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포커스] 2019년 김정은 신년사, 여섯 가지 특징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일 오전 9시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 중계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 사진=붉은별TV 캡처

김정은의 2019년 신년사는 크게 여섯 가지의 특징이 나타난다.

첫 번째, 신년사에 김일성, 김정일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름뿐만 아니라 그 둘을 가리키는 어떤 상징적 용어(수령님, 장군님)도 없었다. 2018년, 작년만 해도 신년사 앞부분에 언급이 되었었다. “우리는 지난해의 장엄한 투쟁을 통하여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께서 열어주신 주체의 사회주의 한길을 따라 끝까지 나아가려는 절대불변의 신념과 의지, 전체 인민이 당의 두리에 굳게 뭉친 사회주의 조선의 일심단결을 내외에 힘있게 과시하였습니다.” 2017년에도 마찬가지다. “당 제7차 대회는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현명한 영도 밑에 주체혁명위업을 백승의 한길로 전진시켜온 우리 당의 영광스러운 투쟁사를 긍지높이 총화하고 김일성-김정일주의 기치따라 사회주의 위업을 완성하기 위한 웅대한 설계도를 펼치였습니다.”

2013년 신년사부터 김일성, 김정일이 언급되는 빈도를 계산해보니 점점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2013년에는 김일성이 22회, 김정일이 31회나 언급되었다. 2014년에는 절반으로 떨어진 각각 12회씩이었고 2015년은 9회, 11회, 2016년에는 또 그 절반인 5회, 6회였다. 2017년에는 각각 4회씩이었고 2018년에는 4회, 3회였었다. 그런데, 2019년에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의 ‘정상국가화’ 전략 측면으로 보인다. 김정은 독자노선의 강력한 표방이라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북한체제의 강력한 속성은 바로 유훈통치이다. 여전히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지도(통치)이념인 것을 보면 말이다. 신년사 발표 패턴이 예년과는 확실히 달라진 점을 보더라도 김정은은 ‘정상적 지도자’의 면모에 신중을 기한 것 같다.

두 번째, 공세적 핵관련 용어들(핵무력, 핵강국)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만, 핵불가용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을 뿐이다. “이로부터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습니다.” 물론, 핵폐기 의지는 엿보이지 않는다. 과거 핵을 가리키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말은 한미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국방 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우회적 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만하다. “군수공업부문에서는 조선반도의 평화를 무력으로 믿음직하게 담보할 수 있게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를 다그쳐 나라의 방위력을 세계 선진국가 수준으로 계속 향상시키면서 경제건설을 적극 지원하여야 하겠습니다.”

세 번째, 2019년에 북한이 틀어쥘 보검을 ‘자력갱생’으로 규정하였다.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 이것이 우리가 들고나가야 할 구호입니다. 우리는 조선혁명의 전 로정에서 언제나 투쟁의 기치가 되고 비약의 원동력으로 되여온 자력갱생을 번영의 보검으로 틀어쥐고 사회주의 건설의 전 전선에서 혁명적 앙양을 일으켜나가야 합니다.” 2018년에는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이라고 하면서 핵무력을 틀어쥘 보검으로 규정했었다. “우리는 나라의 자주권을 믿음직하게 지켜낼 수 있는 최강의 국가방위력을 마련하기 위하여 한평생을 다 바치신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의 념원을 풀어드리였으며 전체 인민이 장구한 세월 허리띠를 조이며 바라던 평화수호의 강력한 보검을 틀어쥐였습니다.” 인사말 바로 다음에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었다.

2018년의 ‘핵무력’과 2019년의 ‘자력갱생’은 <핵-경제병진노선>과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의 관계성을 가리키는데, ‘노선변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정은도 올해 신년사에서 이것을 밝혔다. “지난해 4월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전원회의는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에 토대하여 우리 혁명을 새롭게 상승시키고 사회주의의 전진속도를 계속 높여나가는 데서 전환적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계기로 되었습니다.” 병진노선을 ‘토대하여(로)’ 경제건설로 상승시킨다는 것이다. 즉, ‘핵무력 완성’이라는 종지부를 찍고 경제발전에 집중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군사핵의 평화적 이용(원자력발전능력) 전환이라는 뉘앙스가 그 단초라 할 수 있다.

