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두번에 104만원” vs “골수이식 3천만원…없는 사람 죽는 수밖에”
[한겨레] 김소연 기자 기자메일 김지훈 기자 기자메일
등록 : 20110512 21:38 | 수정 : 201105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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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논쟁이 한동안 우리 사회를 달궜다. 지금은 다소 주춤해보이지만, 이 문제는 결코 뒷전으로 밀쳐둘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화두다. <한겨레>는 우리 사회의 ‘복지에 대한 상상력’을 넓히고자 20세기 중반 이후 가장 모범적인 복지국가를 실현시킨 것으로 평가받는 스웨덴의 복지모델을 여섯 차례에 걸쳐 집중 해부한다.


“암수술 두번에 104만원 들어…치료비 걱정 없어”

스웨덴 암환자 올레씨

본인부담 상한액 ‘연 47만원’
그 이상땐 입원비 빼고 공짜
병가 중에도 월급 90% 나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1시간 떨어진 베름되에서 사는 올레 브렌드스트룀(59)은 1년 전에 암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의사로부터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 지금은 지팡이를 짚고 다닐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병은 갑자기 찾아왔다. 6개월 전부터 등이 아팠지만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는 어느 날, 우편물을 가지러 마당에 나가려다 멈칫했다. 도무지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발버둥을 치다 결국 넘어지고 말았다. 가족들은 깜짝 놀라 그를 종합병원으로 옮겼다. 각종 검사가 시작됐고 결과는 암담했다. 이미 등과 다리로 암세포가 퍼진 상태였다.


» 전립선암 올레 브렌드스트룀

암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차 수술이 진행됐다. 나중에야 암이 전립선에서 발원했다는 걸 알았다. 2차 수술이 이어졌다. 브렌드스트룀은 “너무 아프고 무서워 곧 죽을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다섯 번의 방사선 치료도 탈없이 넘겼다.

재활병원에서는 한 달 만에 나왔다. 퇴원을 불안해하던 그에게 담당 의사는 “재활병동이 집으로 옮겨간다고 생각해라. 집에서도 비슷한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실제로 재활병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간호사와 물리치료사를 보내 치료를 도왔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 그를 찾는다.

두 차례의 수술에 재활치료까지 받은 브렌드스트룀은 진료비와 약값 걱정을 하지 않았을까? 그는 “단 한순간도 돈 걱정을 한 적이 없다”며 “오히려 돈이 조금 쌓였다”고 웃었다. “치료비 부담이 없고, 사회보험청에서 병가수당이 나오는데 아파서 이를 쓸 일이 없으니 돈이 모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스웨덴은 1년에 진료비가 900크로나(15만원)를 넘으면 바로 ‘무료 진료카드’가 나온다. 이때부터 병원 치료비는 모두 공짜다. 약값도 1800크로나(32만원) 이상은 내지 않는다. 환자가 부담하는 상한금액은 국회에서 결정하는데, 1998년부터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제도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상관없이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다만 입원비는 하루에 80크로나를 별도로 낸다. 입원했을 때 먹는 세 끼 식사와 간식 값이다. 올레는 진료비 2700크로나(47만5000원)에 40일 동안의 입원비(80크로나×40일) 3200크로나를 더해 모두 5900크로나(104만원)가량을 냈다.

스웨덴 주택공사에서 일하는 브렌드스트룀은 몸이 아팠던 1년 동안 병가를 냈다. 병가가 인정되면 사회보험청에서 소득의 80%를 수당으로 준다. 그의 회사는 직원이 아팠을 때 별도로 10%를 더 수당으로 얹어준다. 그는 결국 소득의 90%를 받은 셈이다. 병가는 법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직장을 잃을 걱정도 없다. 그는 “그동안 너무 많은 혜택을 받았다”며 “내가 받은 모든 서비스에 100% 만족한다”고 말했다.

브렌드스트룀은 월급의 약 30%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세금이 너무 많아 불만이 없냐”고 물었더니 오히려 질문이 돌아왔다. “당신이 이런 혜택을 받는다면, 세금에 불만을 가질 것 같은가?”

