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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고서는 인신매매 관련 법규를 준수하는 정도에 따라 89개국을 세 종류로 분류했다. 인신매매 근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3등급으로 규정된 나라는 러시아, 그리스, 아프가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 19개국이다. 러시아는 유럽의 윤락가에 여성을 공급하는 나라로 악명이 높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단,에티오피아,방글라데시에서 들어온 어린이들을 강제노동시키고 있다.
인신매매 관련 법규를 완전히 준수하지 못하지만 납득할 만한 노력을 기울이는 2등급 국가로는 일본, 중국, 파키스탄 등 52개국이 포함되었다.
한국은 미국, 영국, 독일 등과 함께 인신매매 법규를 준수하는 1등급 국가(18개국)로 분류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1등급 국가가 인신매매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가령 독일은 동구권 여성들의 매춘을 눈감아 주고 있다. 영국은 아프리카와 중국의 남자들을 인신매매 방식으로 들여와서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 혹사시키고 있다.
인신매매는 현대판 노예제도이다. 노예란 인신매매의 희생자처럼 자유의지를 박탈 당한 채 다른 이의 지배를 받으면서 강제노동에 종사하고 매매나 양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선언으로 미국에 노예제도가 사라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영국 사회학자인 케빈 베일스가 200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 10만-15만명의 노예가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 약 2700만명이 노예 상태로 목숨을 이어가고 있다.
노예의 수가 많은 나라는 인도 1800만~2200만, 파키스탄 250만~350만, 브라질 30만~50만, 중국 25만~50만, 네팔과 모리타니 각각 25만~30만명이다. 그 다음이 미국으로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노예를 많이 보유한 나라인 셈이다. 아이티, 미얀마, 타이,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등 후진국은 물론이고 이탈리아, 캐나다,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도 수만명의 노예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앞서의 나라들보다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1만-1만5천명의 노예가 있다는 것이다.
베일스 교수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21세기에도 노예 상태의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선진국의 경우 노예 상태가 되는 사람들은 대개 돈을 벌기 위해 밀입국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것이 약점이 되어 떳떳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 인신매매의 수렁에 빠진다. 남자는 저임금으로 장시간 혹사시키는 착취공장으로, 여자는 매춘부의 소굴로 팔려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럽의 홍등가에는 러시아 출신의 여자들이 많고, 동남아시아의 농장이나 공장에는 싸구려 노동자들이 넘쳐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인신매매 범죄는 위험수위를 넘은지 오래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고 연변 출신 동포를 유흥가에 팔아 넘기는 우리 사회야말로 노예제도의 온상이 아닐 수 없다.
노예제도는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인륜적인 범죄이므로 노예의 소유주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베일스 교수는 노예와 노예의 주인 사이에 기묘한 상호 의존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을 밝혀내고, 노예제도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단순히 힘으로 지배하는 종속관계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노예제도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노예뿐만 아니라 그 소유주에게도 고도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2007년부터 성매매 여성이 집단 거주하는 전국의 69개 사창가를 단계적으로 폐쇄하려는 계획이 성공리에 추진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9월부터는 성매매 업주(포주)가 성매매로 벌어들이는 수익 전액이 몰수된다.
정부의 방침에 반발한 전국의 성매매 업주들, 예컨대 '청량리 588', '미아리 텍사스촌', '인천 옐로우하우스', '대구 자갈마당', '부산 완월동' 등 주요 사창가의 포주들은 비상 대책회의를 갖는 등 집단 대응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여론조사기관을 통한 설문조사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사창가의 운명을 여론에 맡기겠다고 하면, 남성 네티즌 여러분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