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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일시론]‘시민케인’과 미디어법(정세용 2009.07.14) |
| 2009-07-14 오후 12:49:05 게재 |
‘시민케인’과 미디어법
‘시민 케인’. 미국 할리우드에서 1941년 제작한 명화이다. 이 영화는 재벌이 언론을 장악하면 얼마나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고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고 최근 한 저서에서 원로언론인은 말한다.(장행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미디어독점’)
‘시민케인’은 미국 최초의 신문왕인 허스트를 모델로 한 영화로 알려졌다. 허스트는 신문을 많이 팔기 위해 독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보보다 흥미를 끄는 읽을거리를 만드는 데 혈안이 됐고 사실이 아닌 가공의 이야기도 꾸며낸 것으로 유명하다. 이 원로언론인은 저서에서 개인적 야욕을 달성하기 위한 허스트의 야욕은 황색저널리즘을 선도했고 선정적 기사, 황당한 소설같은 기사를 만드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원로언론인은 허스트가 신문을 팔기 위해 얼마나 기사를 조작했나를 짐작케 하는 일화를 소개한다. 1897년 스페인과 쿠바 주민 간 갈등이 심했던 당시, 화가 레밍턴을 특파한다. 평온한 나날이 계속되자 레밍턴은 ‘너무나 평온함. 귀국하고 싶음’이라는 전보를 쳤다. 그러나 허스트는 다음과 같은 회신전문을 보낸다. “현지에 남아 계속 삽화를 그려 보낼 것. 전쟁은 이곳에서 만들 테니까.”
“삽화나 그려 보내. 전쟁은 여기서 만들 테니까”
이 언론인은 유감스럽게도 세계적으로 ‘시민케인’이 늘어나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미디어 소유자가 개인의 정치적 목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할 수 있고 그런 행동이 민주주의에 끼치는 해악은 엄청나다고 말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나라당의 미디어법이 안고 있는 위험을 경고한다. 그는 한나라당 미디어법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반하는 반민주적 법이라는 것을 언론자유 이론과 역사적 사실을 통해 알려준다.
미디어법은 이번 6월국회에서 통과될 것인가. 다수 국민은 한나라당 미디어법에 반대하고 있고 미디어법 직권상정에도 반대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의 6월국회 통과를 강조한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여야 합의사항이라며 이번주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직권상정해 처리할 뜻을 시사하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미디어법 저지를 위해 등원했다고 하지만 묘책이 있는가. 현실적으로 판단할 때 묘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처럼 등산용 자일로 몸을 칭칭 감고 본회의장 의장석을 점거할 수도 없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고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할 경우 처참하게 당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로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 대충돌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은 신문 방송 통신 등 미디어간의 장벽이 없어지는 21세기에 미디어법을 그대로 놓아둘 수 없다고 강조한다. 미디어 경쟁력 논리를 펴며 일자리 창출 이야기도 덧붙인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권력의 여론장악 음모라며 절대불가 목소리를 높인다. 재벌과 거대언론의 여론 독과점을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적 논리와 정치적 논리의 충돌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디어법의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될 경우 여야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민주당의 경우 의원직 사퇴 등 극한 카드를 동원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8월까지 국회가 공전되는 것이 아니라 연말까지 정치적 파국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강행처리 할 경우 파국, 한발씩 양보했으면
결론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한발씩 양보하는 것이 순리인 것 같다. 원로언론인의 지적처럼 ‘시민케인’이 등장하는 것을 다수 국민은 바라지 않는다. 경제난국에 남북관계도 최악으로 치닫는데 여야가 원수처럼 대치하는 정국이 계속될 경우 대의정치를 불신하고 광장정치에 나설지 모른다.
특히 한나라당은 강행처리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수 국민이 여론의 독과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여론의 다양성도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만큼 민주당의 대안도 상당 부분 수용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강행처리할 경우 96년 노동법 날치기 이후의 역풍이 불 수도 있다. 15일을 처리시한이라고 못박아서는 곤란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인내심을 갖고 토론과 협상에 임해 합의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시민케인’에게 언론을 맡길 수 없다.
정세용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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