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서동욱이 25일 문학 SK전에서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첫 좌·우 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팀은 비록 패했지만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서동욱의 좌·우를 가리지 않는 홈런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한 경기 좌·우타석 홈런이 나온 것은 총 217번에 불과할 정도의 진기록으로.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총 3번이며 연타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동욱이 좌·우타석에서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투수에 따라 좌·우타석을 선택하는 스위치(양손) 히터이기 때문이다. 왼손. 오른손 투수에 따라 마음대로 타석에 설 수 있는 스위치 히터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자.
◇좌·우타석 내맘대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폭발적인 타격감을 선보이고 있는 클리블랜드의 좌타자 추신수는 7월까지 상대팀 투수가 왼손이면 무조건 벤치를 지켰다. 반대로 1999년 박찬호를 상대하는 팀들은 모든 좌타자를 동원해 라인업을 구성했다. 박찬호가 우타자 상대로 0.207의 피안타율에 2루타 19개와 13개의 홈런을 내준 반면. 좌타자 상대로는 0.358의 피안타율에 26개의 2루타와 18개의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보여주듯 대부분의 감독들은 야구의 오래된 명제인 ‘왼손타자는 왼손투수에 약하다’를 철저히 믿는다. 그렇다면 우투수를 상대로는 좌타석에. 좌투수를 상대로는 우타석에 설 수는 없을까? 이런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스위치 히터다. ◇달콤한 유혹 스포츠서울 박영길 객원기자는 “스위치 히터는 대부분 성적이 좋지 않은 젊은 선수가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 입장에서는 투수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기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본격적인 스위치 히터로 이름을 날렸던 삼성 출신 박종호는 1998년 현대로 트레이드된 뒤 이듬해 LG 김용달 코치가 합류하자 겸업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왼손타자로 나섰다. 1998년 타율 0.229 2홈런 18타점에 그쳤지만 스위치 히터로 변신한 후인 1999년에는 타율 0.301. 10홈런. 55타점으로 전혀 다른 타자가 됐다. 두산 장원진도 마찬가지다. 1994년 스위치 히터를 선언한 그는 1993년(타율 0.264. 6타점. 9득점)에 비해 획기적인 성적(0.297. 25타점. 37득점)의 변화를 경험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상대 투수에 따라 선발에서 빠지는 경우를 당하지 않았고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등록 선수 중 양손잡이 선수는 모두 11명. 그 중 3명이 5년차 미만이다. 젊은 선수에게는 스위치 히터로의 변신이 기회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이 때문에 2군에서 스위치 히터로의 변신을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 내년에는 스위치 히터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2배의 장점. 2배 이상의 노력 그러나 원한다고 모두가 스위치 히터 도전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 박종호. 이성열 등 여러명의 스위치 히터를 만든 LG 김용달 타격코치는 “어리고. 발이 빠르며 폼이 부드러운 선수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사용하던 근육의 좌·우 움직임이 바뀌면 신체구조가 바뀌는 듯한 고통을 겪게 된다”며 “중간에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끝없는 반복연습. 그리고 열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영길 객원기자는 “꼭 스위치 히터로 변신하지 않더라도 몸의 밸런스 유지를 위해 스위치 훈련은 유용하다”며 “한 쪽 방향으로만 훈련한 선수들은 몸이 굳어지기 마련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반대방향 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위치 히터로의 훈련 자체는 힘들지만 성적의 상승과 몸의 균형 유지 등 보답은 충분하다는 의미다. 이상주기자 divayuni@- [Why+] 무서운 '뒷심' SK, 끝내기 많아진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