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한국도 일본의 ‘비자면제’ 정지에 맞불을 놓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초치된 도미타 고지 주한일본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 국민의 한국에 들어올 때 일부 제한을 가하고 일본 방문을 자제할 것을 국민에게 권고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는 9일부터 일본 국민에 대한 사증(비자)면제조치를 정지한다. 또 일본에서 오는 항공기가 도착할 공항을 제한하겠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일본에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에게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고 일본 전 지역을 '여행자제' 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조세영 1차관은 지난 6일 정부의 조치를 발표하면서 "불투명하고 소극적인 방역 움직임을 보여온 일본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일방적으로 입국제한 강화 조치를 취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비자(사증) 관련 조치는 일본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한국 정부는 9일 0시부터 일본에 대한 사증면제조치와 이미 발급한 사증의 효력을 정지한다.

사증이란 외국인의 입국을 허가하는 증명서다. 원칙적으로는 일본 국민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일본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가서 사증을 신청해야 한다. 보통 사증을 발급받는 데 1주일 이상이 걸린다.

그러나 서로 원만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은 통상 1~3개월의 단기 체류 목적으로는 사증을 발급받지 않아도 서로 입국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사증면제조치라 한다.

한국은 1995년부터 일본 국민에게 사증면제조치를 실시해왔으며 일본은 2006년부터 한국 국민에게 사증면제조치를 실시해왔다.

사증면제조치가 정지되면 앞으로 일본 국민이 단기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을 경우에도 한국 대사관을 방문해 사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이미 발급된 사증의 효력도 정지되기 때문에 최근 사증을 받았음에도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은 일본 국민은 사증을 다시 신청해야 한다.

정부는 일본인 사증 발급 과정에서 건강 확인 절차가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조세영 1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일본이 한국인에 대해 취한 입국규제 강화 조치에 대응한 상응조치를 발표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외교부 조세영 1차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일본이 한국인에 대해 취한 입국규제 강화 조치에 대응한 상응조치를 발표했다

한국이 이런 조치를 한 까닭은 무엇인가?

조세영 차관은 조치를 취한 배경에 대해 "일본 내의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하여 방역대응상 취약 부분이 지적되고 의문이 제기돼 온 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배경은 일본이 전날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격리조치와 사증면제조치 정지를 발표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일본은 지난 5일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중국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들에 대해 오는 9일부터 지정된 장소에서 2주간 격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 국민에게 발행한 사증의 효력도 9일부터 정지되며 한국과 중국에서 오는 항공편은 나리타, 간사이 국제공항에만 착륙할 수 있도록 제한된다.

이전까지 대구, 청도를 방문한 외국인에게만 한정됐던 입국금지 지역도 안동, 경산, 칠곡 등 경북 7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중국의 반응은 어떠한가?

일본이 발표한 조치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중국 반응은 한국과는 달랐다.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조치에 대한 질문에 "중국은 각국의 자국민과 외국인의 생명,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시행하는 과학적이고 전문적이며 적절한 수준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런 반응에 일각에서는 일본이 이번 조치를 한국에는 사전 통보하지 않은 반면 중국과는 이미 논의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도 나왔다.

또한 중국이 이미 일본에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달리 반발할 여지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2월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 2주 동안 격리 조치를 하고 있다.

한국에 이런 조치를 결정한 나라는 일본뿐인가?

한국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게 각종 제한 조치를 한 나라는 현재 일본을 비롯해 총 102개국이다.

일본보다 더 강한 조치인 '한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를 시행 중인 나라는 싱가포르, 홍콩, 호주, 터키, 이스라엘을 비롯해 36개국이다.

일본과 비슷한 수준의 '일부 지역에 대한 입국금지'를 시행 중인 나라는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이다.

중국, 베트남, 대만 등은 한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통상 14일가량의 격리 조치를 실시하고 있으며 인도는 한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국민에게 발급한 사증의 효력을 정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