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노골적인 親이스라엘 행보… “골란 고원,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해야”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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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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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에 나섰다.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시리아에게서 빼앗아 50년 넘게 무단 점령 중인 골란 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공식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등 국제법은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전쟁을 통한 영토 취득을 인정하지 않는 국제외교 관례를 무시한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이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52년 만에 인정할 때가 왔다”면서 “골란 고원은 이스라엘과 인근 지역 안정에 있어 전략적·안보적으로 상당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52년 전인 1967년 ‘6일 전쟁’으로 잘 알려진 3차 중동전쟁에서 시리아로부터 골란 고원을 빼앗아 지금까지 점령하고 있다. 시리아는 1973년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을 일으켜 골란 고원 탈환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스라엘은 1981년 골란 고원법을 통과시켜 이곳을 자국 영토로 사실상 편입했다. 이스라엘과 시리아는 한때 골란 고원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생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 합병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엔 안보리는 3차 중동전쟁 직후인 1967년 결의 242호를 통해 이스라엘이 골란 고원 등 점령지에서 병력을 철수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어 1981년 이스라엘이 골란 고원법을 통과시키자 “이스라엘이 골란 고원 점령지에 사법권과 행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무효이며 국제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은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에 강하게 반대한다. 지금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 영유권을 인정할 때가 전혀 아니다”라며 “앞으로 어떤 아랍 국가도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루지 못할뿐더러, 전쟁을 통한 영토 획득을 인정하지 않는 유엔 안보리 결의 242호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겠다고 돌연 선포한 것도 국제법을 무시한 행동으로 비난받았다. 유엔은 1947년 팔레스타인 지역을 분할해 아랍인 국가와 유대인 국가를 수립하면서 예루살렘은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땅으로 분류해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예루살렘 전역을 점령했지만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엔 총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 선언을 반대한다는 결의를 채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 않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격랑에 빠뜨릴 외교적 무리수를 두는 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밀월’ 관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비롯해 미 행정부 내부에 상당한 유대인 인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만간 이뤄질 네타냐후 총리의 미국 방문도 쿠슈너 고문이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을 3주 앞둔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5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 일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의 총선을 돕기 위해 골란 고원 영유권 인정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골란 고원 병합을 공식적으로 인정해달라고 미국에 압력을 넣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트윗이 나온 직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를 만들어 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 국민을 대표해 감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데이비드 프리드먼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와 함께 예수살렘 유대교 성지 ‘통곡의 벽’을 찾았다. 통곡의 벽은 이스라엘이 무단 점령한 동예루살렘 지역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미국 관리가 이곳을 방문하는 건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영유권을 인정한다는 해석을 낳을 수 있어 그동안 금기시돼왔던 행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2017년 5월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통곡의 벽을 방문한 바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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