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년 전을 전후해 우리 인류 조상은 이미 세계 각지로 이주여행을 하고 있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유라시아 지역으로 대이동을 하고 있었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조지아에 위치한 마을 드마니시(Dmanisi)의 유적들이다.
‘조지아 로미스츠-제르마니스체스 중앙 박물관’ 소속 독일 고고학자들과 미국·프랑스·스페인 고고학자들은 1991년부터 2010년까지의 합동 연구를 통해 ‘호모 에렉투스 게오르기쿠스(Homo Erectus georgicus)’라 명명되는 5개의 185만년 전 인류 화석을 발견했다.
호모 에렉투스 게오르기쿠스는 호모 에렉투스(자바원인)에서 가장 먼저 파생된 종(種)의 하나로 분류된다. 이들은 신생대 제4기 홍적세에 살던 멸종된 화석인류로 고고학자들은 185만 년 전부터 25만 년 전까지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중앙아시아 샹첸 지역에서 석기 96점 발견
그러나 이런 주장을 수정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12일 ‘사이언스’, ‘가디언’ 등 주요 언론들은 중국과학원 광저우 지구화학연구소 연구팀이 최근 북부 중앙아시아 한 절벽에서 호모 에렉투스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160만 ~ 210만 년 전의 석기도구 96점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유적을 발견한 곳은 베이징으로부터 약 1200km 떨어진 황투고원의 샹첸(Shangchen) 유적지다. 연구소의 지질학자 자우위 저(Zhaoyu Zhu) 박사는 “이들 조각들은 동물의 뼈를 다듬거나 충격을 가하고 육류를 해체하는데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도기는 185만 년전의 드마니시 유적보다 최고 25만 년 더 앞선 것이다. 1991년 독일·미국·프랑스·스페인 등의 고고학자들은 소아시아와 인접한 조지아, 드미니시 유적에서 5개의 호모 에렉투스 두개골 화석을 발견한 바 있다.
이후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150만~170만 년 전의 화석과 석기 등을 발견했으나 드미니시 유적을 앞서지 못했다. 고고학자들은 이런 도구들을 통해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류라시아로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 북부 중앙아시아에서 발견한 석기도구는 드미니시에서 발견된 도구보다 25만 년이 더 앞선 것이다. 이로 인해 호모 에렉투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졌다.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더 일찍 나왔다는 것.
더 나아가 인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 살고 있었다는 추정도 가능해졌다. 이번 연구 결과가 고고학계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 최초의 인류 조상에 대한 해석에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인류 최초의 조상은 ‘루시(Lucy)’로 알려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다. 1974년 에티오피아의 아파르 지역에서 발견된 이 화석은 340만~290만년 전 인간이 이미 직립보행을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그러나 두뇌는 원숭이 수준에 가깝고 체격도 1m 내외, 몸무게 30~50kg에 가까워 인류 조상으로 보는데 고고학자들 간에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의 인류와 가까운 유골이 발견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호모 에렉투스의 역사 조정해야 할 듯
지난 7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ASU)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공동연구진은 ‘사이언스’ 지를 통해 에티오피아에서 275만 ~ 28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래턱뼈 화석(LD 350-1)을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화석의 주인공이 초기 호모 속에 속했던 인류인지 아니면 새로운 종인지는 알 수 없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에 비해 이번에 중국에서 발견한 뼈 조각들과 연장들은 이들 인류 조상과 시기적으로 그다지 멀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자우위 저(Zhaoyu Zhu) 박사 연구팀은 고대 연장과 도구들이 묻혀 있는 지층을 수년에 걸쳐 탐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지층에서는 방사성 연대측정이 가능한 광물질이 극히 적어 고지자기 측정법(paleomagnetic dating)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 자기장의 방향과 강도의 변화를 이용한 연대측정방법을 말한다. 지구 자기장(磁氣場)의 방향과 강도가 시간의 경과에 의해 바뀌는 것을 바탕으로 연대측정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측정 결과 160만~210만년 전의 유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에티오피아의 인류 조상이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것이 사실이라면 과거 185만 년 전의 드미니시 유적보다 최고 25만년 앞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연구 결과는 또한 85만 년 전을 전후해 이들 호모 에렉투스가 샹첸 지역을 기점으로 퍼져 살았음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호주국립대 지질연대학자인 앤드류 로버츠(Andrew Roberts) 교수는 “납득할만한 연구 결과”라고 평했다.
과거 드마니시 유적을 탐사한 바 있는 노스 텍사스 대학의 지구고고학자인 라이드 페링(Reid Ferring) 교수도 “드마니스 유적 연구 결과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라며 자우위 저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류 조상이 지금처럼 뇌가 커지고, 다리가 길어졌으며, 정교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했던 시기가 185만년 전에서 210만년 전으로 앞당겨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세계 여러 지역을 향해 이주를 일찍 시작했으며, 중국에 다수 거주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호모 에렉투스와 관련된 이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 11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Hominin occupation of the Chinese Loess Plateau since about 2.1 million years ago’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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