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국제 금융위기 이후 언론과 학계, 관계 등 여론주도층을 중심으로 '위기(危機)'라는 단어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위기란 일반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단어를 하나하나 분석하면 위험과 기회가 공존한다는 의미여서 현재 중국의 경제상황을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제금융위기로 수출길이 막히며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수중심 경제로 재탄생을 시도함으로써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설 기회를 맞은 것이다.
중국의 경제지표들도 희망과 우려가 혼재돼 있다.
먼저 미국과 유럽 등에 물건을 팔아 지난 10여년간 호황을 누려온 중국은 선진국의 금융위기가 터진 후 흔들리는 징후가 보이는 게 사실이다.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정보센터(SIC)'는 최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1분기 6.5%로 추락, 지난해 4분기 6.8%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IC는 또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분기 1.0%포인트 가량 하락, 2002년 12월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분기의 생산자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0%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구매대상 물건값은 떨어지지만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경제성장률은 떨어지며 경기침체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정부 산하기관이 이처럼 우려섞인 보고서를 냈다는 점이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의 수출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9% 줄어든 2천784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며, 수입액은 같은 기간 25% 급감한 1천984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정부 목표인 8%에 미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중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며 중국이 경착륙에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5.6%로 낮게 전망했다.
중국 중진(中金)증권은 올해 정부의 9천500억위안(약 190조원) 재정적자가 GDP 성장률을 2.2%포인트 올려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올해 실제 GDP성장률은 7.4~8.0%로 정부 목표치에 미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외 경제기관들이 모두 중국 정부의 8% 성장목표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우려섞인 시각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는 미국에서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중국물류구매협회(CFLP)는 최근 경제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월 49로 1월보다 3.7포인트 높아져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고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PMI는 종합지수 1개, 개별지수 11개 등이 대부분 3포인트 이상 상승했으며 생산지수, 신규주문지수, 신규수출주문지수, 주문재고지수, 구매량지수,구매가격지수 상승폭은 5포인트 이상으로 가장 컸다.
특히 신규주문지수와 생산지수는 각각 50.4, 51.2로 경기 판단기준인 50을 넘어섰다.
중국의 2월 PMI는 산업생산 전 부분이 안정을 찾고 있으며 신규주문과 생산지수는 위축상태에서 팽창단계로 넘어갈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작년 국제금융위기로 미국이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차지했고 올해는 20% 후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전 세계 GDP 성장에 대한 기여도는 작년 30%에서 올해 40%까지 상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중앙의 지도력이 탁월하고 물자동원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경기회복에 대한 믿음을 높여준다.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현재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경기부양 실적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결과 중국의 4조위안(약 800조원) 규모 경기부양책은 작년말 이후 일부만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상당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헤이룽장(黑龍江)성의 경우 70억여위안을 지원받아 운동장 고르기, 입찰준비 등의 세부사업에 투입하는 등 자금집행률이 90% 이상에 달하고 있다.
탕슈팅(唐修亭) 헤이룽장성 발전개혁위 주임은 "중앙정부의 자금지원은 지방경제 활성화에 큰 힘이 되는 '가뭄에 단비'라고 할 수 있다"면서 중앙의 투자로 지방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민간자본까지 합세해 통산 투자 비수기인 1월에도 고정자산투자가 작년 동월 대비 38.2% 급증했다고 말했다.
후난(湖南)성은 84억여위안의 중앙자금을 지원받아 모두 일선 시에 배분, 공업생산이 양호한 모습을 나타내고 강철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며 성내 3대 철강업체가 생산과 판매에서 모두 호황을 맞고 있다.
후난성은 올해 고정자산투자가 7천100억위안에 달해 성내 경제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물경제에 앞서 움직이는 증권시장은 미국 다우지수가 올해 6,500선까지 밀리며 1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과 달리 상하이지수는 작년 10월 금융위기 충격으로1,700선이 무너진 후 새해 들어 급반등에 나서 2,200선을 중심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아직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았으며 경기가 회복되려면 1~2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중국 경제는 4조위안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1분기나 상반기 바닥을 찍고 2분기 혹은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이다.
주희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의 경기활성화 정책은 경제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부양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중국경제는 1분기 바닥을 치고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큰손' 짐 로저스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풍부한 외화보유액이 각종 프로젝트에 대해 지출을 가능토록 해주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보다 빨리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