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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컨 탄생 200주년..`링컨의 도시'를 가다
  • 2009-02-14 11:58 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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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는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

    (스프링필드<美일리노이주>=연합뉴스) 이경원 통신원 = 미국 일리노이주 주도 스프링필드는 에이브러햄 링컨 탄생 200주년을 맞은 12일(현지시간)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일리노이 주민 중 역사상 가장 유명한 인물인 링컨의 탄생일을 맞아 역시 일리노이주 출신의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어 이 곳을 찾아 기념행사에 참가, 경사가 겹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스프링필드의 바람은 쌀쌀했지만 오랜만에 화사한 햇살이 가득 내리쪼였다. 도심 곳곳에는 9살의 어린 링컨에서부터 52살의 대통령 링컨에 이르기까지 링컨의 얼굴 사진과 초상으로 장식된 배너가 내걸렸으며, 각지에서 온 행사 참여자와 관광객들의 발길이 아침 일찍부터 이어졌다.
    시내 곳곳에 새로 설치된 링컨 동상들 앞에서는 미 전역에서 온 다양한 인종,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했고 기념품 가게들에는 갖가지 기념 물품들이 넘쳐났다.
    링컨 기념 박물관과 도서관, 구 일리노이주 의사당 등에는 미 전역에서 도착한, 손으로 만든 생일 축하카드들이 전시됐다.
    시 전역에서 종일 이어진 각종 행사들에서는 남북전쟁 당시의 복장으로 단장한 수많은 배우들이 안내를 담당하며 방문객들을 맞이했다. 주최 측은 행사 참가 학생들을 위한 무료 티셔츠 7천 100장을 마련해 현장에서 나눠 줬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손님을 맞던 링컨 도서관 직원 마크 존슨 씨는 "몇 달 전부터 오늘을 준비해왔다. 멋진 200주년 기념일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과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링컨의 얼굴이 그려진 붉은 넥타이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 존슨 씨는 "예전에 선물 받았던 이 넥타이를 오늘 처음 매고 나왔다. 링컨의 생일 축하 복장으로는 아주 제격"이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링컨 기념 박물관에서는 어린 학생들부터 나이 지긋한 노인들까지 각종 연령대의 미국인 수백명이 참석한 가운데 링컨의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을 동시에 낭독하는 독특한 행사가 진행됐다.
    박물관 중앙홀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무대 위의 진행자와 함께 진지한 표정으로 게티스버그 연설문을 함께 읽어나간 뒤 큰 박수로 마무리했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링컨 기념 박물관 뿐 아니라 웹캠을 통해서도 진행돼 전세계의 수많은 학생들이 게티스버그 연설문 공동 낭독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기네스북 동시 낭독 기록을 경신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 기네스북 최고 기록은 2006년 12월 E.B. 화이트의 '샤를롯의 거미줄'을 22만3천363명이 동시 낭독한 것으로 돼 있다.
    팻 퀸 일리노이 주지사는 낭독행사 뒤 참가자들에게 "뜻깊은 행사에 함께해준 여러분께 감사한다" 며 "게티스버그 연설문은 272 단어로 되어 있지만 이 단어들은 미국 민주주의의 본질을 요약한 것이다. 이는 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퀸 주지사는 또 연합뉴스와의 짧은 인터뷰에서 "링컨은 미국의 위대한 대통령이었을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 그리고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줬으며 존경을 받았다. 그의 탄생 200주년은 일리노이 주민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에 대해 "링컨 대통령은 자신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에 버락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것을 알았다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링컨처럼 일리노이주가 정치적 고향인 오바마 대통령이 링컨 200주년 기념일에 스프링필드를 방문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 진행자 가운데는 링컨 대통령으로 분장한 배우 마이클 크렙 씨가 가장 많은 인기를 끌었다. 링컨과 외모가 빼다박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15년 전 CSPAN 방송의 토론회에서 링컨 역을 맡게 된 이후 지금까지 링컨역 전문으로 연기 활동을 해오고 있다.
