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세력 뿌리는 19세기말 개화파”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한국 보수세력은 19세기 말 조선왕조 시대 개화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개화파는 박규수로 대표되는 1세대와 김옥균·박영효·서재필의 2세대, 이승만·안창호 등의 3세대로 나눌 수 있는데, 이중 배재학당에서 서재필의 지도를 비롯한 이승만·유영석·신흥우 등 개화파 3세대가 독립협회와 상하이(上海)임시정부 활동을 거쳐 광복 후 한국 보수세력의 중추가 됐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필동 한반도선진화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국 전통보수의 발전과 과제’를 발표한 남시욱(광화문문화포럼 대표) 세종대 석좌교수는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 이념이 해방 후 미군정 당국에 의한 친미정권 수립을 계기로 비로소 한반도에 도입됐다거나 오늘날 한국의 보수세력이 지킬 가치와 이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일부의 주장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바탕이 되는 공화제(공화주의 이념)가 안창호 등 개화파 3세대가 주축이 돼 19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공립협회나 1907년 국내에서 조직된 비밀결사인 신민회 등을 통해 제기된 뒤 1919년 상하이임시정부에서 채택된 데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남 교수는 덧붙였다.

이번 세미나는 우리 사회에서 혼란을 보이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한반도선진화재단이 ‘보수를 말한다’라는 주제로 마련한 것. 한국 보수이념과 인맥의 형성을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활동한 구한말 개화파에서 찾은 남 교수는 한국 보수세력이 건국과 산업화뿐만 아니라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1980년대 후반 한국의 민주화에 재야세력이나 학생운동권 못지않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이끈 정통 보수야당 세력과, 이를 지원한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계와 각계 지도자들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그러나 “한국의 보수세력은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에 기여한 공로에도 불구하고 친일과 독재 옹호, 부정과 부패란 과오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며 “무엇보다 1980년대 탄생한 신군부세력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좌파세력, 특히 주사파들의 등장을 가능케 한 것은 한국 보수세력의 또 다른 큰 과오”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마오쩌둥(毛澤東)에 대해 ‘공(功) 7, 과(過) 3’이란 평가를 내린 덩샤오핑(鄧小平)을 예로 들며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 munhw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