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69승57패(승률 0.548) │
3위경기당 득점│4.95
경기당 실점│4.11
로이스터 매직
말 안 듣는 아이에게는 매가 약이다. 그러나 매가 소용없는 아이들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예전부터 강압적인 분위기가 어울리지 않는 팀이다.
올 시즌 사령탑을 맡은 제리 로이스터(56) 감독이 가장 잘한 일은 롯데 선수들에게 운동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프로선수인데 억지로 운동을 시킬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게 로이스터 감독의 말이다. 포수 강민호(23)는 “훈련 강도가 낮다 보니 하다가 그만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찾아다니며 운동을 했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강조한 것도 로이스터 감독의 전략이었다. 자신감을 불어넣어 선수들의 잠재력을 100% 끌어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로이스터 감독이 유일하게 호통을 치는 경우는 선수들이 자신없는 플레이를 할 때다. 시즌 도중 주장을 맡은 조성환(32)은 “처음으로 이런 분위기에서 야구를 한다. 야구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목표 수정
롯데의 목표가 점점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이상구 단장은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니 다음 목표는 이보다 더 높다”고 했다.
롯데는 프리에이전트(FA) 우선 협상 기간 마지막 날인 11월 19일 밤 손민한(33)을 계약금 8억 원, 연봉 7억 원으로 잡아 전력 유지에 성공했다.
롯데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1월 27일 FA 홍성흔(31,전 두산)과 1년간 2억7900만 원에 계약했다. 홍성흔은 올 시즌 3할3푼1리의 타율로 물오른 타격을 과시하며 타격 부문 2위에 올랐다.
영점 잡다
영원히 잡힐 것 같지 않았던 장원준(23)과 강영식(27)의 제구력이 잡혔다. 페르난도 아로요(56) 투수 코치가 “자신 있게 승부하라”고 조언한 게 적중했다.
장원준은 “자신의 공을 믿는 게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강영식은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없고 전보다 스트라이크존을 넓게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남아도는 5선발
선발 투수가 많은 건 롯데만의 고민이다. 시즌 중반 1군에 올라온 조정훈은 낄 자리가 없어 선발로 제대로 뛰지 못했다.
12번의 선발 등판에서 5승3패 방어율 3.23, WHIP(이닝당 안타+볼넷) 1.28을 기록했다. 다른 팀에 가면 최소한 4선발은 할 수 있는 성적이다.
그러나 조정훈의 내년 시즌 보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롯데는 손민한이 FA이전만큼 활약을 한다는 전제 하에 일본프로야구처럼 6인 선발 로테이션을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보살의 황제
우익수로 938⅔이닝을 뛴 카림 가르시아(33)는 황금 어깨를 자랑한다. 송구가 강할 뿐만 아니라 정확하기까지 하다. 우익수 가운데 시즌 10개 이상의 보살을 기록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반시계 방향으로 주루를 하는 특성으로 우익수가 받는 공은 3루와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2루 앞뒤를 달리고 있는 주자들은 3루까지 과감하게 질주할 때가 많다.
가르시아는 이런 주자들을 상대로 올해 17개의 보살을 성공하며 강견의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해에는 두산 민병헌, 한화 고동진, LG 발데스, 롯데 김주찬 등 4명의 우익수가 5개의 보살을 성공한 것이 최다 기록이었다.
롯데를 위한 선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뜻밖의 금메달을 따면서 롯데 주축 선수들이 대거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베이징올림픽은 실질적으로 롯데의 승리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국가대표 4번 타자 이대호와 포수 강민호가 나란히 병역 혜택 선물을 받았다.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 없는 처지였던 투수 송승준(28)도 병역 문제를 해결하면서 롯데는 주축 선수 3명을 중심으로 장밋빛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웃고 있지만 입영 대상 우수 선수를 놓친 상무와 경찰청에서는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코르테스의 주무기
롯데는 시즌 내내 마무리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구원 투수로 괜찮은 활약을 한 임경완(33)은 마무리 투수감이 아니었다.
예민한 성격의 임경완은 5개의 블론세이브로 롯데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임경완 대신 등장한 최향남(37)은 정반대의 성격이 문제였다.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0km가량이었지만 지나친 정면 승부로 위기를 자초했다.
롯데는 마티 매클레리(34)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8월 13일 데이비드 코르테스(35)를 영입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코르테스를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코르테스는 시즌이 끝날 무렵 직구 위주의 단순한 투구 패턴이 간파 당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장식용에 불과한 코르테스의 변화구는 타자들이 그냥 보고 지나쳤다. 지난해 22세이브를 올린 호세 카브레라(36)는 커브 하나는 그럭저럭 던졌다.
이대호의 몸무게
롯데는 시즌 내내 이대호(26)의 3루수 기용을 두고 말이 많았다. 로이스터 감독은 “이대호는 수준급 3루수”라며 엄지를 들어 올렸지만 냉정히 말해 불안한 3루수였다.
가장 큰 문제는 급격히 불어난 몸무게였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인 이대호는 체중 관리에 실패했다. 프로필에 100kg으로 기재된 이대호의 체중을 믿는 이는 거의 없다.
그래도 이대호는 3루수로서 9이닝당 수비 기여(RF)가 2.88로 수준급이다. 시즌이 끝나고 이대호는 특별 훈련에 들어갔다.
11월 6일부터 16일까지 괌에서 체중 감량 및 체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했다. 러닝, 웨이트트레이닝, 수영, 걷기 운동 위주였다.
이대호는 오프 시즌 동안 롯데 구단 관계자가 언제 어디서 훈련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SPORTS2.0 제 133호(발행일 12월8일) 기사
2008 프로야구 리뷰(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