    크렙 씨는 "링컨은 많은 연구가 필요한 힘든 배역이지만 지난 15년 간 쉬지 않고 존경받는 대통령 역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링컨 탄생 200주년인 올해 들어서는 9월까지 하루도 쉰 날이 없다"고 밝혔다.
    `대역 링컨 대통령'으로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진지한 링컨의 어조로 "내가 대통령이 된 것은 1861년이었는데 얼마전에야 첫 흑인 대통령이 취임했다고 들었다. 왜 이리 오래 걸렸나?"라고 대답해 참가자들의 웃음과 박수를 자아냈다.
    그는 이어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은 나의 200번째 생일에 의미를 더하는 것이다. 오늘 내 생일 잔치에 그가 오면 대통령 취임을 축하할 것"이라고 익살을 떨었다.
    링컨 기념 도서관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링컨 관련 도서 저자 2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책 사인회가 열렸고 오전 10시 30분 링컨 묘지에서는 헌화식이 진행됐다. 또 정오에는 일리노이주내 전역의 교회와 종탑들이 일제히 링컨의 생일을 축하하는 종을 울렸으며 이어 스프링필드 그레이스 루터란 교회에서는 시카고 지역의 유명한 앙상블 '링컨 트리오' 의 축하 연주회도 진행됐다.
    오후 3시가 되자 링컨 묘소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군인들의 복장을 한 114 보병연대 대원들의 국기 하강식이 펼쳐졌다. 이 행사를 지켜본 300명 가량의 참가자 가운데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애슐리 콜린스(19)양은 링컨 200주년을 기념해 지난주부터 링컨 묘소에 게양됐던 특별한 미국 국기를 받는 행운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15살때부터 지역 소방서에서 자원봉사를 해왔다는 콜린스 양은 "링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이라며 "이 특별한 국기는 액자에 넣어 길이 길이 가보로 보존할 것" 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각 도심의 구 일리노이주 의사당 2층에서는 특별한 시민권자 선서식이 진행됐다. 지난달 미국 이민국의 초청장을 받은 60여 명의 이민자들은 링컨 탄생 200주년 기념일에 미국 시민이 됐다.
    이들 가운데 영국 출신의 질리안 스타맨(51) 씨는 "지난달 서면으로 연락을 받고 정말 기뻤다. 링컨의 200번째 생일에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곳에서 미국 시민권자가 되는 것은 기억에 길이 남을 일" 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저녁 스프링필드의 크라운 플라자 호텔 그랜드 볼룸에서는 일리노이주 에이브러햄 링컨 200 주년 기념위원회가 주최하는 링컨의 200번째 생일 파티가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통령의 참석으로 인해 행사장 주변 도로는 일시 통제되기도 했으며 철저한 검색이 실시됐다.
    장 당 95달러인 이 파티 입장권은 대통령이 참석 여부를 밝히기 이전에도 이미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으나 대통령 참석 소식이 전해진 뒤 남은 입장권이 즉시 매진된 것은 물론 웃돈을 주고라도 입장권을 구입하겠다는 문의가 폭주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스프링필드에서는 각종 링컨 관련 전시회와 크고 작은 행사들이 마련됐고 이 같은 축하 무드는 이번주 내내 이어질 예정이다.
    또 스프링필드와 함께 시카고를 비롯한 일리노이주의 각 도시들에서도 다양한 링컨 탄생 200 주년 행사들이 줄을 이었다.
    링컨 탄생200 주년 기념일을 맞아 두 아들과 함께 스프링필드를 찾았다는 앤드류 마크서(42) 씨는 "일리노이주에 살고 있는 만큼 이런 행사는 빠뜨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의미깊은 하루였다. 4살배기 작은 아들은 오늘 밤 집에 돌아가 링컨을 위한 생일 카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며 뿌듯해했다.
    kwchrislee@yna.co.kr

    <영상취재: 이경원 통신원(스프링필드), 편집: 김해연 기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