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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완치 베트남은 개학 2달 연기 검토… 확진자 급증 한국은?

하노이 드리머 기자
입력 : 
2020-02-24 15:01:01
수정 : 
2020-02-24 15: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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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중국인 입국 차단한 베트남
코로나 대처 우수국가 떠올라
한국에 갇힌 베트남 유학생
격리 감수하고 본국 귀환 원해
사진설명
대구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민의 불안감을 다룬 글을 톱기사로 올린 VN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신짜오 베트남 - 78] 이달 초 '베트남, 코로나 차단 위해 최대 교역국 中 빗장 걸어 잠가'(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20/02/27670/)라는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한국은 중국인 여행객에 대해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았지만 베트남은 선도적으로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 운항을 중지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베트남은 14일간 중국을 방문한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라고 항공사에 통보했습니다. 당시 베트남에서 우한 폐렴(코로나19) 확진자 판정을 받은 사람은 베트남인 4명을 포함해 총 7명이었습니다. 한국 당시(2일 오후 3시 기준) 확진자는 15명이었습니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등 의료계는 빨리 중국 전역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여기에 동의하는 청와대 청원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했습니다. 당시 정부 측 결정이 시점을 오판한 게 아니기를 빈다고 썼는데,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느낌입니다. 미리부터 중국 국경을 닫아 건 베트남은 지난 22일 기준으로 확진자 16명을 기록 중입니다(13일 이후 확진자 숫자에 변화가 없습니다). 남쪽 호찌민에서 3명이 나왔는데 중국인 2명, 미국인 1명이었습니다. 하노이와 인접한 빈푹에서 11명이 무더기로 나왔지만 수도 하노이에서 아직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게다가 확진자 16명 중 15명은 모두 완치 판정을 받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24일 기준 확진자 숫자만 600명을 넘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확진자 숫자가 늘어 어디까지 더 늘어날지 가늠도 안 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상반기 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을 성공시켜야 하는 한국 정부 방침은 여전히 단호한 듯 보입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존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는 사이 한국은 전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여행하기 위험한 나라가 된 느낌입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에서 소속 직원을 상대로 '동남아 여행을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권고문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누가 누구를 걱정할 처지인가'라는 생각이 떠오릅니다.

베트남 지인은 4월로 예정된 한국 여행 일정을 여름 이후로 기약없이 미뤘습니다. 한국 나이 아홉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도심에 있는 PJ호텔에 여장을 풀 예정이었던 이 가족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한국 확진자 숫자를 보면서 하노이에 머무는 게 훨씬 안전하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을 내렸습니다. 또 다른 지인은 한국 나이 아홉 살짜리 딸, 여섯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여름에 한국 여행을 갈 생각이었지만 '올해는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놓습니다(심지어 아홉 살짜리 딸은 한국에 사는 지인들이 위험하면 빨리 베트남 자기 집으로 피신하게 해 달라고 부모에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한국을 가는 베트남 사람 숫자가 줄고 베트남에 가는 한국인 숫자도 줄고 있으니 베트남 국영항공사와 비엣젯에어 등 기타 항공사는 베트남과 한국을 왕복하는 비행기 편을 대거 구조조정했습니다.

베트남 유력 언론사인 VN익스프레스는 대구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베트남 국민 얘기를 홈페이지 톱 기사로 올렸습니다. 기사 말미에는 한국에 갇혀 지원을 원하는 베트남 국민을 위한 핫라인 번호까지 달아놓았습니다. 다수의 베트남 국민은 한국에서 불안에 떠느니 베트남에 돌아가 2주간 격리생활을 견디는 게 더 낫겠다고 얘기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베트남이 아직 한국을 여행 금지 국가로는 선포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21일 베트남은 "한국 당국이 권고한 감염증 발생 지역 및 감염증의 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는 지역 방문을 자제할 것"이란 경고를 내놨습니다. 하노이시 인민위원장은 같은 날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에서 온 관광객을 철저히 관찰하고 질병 증세가 있으면 즉시 격리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오가는 걸 금지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웬만하면 오고 가지 말라는 속뜻이 담겨 있다 할 것입니다. 이 와중에 대구에 있는 영진전문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 가기가 무서워 대거 휴학을 결정하고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우한 폐렴 발원지가 도대체 어디인지가 헷갈릴 정도입니다.

이 와중에 베트남과 한국이 비교되는 포인트는 하나 더 있습니다. 부모 처지에서 민감한 문제인 '개학 시기'와 관련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으니 우한 폐렴 창궐 초기에 중국 입국자를 받아들인 것은 '경제'를 포기할 수 없었던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받아들여야 할 듯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베트남 전역의 확진자 숫자는 한국에 비하면 훨씬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베트남은 정부 차원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개학 일자를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원래 베트남 학생들은 뗏(한국의 설날) 연휴를 마치고 2월 초 학교에 돌아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자 거의 한 달이나 미뤄 3월 2일에야 개학을 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호찌민 교육 당국에서 개학을 한 달 더 미뤄 3월 말에 하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개학이 되면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부모와 친척들 간 교류가 활발해져 바이러스가 창궐할 수 있으니 아예 싹을 잘라버리자는 얘기입니다. 이 안이 받아들여지면 베트남은 두 달이나 개학을 미루는 셈이 됩니다. 베트남이 국경을 접한 사회주의 동맹 중국이란 나라 하늘길을(중국을 바라보는 베트남 국민의 시선이 곱지는 않습니다만), 교역액 기준으로 단연 1위인 중국 항공길을 우한 폐렴 창궐 초기에 닫아버린 것은 그만큼 방역에 무게를 뒀기 때문인 것입니다.

게다가 호찌민이란 도시는 확진자 3명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내국인은 코로나19에 한 명도 감염되지 않은 곳입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아예 '제로'인 하노이도 잇달아 개학 시기를 연기하는 것을 보면 베트남이란 나라가 전염병에 대처하는 자세가 얼마나 단호한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빗발치는 '개학 연기' 요청을 별로 검토하지 않다가 23일에야 부랴부랴 개학을 일주일 연기하는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왜 정부는 마지막까지 개학 연기 실행을 꺼렸을까요? 아마 이를 실제로 감행한다면 정부가 코로나19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소비심리 등이 덩달아 위축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역시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인 입국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고육지책'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가족마다 학부모들 간 처한 상황은 다르겠지만 코로나 사태가 2주 안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만큼 안정될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도 이렇게 마무리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정부가 '시기를 오판한 것이 아니기를 빈다'는 상투 문구 말입니다. 이전 글에서 한국과 베트남을 비교하며 씁쓸하게 글을 끝맺었지만 우려는 끝내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는 제발 우려가 우려로 그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제 주위에도 수많은 학부모들이 아이 학교 문제를 놓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애가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데려갈 수 없는 현 상황을 정부가 엄중하게 인식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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