 해왔고 IT업계에서 몇 번 이슈화가 된 적도 있지만, 실제로 트위터는 2년을 넘긴 이후부터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큰 폭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단의 차트를 보면, 특히 2009년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출처: Alexa).

사실, 이와 같은 현상은 페이스북 때도 동일했다. 페이스북 또한 초기 2년은 거의 바닥이었다. 나머지 성공한 서비스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그렇다. 아무리 성공할 운명의 인터넷서비스라 할 지라도 최소한 3년은 걸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3년 내에 서비스의 성패 유무를 판단하는 것 무리다. 그리고 창업자는 사업 초기에 3년 동안 먹고 살 수 있는 자금의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사업 초기 2년 동안은 주목도 못 받고 돈도 못 벌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물론 3년을 기다린다고 해서 안될 서비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전략이 불분명하고 잠재력이 없는 서비스라면 10년을 기다린다 해도 성공할 리 만무하다. 사업 전략이 없는 경영자들이 필자의 글에 위로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이것은 잘 될 서비스에 대한 얘기이지, 안 될 서비스에 대한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트위터가 등장한 초기에, 트위터의 가치를 폄하한 전문가와 투자자들이 많았다. 이용자들이 이런 휘발성, 소모성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그저 호기심에 한두 번이면 몰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하겠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예상들은 보기 좋게 틀렸다. 트위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진화했다.

초기에는 주로 이용자들이 잡담을 나누는데 그쳤지만, 어떤 미디어보다 더 빨리 특종을 전하고, 오바마가 정치에 활용하여 큰 이슈를 만들고, 연예인들이 독특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여러 기업들의 성공 사례까지 나오면서, 트위터는 소셜미디어로서 명백한 지위를 차지하였고 브랜드 도구, 마케팅 도구로 진화하였다.

명확한 사업 전략과 내재된 힘이 있는 서비스는 경영자의 실행력을 통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점점 진화한다. 그런 요소들을 갖춘 서비스라 할 지라도 3년은 걸린다. 그러니 3년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3년은 지켜볼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할 것이다. 지난 5년간 한국에서 성공한 신생 인터넷서비스가 거의 전무한 까닭은 3년을 버티지 못하는, 아니 버틸 수 없는 환경적 이유도 분명히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상으로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의 3종 세트와 웹-스마트폰-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의 3종 결합, 그리고 신생 인터넷서비스를 3년은 지켜봐야 한다는 3-3-3 교훈을 살펴보았다. 지면 관계상 국내 현황과 전망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한국에서 그다지 존재감이 없고, 트위터는 아직 한글화도 안된 외국 서비스이고, 스마트폰은 아직 한국에서 붐이 일지 못했고, 써드파티 생태계는 꿈도 꾸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떻게 진행될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소개하도록 하겠다. 그때까지 독자 여러분들, 트윗팅 열심히 해보시기 바란다. 해봐야 느낄 수 있고, 그래야 영감을 얻고, 그래야 이 빠르고 복잡한 소셜미디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