스톡홀름/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골수이식 3천만원 필요…없는사람 죽는 수밖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이기영씨

항암치료에 2천만원 써
회사에선 아프다고 해고
생활비 없어 카드 대출

» 급성 골수성 백혈병 이기영씨
“모아 놓은 돈은 없지…. 병원비를 어떻게 감당하나 눈앞이 깜깜했죠.” 다섯 아이의 아빠인 이기영(가명·45)씨는 2009년 7월 느닷없이 암 진단을 받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었다. 소식을 들은 아내는 울기만 했다.

용접일을 하는 이씨는 2008년부터 허리가 끊어질 정도로 아픈 날이 많았다. 정형외과에 갔지만 원인을 모르겠다는 진단만 돌아왔다. 파스를 붙이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갈수록 어지러운 증상까지 더해졌다. 다리에 힘이 없는데다 숨이 차서 계단도 오르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를 생각하면 쉴 수도 없었다. 그러다 결국 입에서 피를 토하고 병원에 실려 갔다.

회사는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이씨를 해고했다. 부당한 해고였지만 더 일할 상황도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스웨덴처럼 병가제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회사마다 사규로 운영하고 있다는 것도 그제서야 알았다. 지옥 같은 항암치료가 시작됐지만, 돈 문제가 더 큰 고민이었다. 그동안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 저축 한 푼 하지 못했다. 보험도 들지 못했다. 급한 대로 형제들한테서 돈을 빌렸다.

항암치료는 그야말로 고통의 나날이었다. 한 달 치료받고 3주 쉬고를 반복했다. 밥 냄새만 맡아도 구토를 하는 통에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다행히 항암치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각종 검사와 1차 항암치료를 하는 데 이씨는 1200만원가량을 썼다. 모두 빌린 돈이다.

항암치료를 마치자 각종 검사가 따라붙었다. 병원에선 암이 재발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5년 동안 추적관찰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씨는 혈액검사(1회 10만원), 골수검사(1회 55만원), 세포검사(1회 68만원)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대부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벌써 800만원이 들어갔다. 그마저도 모금기관인 ‘사랑의 열매’로부터 골수이식 수술비로 지원받은 1400만원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 골수이식을 하려면 최대 3000만원까지 들어간다는데, 그에게 남은 돈은 600만원뿐이다. 이씨는 “골수이식 기증자까지 찾았지만 돈이 없어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암이 재발하면 내 인생은 끝장”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형제들에게 빌린 돈은 언제 갚을지 막막하다. 생활비가 없어 카드사에서 대출받은 1000만원도 생활을 압박한다. 이씨는 “가뜩이나 부족한 수급비에서 매달 14만원씩 카드사에 주고 있다”고 말했다. “없는 사람은 병이 깊어지면 죽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할 뿐이다.

중증질환에 걸린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이처럼 큰 것은 우리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기 때문이다. 우리도 스웨덴처럼 본인부담상한제가 있어 1년 동안 진료비가 200만~400만원을 넘을 경우 건강보험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가 상한액수에서 빠져 환자의 부담이 크다. 특히 암환자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7년 71.5%에서 2008년 69.8%로 줄었다. 500만원 이상 고액환자 보장률도 67.6%에서 64%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글·사진 김지훈 김소연 기자 watchdog@hani.co.kr

■ 궁금합니다

무상의료 하면 재정 파탄난다?

스웨덴은 어떤 질병에 걸려도 1년에 진료비와 약값을 합해 2700크로나(47만5000원) 이상을 내지 않는다. 본인부담 수준만 보면 사실상 무상의료에 가깝다. 한국에서는 무상의료가 실현되면 진료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의료재정이 파탄나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보건통계(2010년)를 보면, 스웨덴의 국민의료비 비중은 1980년 국내총생산(GDP)의 9%에서 1990년 8.3%, 2008년 9.4%를 차지했다. 국민의료비 비중에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차별없는 복지 ‘더 내고 더 받는다’
보편적 복지 스웨덴의 길
전국민 무상교육·의료에도 작년 4.8% 성장
재정 양호보수당 정권 들어섰지만 
보편성 강조 ‘복지 틀’ 유지
국민59% “세금 더 내겠다”
[한겨레] 박현 기자 기자블로그 기자메일
등록 : 20110512 20:21 | 수정 : 2011051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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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식품회사에 다니는 니클라스 밀팔크(36)는 전형적인 중산층에 속한다. 고졸 출신인 그의 월소득은 2만5000크로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아내의 월소득과 합치면 매달 4만3000크로나를 번다. 이 가운데 세금으로 31%를 떼고 나면 3만크로나를 손에 쥔다. 우리 돈으로 500만원이 조금 넘는 액수이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1.4배(구매력 평가 기준) 높은 스웨덴에서는 중간쯤 된다.

