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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국제심포지엄’에서 ‘한국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김귀옥 박사와 당시 이를 보도한 아사히 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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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세계적 권위지 중 하나인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군의 위안부 제도를 흉내 낸 위안부 제도가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에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보도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신문은 한국의 경남대 객원교수인 김귀옥(40)박사가 2월23일 교토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발표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이날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국제심포지엄’에서 군에 납치돼 위안부가 됐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육군본부가 지난 1956년 편찬한 ‘후방전사(인사편)’에 ‘특수위안소’라고 기록된 부분을 발견하고 1952년 한해에만 서울 등 4개 소대에서 89명의 위안부가 20만4천5백60회의 위안활동을 했다는 통계자료가 첨부돼 있다”고 논문을 통해 발표했다.
하지만 김 박사의 발표를 두고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았다. 엄청난 뉴스거리를 국내가 아닌 일본에서 발표한 것에 대해 의혹을 받은 것. 김 박사는 이에 대해 “일본에서 발표하는 것이 쟁점이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국제 심포지엄’에 발표한다는 것을 스스로도 고민했다”며 “56년의 후방전사가 여러 도서관에서도 발견이 된다는 것은 내가 아니더라도 일본이나 외국학자들에게도 언젠간 발견될 자료이기 때문에 한국학자에 의해서 발표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발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한국군 위안부와 관련한 추가자료를 찾는 데 한창인 김귀옥 박사를 만났다.
- 1997년에 후방전사의 위안부 관련 기록을 어떻게 처음 발견하게 됐나. 다른 자료는 없었는지.
▲ 북에서 월남한 사람을 상대로 이산가족에 대해서 연구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이 가운데 우연히 과거 북파공작원이었다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사람으로부터 군 위안부에 관한 존재를 처음 접하게 됐다. 이후 북파공작원들과 관련자들의 증언을 잇따라 확보하게 됐고, 1997년 전쟁기념관에서 육군본부가 작성한 ‘후방전사(인사편)’을 발견했다. 이후 기존 자료를 중심으로 서울에 있는 국방부 산하 연구소로부터 육군본부 연구실 등 주요 군사전문 자료실들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것이 계기가 돼 군부측에서 더 많은 자료가 나올 것으로 본다.
- 김 박사께서는 1997년 후방전사의 이 기록을 발견했는데, 그 후 이것을 조사하고 연구하면서 발표해야겠다고 결심한 시점은 언제인가.
▲ 2000년 6월 학술단체협의회에서 ‘한국전쟁, 어떻게 끝낼 것인가’라는 행사가 있었다. 그때 주제를 발표하면서 한국전쟁을 끝낼 때 비로소 한국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학술적으로 제대로 연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전쟁때 아직 다뤄야할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위안부라고 생각했다. 이때 논문을 결심하게 됐고 올해 발표하게 된 것이다.
- 후방전사의 이같은 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 과거 일본군은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종군위안부에 관한 자료와 기록을 소각하는 데 바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각하고 없애기는커녕 육군본부가 설치목적부터 장소, 이용 인원에 대해 자세히 기술해 놓았다. 당시에 육군본부 전사담당자들에게 어떤 역사 인식이 있었는지, 오히려 부끄럼(?)이 없어서 그랬다고도 판단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군부는 그러한 사실을 솔직히 시인했다는 점에서 일본군부에 비해 차라리 나은 점이 있지 않은가.
- 북파공작원이 북에서 납치와 강간을 통해 위안부를 두고 애까지 낳으면서 함께 살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남한 내에서 위안부가 공식·비공식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상부의 묵인하에 일어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 한국전 당시 위안부는 정규위안부와 비정규위안부로 구분할 수 있다. 정규위안부는 고정식과 이동식 위안부로 나눌 수 있고, 비정규위안부는 북파공작원이 여성을 납치, 고정으로 위안부로 운용한 장기적 위안부와 김희오 장군의 회고록에서 나온 것처럼 필요한 경우 일시적으로 데리고 와서 이용한 일시적 위안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비정규위안부가 나올 수 있었던 원인은 정규위안부에서 이미 위안부대를 운용했기 때문에 장기적·일시적의 형태로 위안부 운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 일부에서는 한국전 위안부를 두고 전시상황 하에서 일부 군인들에 의해 벌어진 성폭행 개념으로 인식하기도 하는데.
▲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그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과거 김학순 할머니의 종군위안부 고백 때도 불순한 의도로 보는 시선이 있었다. 많은 전쟁 때 성폭행이 일어났지만 모든 전쟁 때 무차별적인 성폭행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또한 성폭행이 있었다는 사실과 군이 운영한 위안대가 있는 것이 같은 성질의 문제는 결코 아니다.
- 위안부 설치목적, 규모, 인원, 위안활동 등의 자료가 공개됐다. 앞으로 국방부나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일단 국방부측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위안부 관련 자료가 있으면 공개해야 한다. 많은 자료가 전쟁 당시 소각돼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국측에서는 아직도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의 의지가 문제다. 정부는 이렇게 위안부 활동을 한 여성들의 신고를 받아서 보상문제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역사 바로 세우기를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