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머타임제라고 불리는 일광절약제. 잊을만하면 튀어나옵니다.
전력거래소, 한국전력 및 5개 발전 자회사들이 참여한 에너지 유관기관 전력대책회의에서 일광절약제도의 도입필요성을 정부에 건의했다는 소식입니다. 일광절약제를 도입하면 전력소비량을 0.3%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0.3%면 연간 860억원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일광절약제로 전기를 더 사용하게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아래에 자세히 설명)

88올림픽 당시 일광절약제를 경험해보셨으면 알겠지만, 일광절약제는 아주 고약합니다. 일광절약제를 실시하는 미국에서 공부할때도 일년에 꼭 2번씩은 스트레스를 겪어야 했습니다. 일광절약제는 저를 귀국하도록 만든 여러 요인중 하나입니다.

국민들이 겪을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굳이 일광절약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이유는 가상합니다. 매년 반복되는 전력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이라니 말입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일광절약제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제도가 아니라 낭비하는 제도입니다. 일광절약제는 말 그대로 일광을 절약하자는 제도 입니다.따라서 조명에 들어가는 전기는 절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냉방비입니다. 일광절약제를 실시하면 해가 떠있는 시간의 활동시간이 증가합니다. 해가 밝게 비추면 환하기만 합니까? 온도도 함께 올라갑니다. 온도가 올라가면 부채질합니까? 냉방장치 가동합니다. 여름철 전력난의 원인이 어디에 있습니까? 과도한 조명의 사용입니까, 아니면 과도한 냉방장치의 가동입니까?

어떤 사실에 대한 인과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험을 해야 합니다. 과학에서 실험설계는 크게 2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사건 이전과 이후의 상황을 비교하고, 어떤 사건이 발생한 조건과 발생하지 않은 조건을 비교하는 겁니다. 즉 일광절약제로 인해 전기사용이 줄지 혹은 늘지에 대한 판단은 이 두가지 요소가 들어간 실험설계가 이뤄져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실험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미국 인디애나 주에서 이런 실험을 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적이 있습니다. 인디애나에는 2006년이전 30년간, 일광절약을 채택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한 주에 섞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06년부터는 주에서 일광절약시간제를 채택하기로 해, 인디애나 전 지역이 일광절약시간제를 채택했습니다.따라서, 일광절약 시행이전과 이후의 전기요금을 비교할수 있었고, 같은 시기의 일광절약시간 시행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비교할수 있었습니다. . 

미국 예일대학교의 매튜 코첸과 캘리포니아대 로라 그랜트가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경제와 통계 논평(The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라는 학술지 2011년 93권 4호에 “일광절약제도는 에너지를 절약할까? 인디애나의 자연적 실험을 통한 근거(Does daylight saving time save energy? Evidence from a natural experiment in Indiana)”는 제목의 논문에 그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아래 표를 보시지요.

왼쪽에 DST effect라는 줄이 있습니다. 7월 한달을 빼고는 일광절약제가 시행되는 4-10월사이에 전기사용량이 더 많습니다. 전반적으로 0.98%를 더 사용합니다. 0.3%절약이 아닌 0.98% 낭비입니다. 특히 대정전이 걱정되는 8월에는 전기수요가 0.6%나 많습니다. 중간에 cooling이란 줄을 보시면 일광절약제가 실시되는 기간 내내 냉방으로 인한 전기 수요가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왜 0.3%절약이라고 주장했을까요? 이유야 알수 없습니다. 그러나 코첸과 그랜트처럼 실제로 발생한 실험상황을 통한 자료를 이용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또한 자료와 논리에 대해 엄격한 검증과정을 거치는 Peer reviewed journal (동료 검토 학술지)에 게재된 내용도 아니고요. 자료의 취합과 해석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검증이 안됐다는 것이죠.

물론 한국과 미국의 상황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12년 한국이 2006년의 미국 인디애나와 비교했을 때, 여름에 어느 쪽이 냉방장치를 더 가동할까요? 2012년의 한국이겠죠. 그렇다면 위에 제시된 연구보다 한국에서는 일광절약제도로 인한 전기수요 미국보다 더 증가할 수도 있다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일광절약제도. 국가적 스트레스 유발에 따른 비용은 빼더라도, 전기 수요를 더 증가시킵니다. 일광절약제도 시행하면 한여름에 대정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근거를 무시하면 안됩니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