그는 소득의 3분의 1을 세금으로 내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이 세금으로 4살과 6살짜리 두 자녀의 보육은 물론 가족의 의료, 연금까지 거의 모두 해결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커도 18살까지는 매달 아동수당으로 1000크로나가 나온다. 아이들이 대학에 가면 교육보조금으로 매달 2500크로나가 지급된다. 그가 은퇴하면 세금을 떼고 매달 7000크로나를 연금으로 받는다. 그는 “휴가를 주로 외국에서 보내는 탓에 저축은 매달 2000크로나 정도밖에 못한다”면서도 “복지혜택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세금을 더 내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스웨덴 국민들의 복지지출과 세금에 대한 태도
스웨덴은 1960~70년대 이후 가장 성공적으로 복지국가를 실현한 나라로 꼽힌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오랫동안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두 차례 총선에서 보수당이 연거푸 승리하면서 보편적 복지모델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의 근거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보수당의 집권을 스웨덴식 복지모델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하는 이들의 공세가 심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2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 “스웨덴 국왕이 ‘이런 형태의 복지는 시대에 맞지 않아 다소 후퇴를 해서라도 다시 체제를 만들려 한다’고 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스웨덴의 복지모델은 여전히 건재했다. 복지개혁을 추진하는 보수당도 스웨덴 복지모델의 근간이 유지되고 있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스 린드블라드 재무부 차관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복지개혁의 기본방향은 “복지 수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복지 누수를 줄이고 노동 인센티브의 왜곡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를 포기하고 ‘선별적 복지’를 지향하느냐는 질문에는 “모든 사람이 빈곤에 빠질 수 있다”며 “우리는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원한다”고 답했다.

스웨덴 복지모델이 건재한 것은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지지가 높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를 1981년부터 추적하고 있는 스테판 스발포르스 우메오대학 교수는 “지난해 조사에서도 스웨덴 국민들의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도가 약화됐다는 증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오히려 복지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응답이 2006년 63%에서 2010년 65%로 늘었고,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다는 사람도 49%에서 59%로 증가했다. 특히 의료와 연금, 노인요양을 위해 세금을 더 내겠다는 응답은 60%대에서 70%대로 높아졌다.

스웨덴은 무역의존도 70%라는 높은 개방도에서 보듯이 한국처럼 전형적인 시장경제체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통해 폭넓은 사회안전망을 갖춘 덕분에 삶의 질은 한국보다 월등하다. 그런데도 스웨덴 경제는 지난해 4.8% 성장했고, 재정수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회원국 중에서 가장 좋은 축에 든다. 성장과 분배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유하나 바르티아이넨 국가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스웨덴 복지모델은 복지지출이 많아도 이것이 경제생산성을 해치지 않고 오히려 촉진한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스톡홀름/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사실상 무상의료 수십년’ 스웨덴 재정 파탄난 적 없다
총액계약제·포괄수가제가
안정적 재정 유지 큰 구실
의료질 유럽 31개국 중 5위
장기간 진료대기는 숙제 
[한겨레] 김소연 기자 기자메일
등록 : 20110512 21:31 | 수정 : 201105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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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웨덴 국민들은 1년에 진료비로 900크로나(15만원), 약값도 1800크로나(32만원) 이상은 내지 않는다. 스톡홀름 중심가에 있는 약국에서 사람들이 약을 사고 있다.
의료비 GDP 9%대 유지

스웨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1년에 진료비와 약값을 합해 최대 2700크로나(47만5000원)를 넘지 않는다. 본인부담 수준만 보면 사실상 무상의료에 가깝다. 스웨덴의 의료시스템이 재정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여기서 나온다. 실제 민주당이 무상의료 정책을 내놨을 때 한나라당과 보수단체는 “의료비는 공짜라는 인식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나고 결국 재정이 파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스웨덴의 재정은 어떤 상태일까?