이번 신년사에서는 노골적으로 비핵 ‘평화지대화’를 내세워 북핵문제를 ‘한반도의 비핵화’로 다시금 몰아갔다. 북핵폐기에 앞서 반드시 한미가 선행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한미군사훈련 및 미 전략자산 반입중단을 강력 주문하였다.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 정세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하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되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입니다.”

네 번째, 2019년을 ‘통일을 여는 해’로 상정한 것이다. “우리는 미증유의 사변들로 훌륭히 장식한 지난해의 귀중한 성과들에 토대하여 새해 2019년에 북남관계발전과 평화번영, 조국통일을 위한 투쟁에서 더 큰 전진을 이룩하여야 합니다.”, “온 민족이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 이 구호를 높이 들고나가야 합니다.”

김정은은 ‘자력갱생’과 더불어 ‘통일의 전성기’를 2019년 구호로 내세웠다. 신년사에서 ‘평화’와 ‘통일’이 한 짝을 이루는 것이 역력히 보인다. 2018년이 남북 간 ‘평화담론’으로 파도쳤다면 2019년은 ‘통일담론’이 넘쳐날 듯싶다. 김정은의 자신감과 성급함, 양면을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다섯 번째, 남한을 ‘벗’(통일전선대상)으로 상정한 반면 반미대결 구도를 폈다. 2018년 신년사에는 ‘혁명적인 총공세’로 모든 전선에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강력 주문하며 남한도 ‘적대세력’에 포함시켰었다. “전인민적인 총공세를 벌려 최후발악하는 적대세력들의 도전을 짓부시고 공화국의 전반적국력을 새로운 발전단계에 올려세워야 합니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남한은 확실히 통일전선대상이 되었다. “온 겨레는 조선반도평화의 주인은 우리 민족이라는 자각을 안고 일치단결하여 이 땅에서 평화를 파괴하고 군사적 긴장을 부추기는 일체의 행위들을 저지파탄시키기 위한 투쟁을 힘차게 벌려나가야 할 것입니다.”

반미감정을 부추기기도 한다. “북과 남이 굳게 손잡고 겨레의 단합된 힘에 의거한다면 외부의 온갖 제재와 압박도, 그 어떤 도전과 시련도 민족번영의 활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남북을 민족공동체로 설정하여 미국을 철저히 외세, 외부로 치부하며 간섭과 압박으로 몰아갔다.

여섯 번째, 2019년 정세를 낙관하지 않았다. 물론, 북미 관계 진전을 기대하는 내용도 있다. “나는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올해 북남관계가 대전환을 맞은 것처럼 쌍방의 노력에 의하여 앞으로 좋은 결과가 꼭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여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런데, 방점은 다음 문장에 찍혔다. “다만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리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상당히 예의를 차린 것 같지만 속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다. 미국의 비핵화 요구 및 조치가 강요, 제재, 압박이 된다는 복선이 깔린 언사이다.

그 다음 말에서 이것이 잘 드러난다. “올해에도 우리의 전진과정은 부단한 장애와 도전에 부닥칠 것이나 그 누구도 우리의 결심과 의지, 힘찬 진군을 돌려세우지 못할 것이며 우리 인민은 반드시 자기의 아름다운 리상과 목표를 빛나게 실현할 것입니다.” 만약, 김정은이 핵포기 의지가 있다면 2019년을 낙관했을 것이다. 2019년을 낙관했다면 올해 구호를 ‘자력갱생’으로 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이 신년사 말미에 언급한 ‘부단한 장애와 도전’, ‘우리의 결심과 의지’, ‘아름다운 리상과 목표’가 왠지 북한의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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