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115115011-jackson_thrillerMichael Jackson – Thriller – Epic, 1982

 

 

블록버스터 팝의 탄생, 미국식 쇼 비즈니스의 정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으로 팝이라는 환상의 제국에 빠져들었는가? 또 (미국식 표현으로 하자면) 얼마나 많은 잉크가 이 앨범을 위해 소모되었는가? 팝 음악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마저 그 이름 앞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마이클 잭슨의 [Thriller]가 거둔 경이적인 성공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최근 디지털 리마스터링의 옷을 입고 재발매된 이 앨범의 스티커를 들여다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아니 멀리 갈 것도 없다. TV를 켜면 여전히 마이클 잭슨의 클론들이 유행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댄스가요, 개그 프로, 광고에 이르기까지.

먼저 화려한 게스트진을 보자. 흑인 음악의 화려한 주류입성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Off The Wall](1979) 역시 쟁쟁한 인물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Thriller]에 참여한 음악가 명단은 가히 드림팀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앨범에 이어 프로듀싱을 맡아 앨범 성공의 일등 공신이 된 퀸시 존스(Quincy Jones)나 당대 최고의 하드 록 기타리스트였던 에디 밴 헤일런(Eddie Van Halen)은 가장 널리 알려진 예일 뿐, 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 스티브 루카서(Steve Lukather), 제프 포카로(Jeff Porcaro) 등 수많은 낯익은 이름들을 크레딧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당시 최고 인물들을 앨범작업에 참여시킨다는 원칙은 지금까지도 여전한데, 그래서 마이클 잭슨의 앨범은 당대에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간 사운드로 여겨진다.

또한 이 앨범은 팝이란 모든 문화적 요소를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임을 그 어떤 앨범보다도 잘 보여준다. 백인 취향의 팝 어법(“The Girl Is Mine”)과 아프리카 리듬(“Wanna Be Startin’ Somethin'”: 카메론 가수 마누 디방고(Manu Dibango)의 노래 “Soul Makossa”에서 많은 부분을 가져왔다), 공포영화 같은 B급 문화(“Thriller”)와 감각적인 록 리프(“Beat It”)를 세련되고 부드러운 사운드로 녹여낸 솜씨는 바로 팝이 세대와 인종, 문화를 초월한 보편적인 지향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흑인/백인, 남성/여성, 아이/어른 사이에 놓인 그의 모호한 정체성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은데, 마이클 잭슨을 들으며 “어, 저건 내 얘기가 아니잖아”하고 불만을 터트릴 사람은 없다. 오히려 스스로를 잊고 별세계에서 내려온 화려함에 다들 할 말을 잊는 것이다.

수록곡들의 기록적인 성공 또한 엽기적이다. 아홉 곡 중 무려 일곱 곡이나 싱글 차트를 유린했으며 이는 이후 등장할 팝은 물론 록 앨범의 판도까지 바꾸는 결과를 가져왔다. 히트했다는 소리를 듣는 앨범은 대개 대여섯 곡의 히트곡을 연이어 쏟아내며 일년 이상 차트 상위권을 점유했는데, 여기에는 프린스(Prince)나 라이오널 리치(Lionel Richie), 마돈나(Madonna) 같은 공인된 슈퍼스타뿐만 아니라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휴이 루이스 앤 더 뉴스(Huey Lewis & The News), 데프 레파드(Def Leppard), 본 조비(Bon Jovi) 등 다소 의외의 뮤지션들도 포함된다(1980년대 중후반은 대단히 싱글지향적인 시기였는데 때문에 빌보드 싱글 차트 역사상 가장 순위변동이 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수많은 곡들이 1-2주를 채우고 황급히 1위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물론 가벼운 댄스-팝을 앞세운 수많은 흑인 뮤지션들이 빛을 보게 된 것도 이 앨범에 힘입은 바 크다. 그렇지만 [Thriller]의 가장 큰 의미는 역시 팝이 듣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것이라는 개념을 확립했다는 점이다. “Billie Jean”에서 선보인 문워크(moonwalks)는 미국 팝 역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 중 하나이며, “Thriller”의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 역사에서 영원한 고전으로 통한다.

이 앨범은 본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도 재현해내기 힘든 믿을 수 없는 성적을 남겼고 여기에는 음악적 이유 이상의 많은 것들이 더해졌음에 분명하다(특히 MTV의 위력과 전지구화 과정의 시작, 미국 국내의 보수적 성향).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춤으로 미국식 쇼 비즈니스의 정점을 보여준 그 성공의 바탕에는 역시 감칠맛 나는 연주와 미끈한 사운드, 놀라운 흡인력을 가진 멜로디, 무엇보다 마이클 잭슨의 마술과도 같은 보컬이 있다. 지금이라도 당장 음반을 꺼내들고 확인해 보라. “Wanna Be Startin’ Somethin'”의 감각적이면서 상쾌한 리듬을, “Thriller”의 소름끼치는 보컬 표현력을, “Beat It”의 중독성 강한 기타 리프를, 그리고 “Billie Jean”의 전율적인 인트로를. 20011113 | 장호연 bubbler@naver.com

10/10

수록곡
1. Wanna Be Startin’ Somethin’
2. Baby Be Mine
3. The Girl Is Mine
4. Thriller
5. Beat It
6. Billie Jean
7. Human Nature
8. P.Y.T. (Pretty Young Thing)
9. The Lady in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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