■ 총액계약·포괄수가로 재정 안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2010년)를 보면, 2008년 기준으로 스웨덴의 국민의료비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9.4%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9%)보다는 조금 높은 수치다. 1980년 9%였던 이 비중은 1990년 8.3%, 2000년 8.4%, 2003년 9.4%, 2005년 9.1%를 차지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재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높은 미국에선 1980년 8%였던 의료비 비중이 2008년엔 16%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의료비 비중이 6.5%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은 편이지만, 의료비 증가율은 3배 이상 높아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스웨덴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는 진료비 지급제도인 총액계약제와 포괄수가제가 큰 구실을 했다. 총액계약제는 병원·의사 등 의료공급자와 ‘란드스팅’(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연간 진료비를 총액으로 계약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의료기관은 총액 한도 안에서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정의 안정화를 기할 수 있다. 스웨덴은 여기에 병명에 따라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포괄수가제를 1997년부터 도입해 병원경영의 투명성도 높였다.

행위별 수가제 체계인 한국의 의사와 병원들은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며 두 제도를 모두 반대한다. 그러나 군넬 블롬그렌 스톡홀름 란드스팅 의료담당자는 이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두 제도를 시행하는 스웨덴의 경우 다양한 건강지표에서 의료의 질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민간 의료서비스평가기관인 ‘의료소비자 파워하우스’가 실시한 ‘유로(EURO) 건강소비자 조사’(EHCI, 2008년) 보고서를 보면, 스웨덴은 의료의 질 평가에서 유럽 31개국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영아·암 사망률 등도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에서 상당히 낮은 편이다.

■ 병가수당으로 생계 뒷받침 질병으로 노동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소득의 80%를 지원하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 병가수당은 사회보험청에서 지급하는데, 재원은 세금과 고용주(소득의 6.71%)·자영업자(소득의 6.93%)들이 내는 의료보험으로 충당한다. 병가 8일째부터는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364일까지는 소득의 80%, 365일부터 550일까지는 75%를 지급한다. 장기 병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재활프로그램이 따라붙는다. 에바 쉴반데르 사회보험청 병가수당 담당자는 “재활을 통해 일할 능력이 생기면 다시 노동시장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런 촘촘한 의료시스템을 갖고 있는 스웨덴도 ‘대기시간’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응급환자는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지만, 만성질환 등 일반적인 환자들은 진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란드스팅은 ‘0-7-90-90’ 규칙을 실시하고 있다. 1차 의료접근은 즉시, 의학 검사가 필요한 일반의 진찰은 7일, 전문의 진료는 90일, 수술 따위의 치료는 90일 이내에 할 것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블롬그렌 란드스팅 의료담당자는 “의료기관의 대기시간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등 환자들이 좀더 빨리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글·사진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한국도 의료비만큼은 걱정없는 사회 돼야”
스웨덴 교민 김마리아씨
[한겨레] 김소연 기자 기자메일
등록 : 20110512 21:36 | 수정 : 201105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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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한국도 의료비만큼은 걱정 없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스웨덴에서 44년째 살고 있는 교민 김마리아(65)씨는 지난해 8월 대장암에 걸려 수술을 받았다. 암 진단을 받고 꽤 충격이 컸지만, 돈 걱정은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20일 동안 생활에도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가족들은 그의 안부를 묻는 차원에서 방문했을 뿐 간호는 병원에서 전적으로 맡았다. 그는 좀더 쉬고 싶어 병원에서 추천하는 재활병원에서 5일 동안 더 머물렀다.

김씨가 대장암 때문에 쓴 돈은 4700크로나(82만5000원)가 전부다. 수술비와 약값으로 1년 본인부담 의료비 상한선인 2700크로나(47만5000원)를 냈고, 병원과 재활병원을 합친 25일 동안의 입원비로 2000크로나(35만원)를 썼다. 김씨는 올해도 이미 치료비가 900크로나를 넘어 ‘무료 진료카드’가 나왔고 약값도 1800크로나를 초과한 상태다. 둘을 합치면 2700크로나가 넘어 7월까지는 치료비나 약값이 모두 공짜다.

간호사인 김씨는 암 치료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병가수당 덕에 생활이 크게 쪼들리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사회보험청으로부터 병가수당으로 소득의 80%를 받고 있다. 올해 말부터 노령연금이 나올 예정이어서 간호사 일은 그만두고 건강에만 신경쓸 계획이다. 김씨는 큰 병에 걸려 혜택을 받아보니, 왜 의료제도가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고 했다. 김씨는 “병에 걸린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고통인데, 거기에 돈 걱정까지 해야 한다면 인생이 비참할 것 같다”며 “한국에서도 세금을 더 내더라도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톡홀름/김소연 기자

“보수당 집권 뒤에도 복지모델 후퇴 안해”
모든 사람들에게 복지 제공
노동 인센티브 등은 개혁해
[한겨레] 박현 기자 기자블로그 기자메일
등록 : 20110512 21:36 | 수정 : 201105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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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 린드블라드 재무차관
한스 린드블라드 재무차관 인터뷰

 한스 린드블라드 스웨덴 재무차관은 “모든 사람은 가난해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당의 핵심 당원인 그는 사민주의 뿌리가 깊은 스웨덴에서 보수당이 두 차례 연속 승리한 이유를 묻자 “중요한 것은 우리 당이 ‘노동자의 당’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는 점”이라며 “사민당이 제대로 못해 우리가 그것을 훔쳤다(stole)”고 말했다.

-복지개혁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몇가지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일하는 것이 더 가치있도록 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에 대한 세금부과액을 줄였다. 병가와 실업보험 혜택도 조금씩 줄였다. 일부 사람들이 병가를 남용한다든가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복지지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복지 구조개혁이 ‘보편적 복지’모델을 포기하는 것인가?

 “우리는 스웨덴 복지모델에서 후퇴하지 않았다. 우리는 스웨덴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에게 강한 인센티브를 주고 실업을 당했을 때 보호막이 돼주는 모델은 여전히 매우 가치있는 것이다. 우리의 여러 복지제도들은 세계에서 가장 관대한 수준의 혜택을 주고 있다. 보수당이 한 것은 노동 인센티브를 개혁하고 관리를 강화한 것이다. 사민당 정부가 개혁을 시작했고 우리가 이를 강화하고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선별적 복지를 지향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사람은 가난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복지를 제공한다. 특히 우리는 전국민한테서 세금을 걷고, 세율 또한 높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시스템을 원한다. 나는 전국민이 이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걸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높은 세금 부담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얘기한다.

 “세금 부과에 따른 인센티브 왜곡효과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출 측면에서 이를 상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사람들은 종종 공공재의 긍정적 효과를 잊는 경우가 있다. 물론 세금을 너무 과다하게 부과해서는 안 된다. 자본과 세금이 나라를 떠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민감한 균형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높이려 할 때 가장 중요한 방법은 교육에 대한 투자이다. 인프라, 투자, 유연성도 중요하다. 나는 생산물의 분배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파정부의 대표들조차도 평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긴다. 분배격차가 커지면 경제가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의 보편적 복지모델은 지속가능하다고 보는가?

 “스웨덴은 다른 나라들이 하지 못한 연금 개혁을 이미 1990년대 말에 이루는 등 시스템을 지속가능하게 개혁해왔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독특하다. 오히려 다른 선진국들이 지속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재정 건전성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 그래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스톡홀름/박현 기자 hyun21@hani.co.kr







스웨덴 의료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달리 세금으로 운영되고 공공의료를 중심에 둔 국가보건서비스 체계다. 보건과 의료는 란드스팅(우리나라의 경우 건강보험)이 맡고, 재정은 지방세(71%)와 정부보조금(16%), 환자부담(3%), 기타(10%)로 구성된다. 스웨덴의 의료기관은 80%가량이 공공의료기관이다. 종합병원은 대부분 공공기관이고, 1차 의료기관(약 1100개) 가운데 25%만이 민간이다. 하지만 민간도 란드스팅과 계약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

포괄수가제

진단명을 기준으로 미리 정해진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환자들은 질병의 경중과 주진단명 및 부상병명, 수술, 진료결과 등에 따라 비슷한 질병군으로 분류된다. 진료행위가 표준화돼 있어 의료서비스의 남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은 물론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대부분 저마다 특성에 맞는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행위별수가제

의료인이 제공하는 각종 검사와 진료행위 하나하나에 항목별로 가격을 매겨 진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의료인이 진료행위를 많이 하면 할수록 이익이 생기기 때문에 과잉진료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총액계약제

병원·의사 등 의료공급자와 보험자(국민건강보험공단)가 국민들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연간 진료비를 총액으로 계약해 지급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